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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분단 이후 남한과 북한은 언어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많은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데 한의학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남한의 한의학과 북한의 '고려의학'이 전통의학이라는 면에서는 같지만 그동안 서로 다른 사회체제와 보건정책 속에서 많이 달라졌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렇게 남과 북에서 차별적으로 발전한 한의학을 하나로 집대성한다면 우리나라 한의학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동양의학의 태두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작업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통일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죠."

진료 중인 김지은 원장
 진료 중인 김지은 원장
ⓒ 나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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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말 경기도 부천시 도당동에 진한의원을 개원한 새터민 한의사 김지은(43)씨의 목소리에는 작지만 힘이 실려 있었다.

함경북도 청진시 청진의학대학 고려의학부 7년 과정을 졸업하고 청진시 구역병원 의사로 근무하던 김씨는 1999년 3월 탈북해 중국에 머물다 2002년 꿈에 그리던 자유의 땅 한국에 입국했다.

남한 적응교육을 마친 후 김씨는 북한에서 하던 한의사의 길을 가고 싶었지만 학제와 전문 자격증 취득과정이 다른 남한에서는 북한에서 8년간 근무했던 것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더우기 학제는 교육부, 한의사 자격증은 보건복지부 소관업무로 분리되어 더욱 어려웠다. 할 수 없이 그녀는 새터민으로는 처음으로 국내 한의사 자격취득시험 응시자격을 요청하는 청원을 국회에 제출해 2007년 관련 법을 개정하는 역할을 하였다.  

진실한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겠다는 김지은 원장의 마음이 담긴 상호
 진실한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겠다는 김지은 원장의 마음이 담긴 상호
ⓒ 나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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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증명서를 제출할 수 없었던 김 원장은 법 개정 이전에 세명대 한의과대학에 편입, 남한과 북한의 한의학 정규과정을 모두 마친 첫번째 졸업생이 되었다.

그리고 올해 졸업과 동시에 지난 1월 제64회 한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두번째 한의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비로소 한의원 개원과 더불어 남북한 한의학을 접목시켜 보자는 의도에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남북한의학연구소를 동시에 창립하였다.

"남과 북에서 공부하며 분단의 시간만큼이나 간극이 생겨버린 남과 북의 한의학을 알게 되었고 오랫동안 전해지는 전통 한의학을 그대로 계승, 보약 또는 건강관리의 의미가 강한 것이 남한이라면 북한의 고려의학은 직접 치료에 참여하는 폭넓은 의료체제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요. 이들의 장점을 통합한다면 훨씬 우수한 동양의학이 될 것입니다."

진료 전 내방객의 건강을 꼼꼼히 챙기는 상담실 내부
▲ 휴식과 진료의 공간 진료 전 내방객의 건강을 꼼꼼히 챙기는 상담실 내부
ⓒ 나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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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이 남북한의학연구소를 창립한 이유이다.

진한의원의 진료과목은 내과계 뿐 아니라 피부 비만 예비부부 수험생 등 클리닉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150여평의 넓은 공간에 첨단 의료장비와 설비를 갖춘 한의원은 상담에서, 진료와 처방에 이르기까지 편안한 휴식과 충분한 진료를 받도록 설계되어졌다. 

-남한과 북한의 한의학을 비교한다면?
"남한의 한의학과 북한의 고려의학을 비교한다면 모두 각각의 장점과 특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우위라는 평가는 무리라 생각한다. 진료 방법이나 수준에 대한 부분도 각자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가가 어려운 것 같다."

-진료의 특성이라면?
"남한의 한의학은 건강관리 위주로 보약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고, 북한의 고려의학은 질병치료 중심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한다. 또한 남한의 한의원은 중환자 치료가 많지 않지만 북한은 의료의 많은 부분을 고려의학이 담당하고 있으므로 중환자를 한방병원에서 치료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거부감이 없는 것도 큰 차이점이다. 또 다른 부분이라면 남한은 양방과 한방의 대립과 갈등이 아주 첨예화되어 있다는 생각이고, 북한은 그와 달리 보건정책 자체가 양방학적 진단에 고려의학적 치료로 되어있어 고려의학에 의한 질병치료가 좀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남북한의학연구소 정주묵 이사장(오른쪽)과 함께
 남북한의학연구소 정주묵 이사장(오른쪽)과 함께
ⓒ 나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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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한의학공부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한국의 정규과정을 밟고 올라와 공부하고 있는 어린친구들과 무려 15~20년 가까운 나이 차이가 났던 점 뿐 아니라 어린 사람보다 머리 회전이 어렵고, 표현방식이나 단어선택이 달라 오해가 생길까 두려워 많이 조심했다. 또 북한에서는 많이 사용하지 않은 한문 때문에 원서읽기에 어려웠고, 특히 남북한에서 쓰는 용어가 다르거나 생소해 애를 먹었다.

-그동안 한국에서 어떻게 생활하였나?
"남과 북의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동료들이 따뜻하게 감싸주고 잘 도와주고 이끌어 준 덕분에 비교적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진한의원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늘 말하지만 환자를 진심으로 돌보겠다는 각오와 더불어 '지은'이라는 이름의 발음과 비슷해서 '진(眞)'자를 쓰게 됐다."

-남북한의학연구소를 창립하게 된 계기는?
"남한과 북한의 한의과대학 정규과정을 모두 공부하는 과정에서 남한의 한의학과 북한의 '고려의학'이 전통의학이라는 의미에서는 같지만 그동안 서로 다른 사회체제와 보건정책 속에서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서로의 장점을 찾아 살리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중국보다 더 뛰어난 우리나라의 한의학을 집대성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 남북한의학연구소를 개원하게 되었다. 이 일은 누군가에 의해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며, 통일에 대비해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늦은 감이 없지않지만 이 분야의 훌륭한 한의사 선생님들이 동참해주셔서 잘 진행될 것으로 믿는다."

-남북한의학연구소의 활동계획은?
"구체적인 계획은 현재 마련 중에 있다. 남북한에서 한의학을 공부한 분들과 함께 세미나를 개최하고 더불어 자료집 발간, 연구활동 등을 해나갈 생각이고, 궁극에는 남북한 한의학을 집대성한 책을 내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자 바람이다."

김지은씨 약력
1981.9. : 함경북도 청진시 청진의학대학 고려의학부 입학
1988.12 : 함경북도 청진시 청진의학대학 고려의학부 7년 과정 졸업
1989.1. : 함경북도 청진시 구역병원 의사
1997.12 : 조선의학과학원 함경북도 임상의학연구소 연구사
1999.3. : 탈북
2002.3. : 입국
2005.3. : 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 본과 1학년에 편입
2009.2. : 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2009. 5. 30. 진한의원 개원 및 남북한의학연구소 개소
-연구활동에 어려움은 없을지?
"현재 남북 관계가 경직돼 있어 당분간은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북한의 자료를 이곳에서 구하기도 어려울 것 같고 일단은 소장하고 있는 자료를 중심으로 시작해 볼 생각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한의사로서 마음이 따뜻한 의사가 되겠다. 누가 물어봐도 늘 반복하는 말이지만 마음 따뜻하게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내고 소통하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 또한 최고가 되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한의사가 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개소식에 참석한 남북한의학연구소 회원들과 함께
 개소식에 참석한 남북한의학연구소 회원들과 함께
ⓒ 나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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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천시민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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