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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 지은 집> 책 표지
 <손수 지은 집> 책 표지
ⓒ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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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 지은 집>은 세계 각지의 전통가옥을 소개한 책이다. 이 책에 소개한 집은 대부분 수백 년이나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온 것 들이다. 세계 각지의 다양한 전통가옥을 만드는 방법과 건축재료, 기능 따위를 그림과 함께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통 가옥들은 짓는 방법이 어렵지 않아 가족이나 이웃들이 서로 도와 쉽게 질 수 있었다. 재료 또한 생활주변에 쉽게 구할 수 있는 갈대나 풀, 흙, 나무, 돌, 얼음 따위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구조 또한 각 지역의 기후와 자연환경에 따라 생활에 편리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책이다.

30년 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흙벽에 기와지붕아래 살았다. 간간히 초가지붕을 볼 수 도 있었다. 그 땐 그런 집들이 불편하게만 느껴졌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조상들의 지혜를 새삼 무릎을 친다. 옛날 대부분의 집 앞엔 넓은 흙 마당이 곡식이나 나물을 말리기도하고 음식재료를 만들거나 다듬었다.

이런 마당에서 돌계단을 두 개나 올라서야, 댓돌 앞에서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오를 수 있었다. 마당과 집 본체의 높이 그렇게 차이가 나서 항상 ‘왜 이리 구조를 불편하게 만들었을까?’ 했는데, 이 책을 보니 집 본체가 들어설 자리에 공간을 두고 30cm정도 이상 높게 기단을 쌓는 까닭은 집안으로 빗물이 스며드는 걸 막기 위해서란다. 옛날에 그 사실을 알았다면 불평을 덜 했을 것 같다.

다른 전통가옥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전통가옥의 우수해 보인 부분은 역시 구들이다. 우리나라 구들이 우수한 난방기능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다른 나라 전통가옥과 비교하니 더욱 두드러진다. 구들은 다른 난방과 달리 위 보다 아래 공기는 따뜻하게 한다. 그래서 항상 방안 공기를 상쾌하게 할 수 있다. 머리를 시원하게 해야 맑을 정신을 갖을 수 있다고 하니 여간 과학적인 구조가 아니다.

다른 나라 전통가옥 중에 기능적인 면에서 부러웠던 것은 오스트레일리아 북동쪽에 있는 퀸즈랜더였다. 퀸즈랜더는 2미터쯤 길이의 육중한 나무기둥을 줄 지워 세우고 그 위에다 집을 짓는다. 이런 구조 덕분에 집 밑으로 바람이 통해서 집 바닥이 시원하고 그 지방의 해로운 흰 개미가 마룻바닥을 갉아먹는 것을 막아주고 위험한 뱀을 피할 수 있게 한다. 습기가 많은 계절에는 빨래를 말릴 수도 있고 아이들이 햇빛과 비를 피해 놀 수 있다고 하니 여간 부럽지 않다.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집은 터키 앙카라 남동쪽으로 250킬로미터쯤 떨어진 아나톨리아 고원 근처에 있는 카파도키아의 동굴집이다. 이 동굴집은 수천 년 전에 화산이 폭발해서 남은 화산재가 굳어서 투파(Tufa)라고 하는 부드러운 돌이 됐다. 시간이 흘러 투파는 비바람에 깎여 점점 뾰족한 모양이 되었다. 투파에 구멍을 내 살기 시작한 것은 박해를 피해 숨어 살던 초기 기독교인들 이라고 한다. 현재는 투파에 사는 사람은 거의 없고 여행자들을 위해 몇 개 개방해 놓고 있다고 한다. 뾰족한 바위를 파고 살다니, 동화나 판타지 속에나 나오는 집이 실제 한다니 정말 흥미롭다.

<손수 지은 집>을 읽으면서 잠깐 우리 생활 속에서 사라진 전통가옥에 대한 향수에 졌었다. 내가 경험한 전통가옥은 정서는 이런 것이다. 소 우리가 있던 마당에선 제삿날이면, 절구질을 해서 인절미를 만들고 두부를 만들었다. 사랑채 아궁이에는 커다란 솥이 걸려 있었고 아침저녁으로 소여물을 쑤었다.

댓돌 옆에는 물기를 빼느라 세워 놓은 깨끗한 고무신. 가을날 바람 부는 날이면 지붕위로 밤 떨어지는 소리 들렸고, 항상 아랫목을 소녀들에게 양보 하시던 할머니는 새벽녘에 일어나 밤을 주어 오셨다. 옛집에서 가장 좋아 했던 곳은 뒤뜰이었다. 이끼 낀 둔덕에 온갖 희한한 풀들이 자랐는데 그 곳은 나만큼 어렸던 사촌 언니와 소꿉놀이하기 좋았다.

현대 건축물의 편리함을 누리고 살면서, 전통가옥이 좋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전통가옥에는 자연과 어울리지는 아름다운 정서가 있었으며, 이것은 오늘날의 건물양식, 생활양식에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덧붙이는 글 | 리더스 가이드, 알라딘, 네이버, 예스 24에 실었습니다.
<손수 지은 집> / 존 니콜슨 쓰고 그림 / 양상현 옮기고 더 채움 / 현암사 / 7800



손수 지은 집 - 세계 각지의 전통가옥

존 니콜슨 지음, 양상현 옮김, 현암사(2008)


태그:#집, #전통,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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