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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토막 펀드, 집값 폭락…. 미국에서 불붙은 세계 금융위기가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거쳐 가정경제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경제교육전문기업 '에듀머니'와 함께 '가정경제 119'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실질소득은 줄어드는 경제 위기 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된 서민과 중산층이 주식·부동산 등 무모한 재테크의 함정에서 벗어나 우리 집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최소한의 안정된 삶을 지키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편집자말]
경기 침체로 공장 가동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공장 가동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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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이렇게 낮은데 굳이 저축을 해야 하나요? 금리가 너무 낮아서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것은 손해보는 느낌이에요. 요즘 경제도 회복되고 있고 주가도 오르고 있으니 이제는 펀드를 다시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 강의 중 수강생의 질문

경제에도 봄바람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쌀쌀해서 겉옷을 꼭 챙겨입고 다녀야 했는데 어느덧 반팔을 꺼내입어야 하는 날씨가 되었다. 따뜻해진 날씨처럼 찬바람만 불던 경제에도 봄바람이 부는 듯하다. 지난 3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는 소식과 함께 외환보유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경제성장률을 나타내는 실질GDP 역시 지난 분기에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한다. 종합주가지수는 순식간에 1400선을 돌파하면서 작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으로 회복하고 있다.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으로 돈이 몰린다는 기사들이 쏟아져나오고 가격이 반등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신문을 보다 보면 이미 경제 회복의 목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한국경제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가 금방 성장세로 돌아설 것만 같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은행으로 몰리던 돈이 다시 투자시장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주요은행의 총수신잔액은 2월 이후 계속 줄어드는 반면 증권사의 고객 예탁금은 증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고객예탁금은 지난 28일 현재 15조775억원으로 3월 말보다 2조1353억원 증가했고 신용융자잔고는 3조3972억원으로 1조1631억원 급증했다. 주식 등에 투자하기 위한 대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 수탁액은 지난 28일 현재 123조3129억원으로 3월 말보다 4조8695억원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부동산에도 돈이 몰려서 거래랑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국토해양부의 아파트 실거래량 자료에 의하면 지난 1월 1만8074건이었던 아파트 거래량은 2월 2만8741가구에서 3월에 3만7398가구로 계속 급증하고 있다. 금주에 발표되는 4월 거래량도 최근 시장동향을 토대로 예측해보면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 온 것은 아니다

IMF가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수정보고서에 의하면 2014년까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를 회복하지 못 하고 물가상승률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을 것이라고 한다.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스트라우스 칸 IMF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으며 세계경제는 이따금 좋은 소식이 들리기도 하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소식들이 단지 일시적이었던 것으로 밝혀질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아시아 국가들도 절대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고 전했다.

금융위기를 예측한 뉴욕대의 루비니 교수도 최근 발표한 2009 경제전망보고서에서 "글로벌 경제의 위축은 여전히 급속도로 진행 중"이라며 "아주 오랜, 그리고 깊은 U자형 경기침체가 기다리고 있다. 길고 긴 경기침체의 터널을 절반 가량 지나왔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해외뿐 아니라 우리 정부쪽 시각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지난 8일 오후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회복이 완전히 된 것은 아니며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은 잔존한다"며 섣부른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듯 몇몇 경기지표들이 호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실제로 대공황 당시 다우지수도 1929년 381에서 200선 아래로 하락했다가 이듬해인 1930년 연초부터 상승랠리를 이어가 293까지 올랐었다. 당시에도 사람들은 한 겨울은 지났고 봄이 왔다고 생각했지만 이 생각은 얼마 가지 않았다. 이후에 하락에 하락을 거듭해 1932년에는 다우지수가 41을 기록했던 것이다. 41까지 하락하는 중간에도 다우지수는 수차례 20% 이상 상승했지만 그 후에는 어김없이 전저점 밑으로 떨어졌다.

작년 금융위기가 시작되었을 때 세계적인 경제석학들이 100년만의 위기라며 대공황과 비교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대공황 당시의 하락세가 3년간 지속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겨우 1년을 보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모은 돈을 써야 한다는 것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재테크 관련 책 판매대에서 한 손님이 책을 고르고 있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재테크 관련 책 판매대에서 한 손님이 책을 고르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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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강연회에서 강사가 투자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절약해서 은행만 이용하기에는 시장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은행에만 돈을 넣어놓기에는 집 값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고 교육비도 오르기 때문에 세상 살기가 어렵다. 재테크 잘하면 벤츠 타지만 재테크 잘못하면 벤치에 나앉는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은행만 이용해서는 살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서두에 언급한 사례에서의 질문자도 아마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금리가 낮아서 은행에 넣어봐야 이자 붙는 것은 티도 안 난다. 그런데 오르는 주식시장을 보고 있자니 다른 사람들은 돈을 벌고 있을텐데 내 돈만 제자리인 것만 같아 은행에 저축해놓은 돈이 아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저축의 목적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저축은 돈을 쌓고 불리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꼭 써야 할 돈을 미리 모아놓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시장환경이 아무리 변해도 우리가 돈을 써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금리보다 수익률보다 중요한 것은 모은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써야 할 돈을 벤치에 나앉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투자해야 할까? 여유자금을 가지고 투자한다고는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게 까먹어도 되는 여유자금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잘하면 벤츠를 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잘못하면 자녀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당장 급식비도 밀려 늘 눈치를 봐야 할지도 모른다.

보통 학원 하나도 다닐 수 없으며 대학에 어렵게 진학하고도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면서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용돈벌이를 하고도 등록금은 4년 내내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한다. 졸업과 동시에 빚 갚는 인생을 시작해야 한다. 재테크 안 하면 벤츠 탈 일은 없겠지만 그 대신에 벤치에 나앉을 일도 없다. 투자실패로 인해 거리로 내몰리는 집은 있어도 투자 안 했다고 거리로 내몰리는 집은 없다.

금리가 낮아도 저축부터하자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은 분명 가족의 행복을 위해 오랜 시간 힘들게 고생해서 번 돈이고 반드시 써야 하는 돈이다. 이 때문에 섣불리 투자대열에 동참해서는 곤란하다. 오를 거라 생각하고 투자했다가 떨어졌을 때 가족과 함께 겪어야 할 대가는 생각보다 더 극단적일 수 있다.

이미 주변에는 모기지대출을 다 갚지도 않았는데 직장에서 퇴직한 사람들이 있으며 30년동안 성실히 모은 돈을 1년만에 다 까먹은 사람들도 있다. 펀드열풍이 한참이던 불과 2년전만 하더라도 주가가 반토막 나리란 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경제가 불안정할 때뿐만 아니라 경제가 좋건 나쁘건 투자 실패의 대가는 구체적으로 따져보아야 한다. 한참 좋다가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 투자기 때문이다.

우리가 투자하는 돈의 대부분은 충분한 투자기간을 통해서 수익률이 보장될 때까지 무조건 기다릴 수 있는 돈이 아니다. 'IMF때처럼 금방 회복되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은 곤란하다. 버블경제가 무너진 일본은 아직도 20년 전 주가지수의 1/4밖에 되지 않는다. 좀 회복될만 하니까 다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터졌다. 경제가 좀 나아진 것 같다고 섣불리 투자대열에 동참하기보다는 언제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 따져보고 저축부터 하자. 수익률은 충분히 저축을 많이 하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

 


태그:#재테크, #투자, #착한재무주치의, #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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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돈에 관해 올바른 시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모두가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 행복을 소비하는 사람이 되는 그날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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