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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캠코더로 이것저것 찍기 바빴다.
 내 친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캠코더로 이것저것 찍기 바빴다.
ⓒ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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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 청량산에서 해돋이 행사와 '하늘다리 소망걸기'라는 행사를 한다는 기사를 봤다. 자세히 알아보니 청량산에 국내 최고 높이 최장 길이의 산악 현수교에 새해 소망을 적은 손수건을 묶어 놓았다가 대보름날 명호면 달집 태우기 행사 때 손수건을 묶어 놓은 새끼줄을 함께 태워 소원을 하늘로 올려 보내 준단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에 존재한다는 그 이름도 하늘다리인 곳에 소원을 묶어 놓았다가 하늘로 올려 보내 준다는 생각이 굉장히 기발해 보였다. 해돋이는 항상 동해바다 어딘가에서 보냈었는데 산에서 그런 행사를 규모 있게 한다는 것도 꽤나 이색적이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끌려서 이번 새해는 청량산에서 맞이하기로 마음 먹었다.

친구들을 불러모아서 12월31일 저녁 봉화로 출발했다. 이전에 봉화를 방문했었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때 먹었던 봉화 한우 불고기 전골이 기가 막히다고 했다. 그래서 그 식당을 찾아가기로 했다. 봉화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내일 등산을 위해 체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과감히 1인분에 2만원이나 하는 한우갈비살을 주문했다. 눈 앞에서 직접 고기를 썰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곳에서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약간의 수다로 2008년의 마지막 밤을 보내며, 내일 새벽 해맞이에 대한 부푼 가슴을 안고 잠에 들었다.

새벽 4시 30분, 눈을 뜨다

풍물대의 사물놀이, 장인봉에서.
 풍물대의 사물놀이, 장인봉에서.
ⓒ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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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새벽 4시 30분. 해가 뜨기 전에 하늘다리에 도착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이리 저리 부산을 떨며, 친구들을 깨우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헛 우리가 묵었던 모텔에 드라이어가 없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 추운 날씨에 머리를 말리지 못하고 나간다면…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머리 감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서둘러 등산로 초입에 도착했다. 등산로 초입에서 행사를 주관하시는(아마도 봉화군 직원들) 분들이 귤과 초코바, 음료수, 물이 든 봉지와 따끈따끈한 떡을 나누어 주셨다. 따끈따끈한 떡을 손에 들고 올라가니 마음도 같이 푸근해졌다. 그런데 정상에 올라가니 저 떡이 차갑게 완전히 얼음덩어리가 되어버려서 ‘중간에 먹고 올걸’하는 후회를 했더랬다.

하지만 중간에 먹을 생각도 하지 못했던 그 이유는 바로 랜턴을 챙겨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잘 닦인 길이 끝나고 바위와 흙으로 이루어진 경사가 급한 산길로 들어서자 우리는 그 실수를 뼈저리게 후회했다. 그러나 후회한다고 어쩌리 우리는 주변 분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굼벵이 기어 가듯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우리 때문에 자꾸 늦어지시는 분들께 죄송했다. 뒤에서도 사람들이 계속 올라와 괜찮으니 먼저 가시라고 하여도 그 분들께서 해맞이는 다같이 봐야 의미가 있으시다면서 계속 우리의 발 밑에 빛을 비춰주셨다.

드디어 장인봉 맞은편 축융봉에서 해가 떠오른다. 나뭇가지가 시야를 가린 것이 아쉽지만, 떠오르는 해를 보니 가슴이 벅차다.
 드디어 장인봉 맞은편 축융봉에서 해가 떠오른다. 나뭇가지가 시야를 가린 것이 아쉽지만, 떠오르는 해를 보니 가슴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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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리에서의 삼씨날리기 행사
 하늘다리에서의 삼씨날리기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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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리를 수놓은 오렌지색 소망 손수건들
 하늘다리를 수놓은 오렌지색 소망 손수건들
ⓒ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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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정상에 도착했다. 아직 해가 뜨려면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는데 이미 여러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풍물대의 풍물놀이, 봉화군수님의 축사, 시 낭독도 있었다. 그 때 누군가 “뜬다!”를 외쳤다. 조금씩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일제히 디카나 핸드폰을 꺼내 들고 촬영을 했고 누군가의 선창으로 만세 삼창으로 이어졌다.

해가 떠오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매년 새해 해맞이를 가지만 힘든 등산 끝에 산 정상에서 맞는 해돋이는 풍광의 아름다움 외에도 가슴이 꽉 차오르는 어떤 뿌듯함과 또 동시에 비워지는 시원함을 주었다. 붉게 차오르는 태양처럼 가슴이 벅차 오르고 그 태양에 밀려나는 어둠처럼 근심, 걱정이 스스로 사라져 갔다.

하늘다리 오렌지색 손수건에 새해 소망 적어

정성스레 소원을 적는 어느 부부의 모습
 정성스레 소원을 적는 어느 부부의 모습
ⓒ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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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떡국와 함께 추운 몸을 녹이는 내 친구. 산행 후에는 따뜻한 국물이 최고다!
 따뜻한 떡국와 함께 추운 몸을 녹이는 내 친구. 산행 후에는 따뜻한 국물이 최고다!
ⓒ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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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완전히 뜨고 나자 하늘다리에서 풍선에 소망을 담아 날리는 행사가 이어졌다. 풍선 안에는 산삼씨가 들어 있다고 한다. 우리의 산천 어디선가 나의 소망이 담긴 산삼이 자라고 누군가 그 산삼을 발견하고 ‘심봤다’를 외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풍선 날리기 행사가 끝나고 하늘다리로 가까이 가니 소망 손수건 매기 행사가 이어졌다. 전체적으로 녹색인 하늘다리에 오렌지색 손수건들이 새끼줄에 묶어 펄럭이는 모양새가 굉장했다. 손수건은 하나에 1000원씩에 팔았는데 소원을 이루기 위한 복채라는 직원 분의 설명이 재미있었다. 나도 소원을 하나 적고 손수건을 매었다.

내가 적은 소원이 하늘에서 펄럭이다가 정월 대보름 달집 행사 때 태워져 하늘로 날라 간다니 처음 기사를 접했을 때도 그렇지만 직접 하늘다리에 와서 손수건을 매어 보니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해맞이 행사를 여러 군데 다녀 봤지만 그저 해돋이를 보는 것이 거의 전부였는데 이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장치들이 있으니 무엇인가 기분이 좋았다. 내려가는 길은 날이 밝아 올라올 때보다 훨씬 수월했고 마음이 밝아져 발걸음 또한 더욱 경쾌했다.

올라올 때 쿠폰 같은 것을 나눠줬는데 알고 보니 그것이 식권이란다. 내려가서 청량산 입구에 있는 식당을 가면 떡국을 먹을 수 있단다. 정성이 대단하다. 떡국이야 식당에서 만드니 알 수 없지만 그런 생각을 해주는 행사 담당자의 정성 말이다. 새해에 타지에 와서 이런 정성 어린 떡국을 먹을 수 있다니 그야말로 정성스런 마무리라고 생각했다. 그 떡국을 먹으며 아주 힘차고 기분 좋게 2009년을 시작했다.

봉화 청량산 "하늘다리야, 내 소원을 들어줘" 행사. 해돋이도 보고, 소원도 빌고 일석이조.
 봉화 청량산 "하늘다리야, 내 소원을 들어줘" 행사. 해돋이도 보고, 소원도 빌고 일석이조.
ⓒ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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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은 예부터 유불선의 중심지로, 공민왕과 퇴계 이황, 그리고 김생 등 다양한 전설이 내려오는 산이다.
 청량산은 예부터 유불선의 중심지로, 공민왕과 퇴계 이황, 그리고 김생 등 다양한 전설이 내려오는 산이다.
ⓒ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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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봉화, #청량산, #하늘다리, #해돋이, #소원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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