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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아주머니들이 시를 읽습니다. 사람들 앞에 나와 시를 읽은 일이 있었는지조차 모를 아주머니들입니다만, 한 분 한 분 서로 이름을 부르며 읽거니 듣거니 합니다.

안젤로 수사님

어느 날 아빠랑 함께 올랐던
자유공원 산에 혼자 갔다가
그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렸어요.
얼굴 까만 아저씨가 다가와
나를 번쩍 안아 주시며 말했어요.
"울지 마라 아가야,
이렇게 아저씨가 안고 갈 테니까
네가 아는 길이 나오면 손가락질 해 다오.
그럼 이 아저씨가 집으로 너를 데려다 주마."
그래서 나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아저씨 품에 안겨서
집으로 돌아왔지요
사랑의 선교원 아저씨를 엄마는
천사라고 하지요.
얼굴이 까만 인도인 수사님.

아줌마들이 서로 사회를 보고 한 사람씩 나와서 인사를 한 다음, 시를 하나하나 읽습니다.
▲ 시읽기 잔치 아줌마들이 서로 사회를 보고 한 사람씩 나와서 인사를 한 다음, 시를 하나하나 읽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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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이 시를 읽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합니다. 시를 듣던 아주머니들이 손뼉을 쳐 주면서 웃습니다. 시를 읽은 분들은 저마다 왜 그 시를 골라서 읽었는가 하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다른 아주머니 생각을 듣고 있는 아주머니들도 비슷한 생각이었을까요.

저녁 달

낮 동안 하얗던 달님이
노란 빛으로 돌아온 시간
엄마랑 아빠랑 차를 타고 마트에 가는데
창 넘어 하늘에서 달님이 자꾸만
아이를 따라옵니다.
"달님도 마트를 좋아하나 봐. 자꾸만 우리를 따라오네."

낮 동안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보이지도 않던 달님이
해가 지자 노란 모습을 드러냈어요.
"달님도 누군가가 신호등을 켜 주나 봐.
우리 차가 서면 달님도 서고 우리가 가면 달님도 가네!"

머리를 까맣게 물들여서 흰머리를 숨긴 아줌마도 있고, 흰 그대로 두는 아줌마도 있는데, 처음에는 처녀 때 만나고 사귀었을 테지만, 이제는 모두들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 아줌마들 머리를 까맣게 물들여서 흰머리를 숨긴 아줌마도 있고, 흰 그대로 두는 아줌마도 있는데, 처음에는 처녀 때 만나고 사귀었을 테지만, 이제는 모두들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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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엄마인 우리 옆지기도 아줌마입니다. 아줌마들은 으레 텔레비전 연속극을 즐겨 본다고 하지만, 우리 옆지기는 연속극을 따로 즐겨 보지 않습니다. 집에 텔레비전이 없기도 하고, 텔레비전이 있는 친정에 가더라도 '연속극보다 재미있는' 풀그림을 찾아서 봅니다.

우리 스스로 찾지 않아서 '연속극보다 재미있는' 풀그림으로 무엇이 있는가를 모르곤 합니다. 우리 스스로 '연속극이 얼마나 재미있는걸'하고 빠져들면서, 더 넓고 깊이 뻗어나가지 못합니다. 연속극은 연속극 나름대로 재미있습니다. 다만, 우리 세상에는 재미있는 즐길거리가 연속극 하나이지 않습니다. 연속극 하나에 온통 사로잡히거나 빠진다면 우리 생각과 눈길과 눈높이는 연속극 틀거리에서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집에서 밥하랴 빨래하랴 치우랴 아이들 돌보랴 남편 시중 들랴 바쁘고 고되다 보니, 저잣거리 나들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하루일 끝내고 다리와 무릎을 펴면서 커피 한 잔에 연속극 보기로 쉴밖에 없다고 느낍니다만, 어이하여 아줌마들은 연속극에 그토록 파묻혀야 할까 궁금합니다. 어쩌면 우리들은 아이 낳아 기르는 여자들을 '더 넓고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집일에 매이고 연속극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끔' 잡아 가두고 있지 않을까 궁금합니다.

책 속에

누군가의 삶속에 담겼던
누군가의 맘속에 지녔던
누군가의 머리속에 갇혔던
누군가 가슴에 눈물 날 만큼 그립다는 말.

누구는 이렇게 살다 갔고
누구는 그렇게 놀다 갔고
누구는 어떻게 지내다 갔다는 말
그중에 가장 슬픈 이야기는
내가 살아온 삶이라고
책으로 쓰면 몇 권인지 알 수 없을 긴긴 이야기.

안경을 써야 겨우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아줌마들은, 당신 스스로 책을 즐기도록 시간을 따로 뺄 만한 겨를이 없이 여태까지 살아오셨습니다. 시읽는잔치는 당신들 스스로를 기리는 자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시읽기 안경을 써야 겨우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아줌마들은, 당신 스스로 책을 즐기도록 시간을 따로 뺄 만한 겨를이 없이 여태까지 살아오셨습니다. 시읽는잔치는 당신들 스스로를 기리는 자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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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아줌마들이 넉넉히 즐길 만한 놀이감이 그리 많지 않은 우리 세상입니다. 아줌마들이 홀가분하게 서로 어울리고 복닥이면서 웃거나 울면서 떠들기도 하고 조용히 눈감고 받아들이기도 할 만한 놀이감이란 무엇일까요. 반드시 돈이 들어야 하는 놀이감이 아니라, 돈 한 푼 쓰지 않으면서도 즐길 만한 놀이감이란 있기나 할까요. 연예인 이야기나 연속극 이야기나 애들 학원과 학교 이야기를 넘어서 서로서로 즐거이 나눌 수다거리란 얼마나 될까요.

가만히 보면, 아줌마들뿐 아니라 아저씨들 또한 넉넉히 즐길 만한 놀이감이 몇 가지 안 됩니다. 뻔합니다. 그리고 돈이 많이 들 뿐더러, 자기 스스로 한결 싱그럽고 기운차게 북돋우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집 바깥에서도, 집 안쪽에서도 몸과 마음 튼튼히 가꾸거나 추스를 만한 일거리와 놀이거리를 아저씨들끼리, 아줌마들과 함께 하는 일이란 참으로 드뭅니다. 집밖일도 그렇고 집안일도 그렇습니다.

서로서로 동떨어진 세상에서 살도록 나뉩니다. 이렇게 나뉘는 일이 자연스러운 듯 받아들입니다. 하루이틀 길들면서 여자는 이래야 하고 남자는 저래야 한다는 쇠사슬을 당신들 발목에 스스로 매어 놓습니다.

 - 샛별이 -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재혼을 하면서
 샛별이를 고아원에 맡기고
 엄마는 가끔 샛별이를 만나러 왔어요.
 엄마가 왔다가 가 버린 다음
 샛별이는 언제나 슬펐답니다.
 엄마는 눈물 흘리며 안아 주고 사라져 버렸지요.
 샛별이 손가락 마디 사이로 모래가 흘러내리듯.

 어린이집 한글공부 첫 시간
 금빛반 아이들이 모여서 제 이름을 쓰는데
 샛별인 이름을 쓰지 못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다 쓰는데
 저 혼자 쓰지 못하는 것이 서러워서 엉엉 굴기 시작했답니다.
 “큰일났구나. 일곱 살이면 곧 취학통지서가 날아올 텐데!”
 한글선생님은 걱정을 했어요.

 샛별이에게 아무도 글씨 쓰기를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까요
 다른 아이들이 날마다 보는 텔레비전도 볼 수 없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곳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그럼요, 아이들은 텔레비전을 보기만 해도
 글자를 알게 되지요.
 오늘 나온 제목이 내일도 나오니까요
 요즘 아이들은 모두가 똑똑하다고 사람들이 말했어요
 똑똑한 게 뭐 그냥 똑똑한 거예요?
 다 보는 게 있으니까 알게 되지요
 아이들은 보는 대로 알게 되고 듣는 대로 믿게 된다는 거
 어른들은 정말 모르나 보지요.

시 하나 읽고 이야기 하나 잇고, 이야기 하나 끝나면 다른 이가 이어서 이야기를 붙이고.
▲ 시와 이야기 시 하나 읽고 이야기 하나 잇고, 이야기 하나 끝나면 다른 이가 이어서 이야기를 붙이고.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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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책을 읽어야 한다면, ‘책은 마음에 밥이 되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 지식을 넓혀 주기 때문’이 아닙니다.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 주기 때문’이 아닙니다. ‘하루라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히기 때문’이 아닙니다. 돈이 되어 읽는 책도 아니고, 돈을 벌자며 읽을 수 있는 책도 아닙니다. 그저 삶이라서 읽는 책입니다. 그예 사람이기에 읽는 책입니다. 온몸뚱이로 껴안는 삶이라서 읽는 책이고, 사람 냄새와 모습과 빛깔과 숨결 모두 책에 스며들어 있기에 읽습니다.

다달이 한 차례씩, 동네 골목길에 깃든 헌책방 옆에 마련된 ‘시다락방(배다리 시가 있는 작은 책길)’에서 시 읽는 잔치를 마련하는 까닭도, 시란 우리 삶이며, 시에 우리들 삶자락이 고이 배어나기 때문입니다. 오늘 모인 아주머니들은 어쩌면 시집이라고는 당신들 돈을 털어 사 읽은 적이 없을지 모르는데, 사서 읽은 적이 없건 누가 옆에서 읊어 준 적도 없건, 시 하나로 모일 수 있고 시 하나로 마음을 나눌 수 있으며 시 하나로 우리 삶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기 때문에, 시집 하나를 돌려읽습니다.

 - 겨울밤 -

 옛말에 이르기를
 깊은 강은 건너봐야 안다고
 그 옛사람
 어디서 어느 강을 건넜을까.

 옛말이 안 틀리듯
 한 치 앞을 모르고 깨춤을 춘다지만
 닫힌 앞길 여는 재미로 사는 건데
 한 치 앞을 안 다음에야
 무슨 재미로
 살까요.

 겨울 깊고 사는 재미도 깊어
 손때 묻은 그릇마다
 오곡을 넘치게 담아두고
 할머니와 손자들은
 길고 긴 겨울밤을 보낸다오.

아줌마들 스스로 무대를 꾸미고 마련하면서 스스로를 아름답게 살찌우는 자리로 여미는 '동네 골목길 시다락방 잔치'입니다.
▲ 시읽기 아줌마들 스스로 무대를 꾸미고 마련하면서 스스로를 아름답게 살찌우는 자리로 여미는 '동네 골목길 시다락방 잔치'입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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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책 읽듯 읽으시는 분이 있고, 낭창낭창 구성지게 읽으시는 분이 있습니다. 나지막하면 나지막한 대로 반갑고, 쨍쨍 울리면 울리는 그대로 즐겁습니다. 다 다른 아줌마들 다 다른 목소리와 숨결이 조그마한 시다락방을 감쌉니다. 다 달리 꾸려 온 아줌마들 삶이 목소리에 실리고 숨결에 깃들면서 조촐하게 꾸며진 시다락방을 채웁니다.

오늘은 마침 ㅎ방송사에서 우리 동네를 찍는다며 찾아와서 시 읽는 잔치를 하는 모습도 촬영기에 담습니다. 그런데 방송사 분은 ‘그럴듯하게 보여지는 그림’을 찍는 데에만 마음을 쏟고, 시읽기를 마친 동네 아주머니들이 “이 시를 골라서 읽은 까닭은요, 우리 동네를 가로지르려 하는 산업도로 문제 생각이 나서였어요. 우리가 이 동네에 조용히 살면서 달님도 보고 살 수 있는데, 그런 개발이 이루어지면 우리 삶터가 망가지잖아요. 달님한테 소원을 비는 마음으로 읽어 보았습니다”하고 이야기를 할 때에는 촬영기를 들지 않습니다.

시읽기도 시읽기대로 좋고, 시읽는 모습은 시읽는 모습대로 반갑습니다. 이 모습만으로도 얼마든지 ‘그림이 되곤’ 합니다. 그런데 알맹이 없는 시가, 알맹이 못 짚는 시읽기가, 알맹이 못 받아먹는 시잔치가 되어 버리게끔 촬영기에 담았다면 어쩌지요. 우리들 동네 아주머니 시잔치를 제대로 못 보여주는 아쉬움보다, 애써 서울에서 인천까지 먼길을 달려온 그 방송사 분들 가슴에 고운 빛줄기 하나 담기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훨씬 큽니다. 우리 동네 이야기야 누가 찍건 말건 우리들이 오순도순 어울리면서 살아갑니다. 동네를 망가뜨리는 못된 정책이 밀어붙여질 때, 많지 않은 숫자요 하나같이 나이든 할머니 할아버지라 하더라도 새벽부터 밤까지 추운 겨울날에도 똘똘 뭉쳐서 부딪히고 싸우면서 살아왔습니다. 계단도 잘 못 디디는 할머님들이 어쩜 그리 기운차게 하시는지, 옆에서 함께 싸우는 젊은 우리들은 깜짝깜짝 놀랍니다. 삶이란 주먹힘이 아닌 마음힘으로, 가슴에서 샘솟는 속힘으로 꾸리는 줄을, 머리가 아닌 몸뚱이로 배우곤 합니다.

 - 진세네 -

 엄마는 과자를 굽고 있어
 진세 맘에 꼭 드는 과자.

 진세는 한자 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거야.

 “엄마야, 선생님이 모든 글자에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해요.”

 “그렇지, 과자 속에
 엄마의 사랑이 숨어 있듯이.”
 진세 아빠가 말했어.

 그리고 세 식구는
 과자를 냠냠냠 먹었다는 거야
 나도 좀 줄 것이지.

동시집 <청개구리 일기장>을 낸 시인 정송화 님(68)은 당신 손자를 데리고 시읽는 잔치에 왔습니다. 시를 쓴 사람도 시를 읽는 사람도, 서로한테 기쁨과 축복이 되는 자리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 방송 찍히기 동시집 <청개구리 일기장>을 낸 시인 정송화 님(68)은 당신 손자를 데리고 시읽는 잔치에 왔습니다. 시를 쓴 사람도 시를 읽는 사람도, 서로한테 기쁨과 축복이 되는 자리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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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기 잔치를 마친 뒤, 방송사 사람은 ‘동네 아주머니’가 아닌 ‘서울에서 부러 시읽기 잔치에 찾아온 먼 손님’만 붙잡고 말씀을 묻습니다.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동네 아주머니들은 아무 말이 없습니다. 아주머니들은 처음부터 방송에 찍히기를 바라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나저나, 방송사 사람은 굳이 인천 골목길 안쪽에 자리한 시다락방까지 와서 무엇을 담으려 했을까 궁금합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대로 짜맞추어 넣는 그림을 만들고자? 자기와는 다른 생각과 삶으로 꾸려지고 있는 골목길 사람들 ‘시 읽고 마음 나누는 놀이자리’를 있는 그대로 찍어서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고자?

스며들지 못하면 읽을 수 없는 시입니다. 시뿐 아니라 시가 아닌 모든 글도 스스로 스며들지 않으면 알아낼 수 없습니다. 산문도 소설도 희곡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문학도 자연과학도 생태환경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식으로만 생태환경책을 읽는다 한들 생태환경에 도움될 턱이 없습니다. 지식으로 생태환경책을 읽을 바에는, 아예 생태환경책을 안 읽어 주어야 지구 삶터를 깨끗하게 간직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생태환경책을 읽는 매무새라면 자기 삶과 생각을 ‘생태환경에 걸맞게 고쳐야’지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읽은 우리들이라면, 아름다운 사랑을 우리 자리에서 펼치고 나누고 함께해야지요. 신나는 놀이를 알려주는 길잡이책을 읽었다면 곧바로 ‘동무들하고 새로운 신나는 놀이’를 즐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요리책을 눈으로만 구경하려고 살 수도 있습니다만, 요리책을 사서 읽는 까닭은, 내 배를 채우고 내 혀를 즐겁게 할 무언가를 손수 만들고 싶기 때문이 아니겠어요. 인문학책을 읽고 사상책을 읽으며 역사책을 읽는 까닭 또한, 우리 머리에 지식을 쑤셔넣자고 읽는 데 있어서는 옳지 않습니다. 맞지 않습니다. 자꾸자꾸 지식만 머리에 쑤셔넣으니 머리만 괴롭고 뚱뚱해져서 나중에는 머리를 제대로 못 가눕니다. 이러면서 탈이 나고, 자기 머리에 가둔 수많은 지식으로 거짓말을 하고 엉뚱한 짓을 하며 뒤틀린 샛길로 삐져나가고 맙니다.

 - 도현아 진세야 -

 하늘만큼 너희를 사랑하는 것은
 하늘만큼 행복한 거란다.

 하늘만큼 예쁜 아기들아
 하늘만큼 너희를 사랑하는 것은
 너희들 삶 속에 하느님이
 살고 계시기 때문이란다.

 하늘만큼 너희를 사랑하는 것은
 하늘처럼 살고 싶은
 할머니 마음이란다.

작은 등불을 밝혀 꼭 알맞춤한 느낌을 빚어내는 시다락방에서는, 시를 읽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좋습니다.
▲ 시읽기 작은 등불을 밝혀 꼭 알맞춤한 느낌을 빚어내는 시다락방에서는, 시를 읽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좋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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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동네 아줌마들은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낮밥도 함께 들면서 이야기꽃을 잇습니다. 예순 줄 일흔 줄에 접어든 그 늙고 꼬부라지는 나이에, 주름살을 슬며시 피고 나이살 넌지시 내려놓으면서 시 하나 사이에 놓고 살아가는 기쁨을 함께합니다.

누구한테 잘 보일 생각도 없지만, 누구 앞에 뽐낼 마음조차 없는 시읽기잔치는, 우리가 지금까지 우리 동네에서 고이 뿌리내리면서 고이 늙어 왔음을 기리고 기뻐하는 자리입니다. 주름살이 있는 할머니가 된 아줌마들은(할머니이지만 스스로는 아줌마라고 말씀합니다. 거의 모두 손자를 보셨는데에도 ‘할머니’라는 이름보다는 ‘아줌마’라는 이름이 좀더 익숙하신 듯합니다) 주름살이 있어서 좋고 반갑고 고맙습니다. 옛날처럼 빨리 걸을 수 없고 계단 난간을 붙잡아야 하는 아줌마들은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쑤신 그대로 좋고 반갑고 고맙습니다.

헌책방 아주머니는 당신이 온삶을 바쳐 일군 책방 살림살이를 푼푼이 아끼고 여미어 ‘시다락방’을 열었고, 헌책방 아주머니와 오래도록 이웃으로 지내온 아주머니들은 오랜 벗이며 옆지기로 날마다 새로 배우고 새로 깨닫고 새 웃음을 주고받습니다. 이달(2009년 1월) 30일 낮 세 시에 이야기마당이 하나 준비되어 있고, 31일 낮 두 시에는 열다섯 번째 시읽기잔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시와 시삶을 받아들일 가슴을 활짝 열고픈 분들은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멀면 먼 대로 나들이를 즐겨 보라고 여쭙고 싶습니다. 국철 동인천역에서 내려 금곡동 헌책방골목으로 와서 〈아벨서점〉(032-766-9523, cafe.naver.com/abelbook)에서 ‘시다락방’을 물어 보면 됩니다.

시읽기를 마치고, 함께 낮밥을 먹으러 가기 앞서.
▲ 시읽기를 마치고 시읽기를 마치고, 함께 낮밥을 먹으러 가기 앞서.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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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은 시집


이날 읽은 동시집.
▲ 겉그림 이날 읽은 동시집.
ⓒ 동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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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청개구리 일기장
- 글 : 정송화
- 펴낸곳 : 동아사 (2008.10.25.)

시를 쓴 정송화 님은 경상북도 감포에서 태어났고, 그동안 <행복한 농사꾼>(1984), <이야기속의 이야기>(1988), <어머니를 위한 성가>(1989), <달개비꽃>(1992)과 같은 동시집을 펴냈습니다.

아이를 돌보고 키우느라 시쓰기를 오래도록 쉬고 있다가, 이제 아이들이 홀로서기를 다 끝마치게 된 지금, 다시 시쓰기를 하면서 이웃들과 즐거운 시나눔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쓰기는 오래도록 쉬고 있던 예전부터 어린아이들하고 '한글공부'를 줄곧 해 오고 있습니다.


시를 읽는다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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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다락방을 손수 나무 자르고 깎고 붙이고 못 박고 하면서 꾸며낸, 헌책방 <아벨서점> 큰일꾼 곽현숙 님(60).
▲ 시다락방 지기 시다락방을 손수 나무 자르고 깎고 붙이고 못 박고 하면서 꾸며낸, 헌책방 <아벨서점> 큰일꾼 곽현숙 님(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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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아줌마 하유자 님(58)은, 헌책방 아주머니하고 이웃 박태순 아주머니(59)와 함께, 동네 골목집을 가로지르려 하는 산업도로 막아서는 일에서 처음 목소리를 내며 앞장섰던 분입니다.
▲ 동네 아줌마 동네 아줌마 하유자 님(58)은, 헌책방 아주머니하고 이웃 박태순 아주머니(59)와 함께, 동네 골목집을 가로지르려 하는 산업도로 막아서는 일에서 처음 목소리를 내며 앞장섰던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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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모시기도 하고, 동네 아줌마 스스로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 자리입니다.
▲ 시읽는 자리 시인을 모시기도 하고, 동네 아줌마 스스로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 자리입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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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태그:#시, #아줌마, #배다리, #시다락방, #아벨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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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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