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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토막 펀드, 집값 폭락…. 미국에서 불붙은 세계 금융위기가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거쳐 가정경제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경제교육전문기업 '에듀머니'와 함께 '가정경제 119'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실질소득은 줄어드는 경제 위기 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된 서민과 중산층이 주식·부동산 등 무모한 재테크의 함정에서 벗어나 우리 집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최소한의 안정된 삶을 지키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편집자말]
금융시스템의 발달로 인해 돈이 내 손을 거치지 않고 통장으로 들어와 통장으로 나가다보니 들어오고 나간 돈을 일일이 따져보고 더해보지 않고서는 소득과 지출을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금융시스템의 발달로 인해 돈이 내 손을 거치지 않고 통장으로 들어와 통장으로 나가다보니 들어오고 나간 돈을 일일이 따져보고 더해보지 않고서는 소득과 지출을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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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걱정 증후군(Money sickness syndrome)이라는 말이 있다. 돈 걱정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증상들을 가리키는 말로서 영국의 정신건강학자 로저 핸더슨(Roger Henderson) 박사가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돈 걱정 증후군의 증상들로는 가쁜 숨, 두통, 구역질, 발진, 식욕 부진, 이유 없는 분노, 신경질, 부정적인 생각 등이 있으며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인해 세계 전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인해 월가 최고의 금융회사들이 도산 위기에 몰려 긴급 수혈을 받았다. 많은 국가들이 디폴트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영국 역시 IMF 구제금융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집을 잃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한 집에 살던 사람들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니 돈 때문에 병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매스컴에서 경제회복을 기대하는 뉴스들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으나 여전히 체감경기는 꽁꽁 얼어붙어 있다. 통계상 공식실업자가 100만 명에 육박하고 구직단념자와 불완전취업자를 포함한 실질실업자수는 35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무직가구가 17%에 달해 여섯 집 중 한 집은 생활비를 못 벌고 있는 현실이다. 수많은 가정이 소득이 중단되거나 감소하여 당장 먹고사는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되다보니 돈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돈 걱정 증후군"이라는 말은 경제위기 이후에 생긴 말이 아니다. 경제 위기 이전에 전세계 경제가 고공행진을 하던 때에 생겨난 말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돈에 대한 스트레스가 증가했을 뿐, 경제가 좋을 때도 돈에 대한 스트레스는 여전했었다는 것이다. 코스피가 2000을 넘나들고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때는 주위의 돈 번 이야기들로 인해 '나만 뒤처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조급함과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 펀드로 부동산으로 쉽게 돈 버는 분위기 속에 '일해봐야 뭐하나'하는 생각과 함께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던 자신이 초라해지는 기분을 한 번쯤은 느껴봤을 것이다.

실제로 2007년에 잡코리아와 비즈몬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행복하다고 답한 직장인이 10%도 안 된 반면에 불행하다고 답한 사람은 절반에 가까운 48%였다. 이 설문조사는 2005년부터 매년 실시했는데 행복하단 사람은 매년 감소했고 불행하단 사람은 매년 증가했다. 경제상황이 좋았을 때도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늘고 있었던 것이다.

돈 걱정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 - 모르니까 불안하다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든 것도 아닌데도 돈 걱정이 끊이질 않는 사람들이 많다. 분명 하루 세끼 꼬박 꼬박 챙겨먹고 있고 아이들 학교를 못 보내는 것도 아니다. 공과금이나 핸드폰요금을 연체하지도 않는다. 오늘 돈 써야 할 일에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당장 어디 가서 돈을 꿔야하는 상황도 아니다. 그럼에도 돈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하루종일 돈돈거리고 있고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남들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버는 사람도 돈 걱정 하면서 미래가 불안하다고 한다. 지금 당장 돈 문제가 없음에도 미래에 대해서 막연히 불안한 것이다.

돈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게 돈 걱정을 하면서 정작 자신이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 따져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략의 소득은 알고 있지만 매월 얼마의 돈이 자신의 통장으로 들어오는지 정확히 알지 못 한다. 지출도 머리 속에 있는 지출과 실제 지출이 다르다. 심지어 100만 원 이상 차이가 나는 가정도 많다.

실제로 상담을 하다보면 연봉이 얼마란 것은 알지만 상여달이 언제고 실수령액은 정확히 얼마인지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연봉 5000만 원 받는 대기업 직원에게 월급이 얼마냐고 물으면 세금 떼고 평균 350만 원 정도 번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런데 실제로 통장을 찍어보면 평달에는 250만 원도 안 나온다. 상여달과 연말에 받는 금액이 크다보니 평달에는 마이너스 통장에 의존해서 살다가 상여달과 연말에 한꺼번에 채워넣고 새해에 '0'부터 다시 시작하는 가정이 대다수다. 그러다보니 열심히 일을 하고 돈을 벌어도 돈이 모이지 않아서 허탈하다.

지출도 마찬가지다. 신용카드 청구서가 날아오면 "생각보다 많이 나왔네"하고 생각은 하지만 그 때 뿐이다. 여러 개의 신용카드를 쓰는 사람 중에 신용카드 전체의 청구액을 더해 본 사람은 열에 한 두 사람 뿐이다. 공과금, 통신비, 보험료 지출이 각각 얼마인지는 알지만 역시 더 해 본 적은 없다.

고정지출은 알더라도 명절비용, 경조사비, 휴가비, 의류비 등 각종 비정기지출은 따져보지 않는다. 비정기지출로 이번 달이 마이너스가 나면 막연히 "다음 달은 괜찮겠지"하고 생각해버린다. 하지만 당장 5월만 하더라도 어린이날, 스승의날, 어버이날이 기다리고 있다. 6월에 여름 옷 좀 사고, 7, 8월에 휴가가느라 돈 쓰고나면 금방 추석이다. 비정기지출이 사실상 거의 매달 있음에도 따져보지 않으니 마이너스 달은 늘어간다. 한 달에 얼마를 쓰는지도 모르는 채 한 달 한 달이 마이너스라고 고민한다.

금융시스템의 발달로 인해 돈이 내 손을 거치지 않고 통장으로 들어와 통장으로 나가다보니 들어오고 나간 돈을 일일이 따져보고 더해보지 않고서는 소득과 지출을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버는 건 연봉 기준으로 생각하니 실제 소득보다 부풀려지고 쓰는 건 카드로 쓰다보니 실제 지출보다 적게 썼다고 생각한다. 마음 속 장부와 실제 장부 상에 차이가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이 일상적으로 버는 돈과 쓰는 돈에는 소흘하면서 무언가 다른 해결방안이 없을까 고민한다. 뚜렷한 해결 방안이 보이지 않으니 매일 같이 돈 걱정을 하게된다. 하지만 돈 걱정의 근원은 모른다는 데에 있다. 모르니까 불안한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주가하락의 큰 요인 중 하나가 불확실성인 것처럼 모른다는 것은 불안을 불러오고 불안은 공포심을 불러온다. 그래서 돈 걱정이 단순한 걱정에 그치지 않고 '돈 걱정 증후군'으로까지 발전하는 것이다.

돈 걱정도 병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 모르는 사람들이기에 앞으로 필요한 돈도 모른다. 10년 후 미래는커녕 당장 다음 달에 나갈 돈도 따져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막연히 불안하다. 별로 쓴 것도 없는데 남는 돈은 없고 앞으로 돈 나갈 데가 많은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는 모른다.

막연히 돈에 대해서 불안하고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돈 걱정 증후군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무슨 큰 병 걸린 것처럼 혼자 끙끙 앓거나 자책할 필요는 없다. 금융시스템의 발달과 부자열풍으로 인해서 환경자체가 돈 걱정을 하게 만드는 환경이었고 나 혼자만의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막연한 돈 걱정이 일종의 병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은 필요하다.

돈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따져보지 않고 더 많은 돈을 벌고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쓸수록 사람은 돈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돈을 벌고 쓰는 것은 사람이지만 안간힘을 쓸수록 돈에 끌려다니는 종이 되는 것이다. 돈이라는 것은 속성상 누구에게나 제한적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하나 하나 따져보고 계획하지 않으면 돈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질 수가 없다. 상담을 하다보면 한 달 후, 일 년 후, 십 년 후 돈 쓸 일에 대해서 미리 계획하고 사는 사람들은 버는 돈이 많지 않아도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삶의 만족도도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루 하루 우리의 일상을 괴롭히는 돈이지만 돈 걱정 증후군에서 벗어나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돈 쓰는 방법을 조금만 바꾸면 된다. 그냥 막연히 벌고 쓸 것이 아니라 소득과 지출, 그리고 앞으로 돈 나갈 일에 대해서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날엔 인터넷 뱅킹을 통해서 얼마의 돈이 들어왔는지 확인하고 따로 기록해놓아야 한다. 그리고 신용카드나 전화요금, 보험료 등 각종 결제일은 급여일에서 10일 이내로 모으고 하나의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도록 해서 관리를 편리하게 하자.

지출은 가급적이면 체크카드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문자 알림 서비스'를 신청하면 통장에 돈이 들어오고 나갈 때 입/출금액과 잔액을 알려주기에 돈 관리를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계부를 통한 예/결산은 필수다. 언제 어디에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 계획하고 얼마를 썼는지 따져보는 것 만으로도 돈 걱정의 상당부분이 덜어진다. 항상 계획을 하기에 필요한 자금들을 만들어나가기도 수월하고 준비하고 있다는 안도감도 맛볼 수 있다. 지출 되는 돈에 대해서 가계부에 기록을 통해 하나 하나 꼬리표를 달아놓고 결산을 통해 결과를 꾸준히 확인하기에 새는 돈도 잡아낼 수 있다.

정말 이런 간단하고 진부한 방법으로 돈 걱정이 없어질까? 사실 이 작업은 간단해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득과 지출구조가 생각보다 복잡하기 때문이다. 평달 소득은 어디에 지출하고 상여달에 받는 소득은 어디에 지출할지, 각종 비정기지출들은 어떤 돈으로 해결할지, 전세 만기 후 이사 비용은 어떻게 모을지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일상적으로 지출하는 돈도 지금 지출할지, 미뤘다가 나중에 지출할지, 자녀가 사달라는 물건은 언제 사주는 것이 좋을지 판단해보아야 한다. 그래서 돈에 대해 하나 하나 따져보고 통제하는 것은 마음 먹었다고 해서 어느 한 순간에 되지 않는다. 매일 매일의 꾸준함을 필요로 한다.

물론 이런 과정이 다소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번거로움과 스트레스 중에 하나를 택한다면? 번거로움은 약간 귀찮을 뿐이지만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 된다.

덧붙이는 글 | 박종호 기자는 경제교육전문업체 에듀머니 재무주치의입니다.



태그:#돈 걱정 증후군, #신용카드, #가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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