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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꿈틀거린다. 국토해양부의 승인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수면 아래 있던 지역 사회 요구들이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파주시의회가 최근 GTX 노선을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는가 하면, 벌써부터 GTX 정차역을 유치하기 위해 추진위원회를 만든 곳도 있다. 이렇듯 각 지역의 노선 유치 압박이 본격화되면서, 애초 계획에서 벗어난 정차역 추가 요구로 진통을 겪었던 KTX 딜레마가 GTX로 옮겨 붙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GTX는 빨라야 한다. 이를 위해 역간 사이가 넓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또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나온다. 현재 경기도 철도 분담률은 7.9%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서울시가 멀어질수록 노선간 거리가 벌어져 노선축 이외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수요 나누기는 실패, 승용차 수요 가져와야"

지우석 선임연구위원
 지우석 선임연구위원
ⓒ 경기개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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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경기개발연구원이 내놓은 '수도권 철도망 완성을 위한 경기도 도시철도 추진 방안'이란 연구보고서를 주목할 만하다. GTX 성공을 위한 기본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 보고서는 승용차와 경쟁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경기-서울 통행은 50분 이내를 목표로 철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또한 GTX 효과를 경기도 전역에 효율적으로 파급하기 위해서는 도시철도 등의 확충을 통해 접근성을 증가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지우석 선임연구위원(교통정책 연구부장)은 20일 인터뷰에서 "대중교통 수요를 나눠 먹는 식은 실패다, 경쟁력에서 승용차를 압도하여 그쪽 수요를 가져와야 성공"이라며 "경기-서울 승용차 평균 통행시간이 55분이니, 최대 50분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수치"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공사 착공 전 정차역 추가 요구 등 속도를 저하하는 변수들을 사전에 모두 배제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GTX 효과를 경기도 전역에 파급시키기 위해 "GTX에 빨리 접근할 수 있도록 연결 시스템도 함께 구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 승용차 이용 억제 소극적, 수요 관리 필요성 천명해야"

지 선임연구위원은 GTX 안전성을 묻는 질문에 서울시가 내놓은 대심도 도로와 비교하여 "개인 운행으로 사고가 날 수밖에 없어 사후대책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지만, 사전 대책이 가능한 GTX는 백 배, 천 배 안전하다"면서 "교통수단 자체로 야기되는 사고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끝으로 지 선임연구위원은 "현 정부 들어 자전거나 녹색교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승용차 이용 억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라며 "승용차 수요 관리의 필요성을 국가적으로 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중교통 정책의 일대 전환이 GTX 성공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 쟁점으로 떠오른 동시 착공 문제에 대해 지 선임연구위원은 "원론적으로는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도로 중심 SOC 투자 방식에 묶여 돈이 없다는 국토해양부 입장을 보면, 현실적으로 타협이 필요한 문제"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

경기도가 제안한 GTX 노선망
 경기도가 제안한 GTX 노선망
ⓒ gtx.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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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자동차 지하도로보다 백 배, 천 배는 안전"

- 땅 속 깊은 곳을 평균 시속 100㎞, 최고 200㎞로 달리게 된다고 한다. 일단 안전성 문제를 짚고 넘어가고 싶다.
"안전에는 문제없다. 서울시가 자동차 전용 지하도로를 만든다고 하지 않았나. 개인들이 차를 몰고 다니니까,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안전하게 한다고 해도, 사후 대책 수준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보다는 백 배, 천 배 안전하다.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 이야기도 나오던데, 불연재를 쓰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문제다. 교통 수단 자체로 야기되는 사고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시공상의 문제는 없을까? 이미 개통된 지하철 노선 아래를 뚫고 지나가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나.
"혹시 그런 경우가 있다 해도, 그와 같은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신공법들이 있다. 우리나라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시공능력으로는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다."

- 그렇다면 GTX의 기본적인 성공 요건을 이야기해보자. 우선 보고서에서 경기-서울 통행은 50분 이내가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GTX는 승용차 쪽에서 수요를 가져와만 성공할 수 있다. 기존 철도와 똑같이 대중교통 수요자를 나눠 먹는 식이면 실패한다. 따라서 통행시간 경쟁력에서 승용차를 압도할 수 있어야 한다. 경기-서울 승용차 평균 통행시간이 55분이다. 그보다 짧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대 50분이 승용차 대비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수치다."

프랑스 수도권고속전철 '에르에르'
 프랑스 수도권고속전철 '에르에르'
ⓒ gtx.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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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서울 전체 통행 50분 이내, GTX 접근성 동시 개선해야

- KTX는 애초 계획에서 벗어난 정차역 추가 요구가 속도의 변수가 됐다. GTX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란 생각이다.
"시발역에서 종점까지 몇 분 안에 도착함, 표정속도라고 하는데, 이를 반드시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한 번은 어떤 역에 서고 한 번은 무정차 통과하는 격역 시스템으로 치고 들어와도 문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서비스 수준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아예 공사 착공 전에 이런 문제들을 모두 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 환승에 걸리는 시간도 승용차 대비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에서 경기도가 기존 전철로의 접근성이 극히 취약하다는 점을 들어 도시철도 등 확충을 통한 접근성 증가가 중요하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안다.
"과거에야 출퇴근 통행하면 경기도에서 서울로 가는 것이 주류였다. 허나 최근 흐름을 살펴보면 서울에서 경기도로 출퇴근하는 경우가 뚜렷한 증가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수도권 다핵화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데도, 경기도 SOC는 도로든 철도든 서울 중심의 방사형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번 기회에 GTX에 빨리 접근할 수 있도록 지역 특성에 맞는 연결 시스템을 함께 구축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동시 착공 찬성, 현실적으로는 타협할 문제

- 보고서를 보면, 현재 경기도 철도 분담률이 7.9%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GTX를 통해 어느 정도 상승하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나.
"40% 정도에 도달하면 좋겠다. 전체 통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그 정도라면, 출퇴근 시간만 놓고 봤을 때 거의 70%에 육박하는 수치다. 그 정도는 가야 동경 수준에 이르게 된다. 세계 대도시권과의 경쟁에서 우리 수도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 최근 동시 착공 논란이 뜨겁다. 국토해양부가 승인한 동탄∼강남 노선 외에 당초 경기도가 제안했던 의정부∼금정, 청량리∼송도 구간까지 동시 착공해야 교통난 해소나 경제성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시 착공을 GTX의 성공요건이라 볼 수 있나.
"원론적으로는 동시착공이 좋지 않겠나. 네트워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으니, 초기부터 이용객을 많이 늘릴 수 있다. 또 철도공사 특성 중 하나가 늘어지면 늘어질수록 공사비가 뛴다는 점이다. 이야기가 나왔을 때 한꺼번에 공사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반면 국토부는 돈이 없다는 입장이다. 개인적으로는 도로 중심의 SOC 투자가 문제라는 생각이다. 전 세계 대도시권 대중교통이 철도 중심으로 급격히 개편되고 있다. 앞으로 한 5년 동안 도로투자를 안 하는 한이 있더라도 철도 중심의 교통기반에 투자했으면 한다. 어쨌든 국토부 입장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동시착공이 쉽지 않다.

따라서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송도선의 경우 서울시가 특히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송도 컨벤션 센터나 영종도 하늘도시 등 모두 국제기능을 띠는 곳들 아닌가. 인천과 연결하는 동서라인에 상당한 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렇듯 타협의 여지가 열려 있다는 뜻이다."

경기도가 GTX 모델로 꼽고 있는 모스크바 '땅속 100m 급행 지하철'
 경기도가 GTX 모델로 꼽고 있는 모스크바 '땅속 100m 급행 지하철'
ⓒ gtx.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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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지하철 공사 1기 착공, 미친 짓이라고 했지만 …"

- 그 외 성공 요건으로는 또 무엇을 꼽을 수 있나.
"현 정부 들어 자전거나 녹색교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승용차 이용 억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다. 승용차 요일제? 안 지켜도 무방한 것 아닌가. 당장 영국이나 스웨덴 같은 경우를 보면, 특정 지역 내에 승용차가 들어오면 엄청난 요금을 매긴다. 과거에야 단지 혼잡 차원의 규제였지만, 지금은 환경적 차원의 규제가 늘어나고 있다.

헌데 우리의 경우는 감히 실행을 못한다. 민선이니까, 욕을 엄청나게 먹으니까. 승용차 수요 관리의 필요성을 국가적으로 천명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대중교통으로 사람들이 옮겨갈 수 있는 분위기, 지자체장들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

- 끝으로 과도한 예산 투자가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GTX 총 사업비 14조 원은 경기도 한 해 예산 규모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서울시가 지하철 공사 1기 착공할 때 돈이 없어 일본에서 돈 끌어다 했다. 미친 짓이라고 했다. 서울시가 무슨 지하철이 필요하냐고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떤가. 그때가 서울 인구 3∼4백만이었던 시절이다. 지금은 천 만 시대다. 안 했으면 큰 일 나지 않았겠나. 이렇게 많은 인구를 수용할 수 있었던 이유, 나는 지하철이라고 본다. 피가 원활하게 돌아야 건강한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세계에 적자 안 나는 대중교통은 드물다. 지금은 철도 예산 투자가 맞는 방향이다. 정책의 방향성이 맞는다면 예산은 그 다음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OECD에서 자동차사고율 세계1위,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률 역시 1위다. 만약 적자가 난다 하더라도, 그렇게 사고를 당하고 죽는 사람들이 반으로 줄어든다면? 눈에 안 보이는 가치를 하는 것 아니겠나. 그것이 삶의 질 향상이라고 생각한다."


태그:#GTX, #경기도, #지하철, #전철, #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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