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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철도 및 전철 노선 몇 개만 떠올려보자. 경의선, 경춘선, 중앙선, 분당선, 안산선, 경인선, 경원선 등 이름만으로 본다면 '거미줄' 같다.

그럼 이 노선들이 거쳐가는 경기도에서 전철·철도 교통수단이 차지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나 될까.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 철도 수송 분담률은 여객은 17.3%, 화물은 6.2%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 교통수단 분담률
 경기도 교통수단 분담률
ⓒ 경기개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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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경기간 교통분담률, 자전거보다 겨우 0.5% 앞서

고작 7.9% 밖에 되지 않는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 5월 발행한 정책분석 연구보고서 '수도권 철도망 완성을 통한 경기도 도시철도 추진 방안(저자 지우석·박경철)'에 나오는 통계다. 승용차 분담률이 가장 높을 것이야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그래도 7.9%는 매우 낮은 수준임에 분명하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이 보고서는 수도권 교통본부가 작년에 내놓은 '경기도 교통수단 분담률'을 인용하고 있는데, 역시 승용차 분담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경기도 전체 분담률 49.9%로 절반 가량이 승용차를 이용하고 있다. 경기↔경기 분담률은 50.4%, 경기↔서울 분담률은 45.3%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전철·철도의 경우는 7.9%에 불과하다. 경기↔서울 분담률은 그래도 20.1%로 '선방'했지만, 경기↔경기간 분담률은 겨우 2.7%다. 이는 버스는 물론 택시에도 뒤지는 수치이며, 자전거 분담률(2.2%)을 간신히 앞서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 글에서 짐작할 수 있다.

"버스를 타면 앉을 자리 없이 만원입니다. 오래 서 있으면 멀미가 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전철을 이용하는데 양재역 쪽 목적지까지 가려면 집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범계역에서 4호선 전철을 갈아타고 사당에서 내려 2호선으로 갈아타고, 다시 교대역에서 내려 분당선으로 갈아탑니다. 다시 양재역에서 내려 목적지까지 가는 마을버스를 갈아탑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진이 빠집니다." (GTX 홈페이지 열린 광장에 올라온 사연 중에)

범계에서 양재까지 계산해보니...'소요시간 50분'에 포함되지 않는 '소요시간'이 적지 않다
 범계에서 양재까지 계산해보니...'소요시간 50분'에 포함되지 않는 '소요시간'이 적지 않다
ⓒ 네이버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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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문제는 방사형 노선 "극히 취약한 전철로의 접근성"

읽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질 만 하다. 전철·철도보다 버스 분담률이 왜 높을 수밖에 없는지 보여준다. "아이에게 공연 45분을 보여주려 110분간 지하철을 타야 했고, 상당한 거리를 걸어야 했다"는 한탄을 보면, 왜 승용차 분담률이 가장 높을 수밖에 없는지도 드러난다.

한 마디로,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있는 '경기도 주 수단별 평균 출근 통행시간 비교'를 보면 더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경기 내부 통행의 출근 통행시간은 평균 33분. 물론 승용차가 31분으로 가장 빠르다. 그 다음은 버스가 40분 그리고 전철·철도가 49분으로 가장 늦다. 경기↔서울의 경우는 어떨까. 역시 마찬가지다. 승용차가 55분으로 가장 빠르고, 버스가 67분, 전철·철도가 70분으로 나타난다. 승용차가 철도 교통에 비해 약 1.3배가 더 빠른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보고서는 "경기도에서 전철로의 접근성이 극히 취약하다"는 것을 근본 문제점으로 지목하고 있다. "전철망이 격자순환형으로 촘촘하게 짜여 있는 서울시는 대부분 지역에서 전철역이 도보권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반면, 방사형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기도는 전철노선 축에 있는 일부 지역 외에는 전철역 접근성이 매우 열악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방사형 구조 특성상 중심점인 서울시로부터 멀어질수록 노선간 거리가 벌어짐에 따라 노선축 이외 지역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GTX 네트워크(안)
 GTX 네트워크(안)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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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30분 시대! '거미줄'도 촘촘히 짜야

이에 따라 보고서는 "철도 분담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교통수단인 승용차 전환수요를 유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통행시간, 특히 출퇴근 통행시간에 있어 승용차와 경쟁이 가능해야 한다"고 전제한다. 경기도 내부 통행은 30분, 경기↔서울은 50분 이내로 철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특히 보고서는 "기존 간선철도가 서비스되고 있지 않은 지역에 대해 우선 도시철도망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기도 내 지역을 철도로 연결하는 도시철도 노선 구축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결론은 최근 경기도 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사업에도 마찬가지 과제를 던져준다. GTX 역시 주요 광역통행축을 근간으로 하는 방사형 노선 구조이기 때문이다. 기존 구조를 따를 수밖에 없으니, 기존의 접근성 한계가 다시 나타날 공산이 크다.

보고서가 "GTX 효과를 경기도 전역에 효율적으로 파급하기 위해서는 지선으로서 도시철도 확충을 통한 철도 접근성 증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탄∼강남 18분' 또는 '수도권 30분 시대'가 제대로 열리려면 '거미줄'도 촘촘히 짜야 한다. 경기도가 풀어야 할 숙제다.


태그:#GTX, #경기도, #전철, #수도권, #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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