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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牛)우(牛)우(牛). 농경 문명의 잔재가 희한하게 대중음악계에도 잔존해서 몇 년 전부터 어찌나 소를 몰고 다니는지 구수하다 못해 비린내가 난다. 오래두면 썩는다. 엄청나게 비대해진 소몰이의 기름덩어리를 구석구석 씻어 태워버릴 스트레이트하고 톡 쏘는 청량음료 같은 음악이 절실히 필요하다.

 

댄스음악이 90년대 대중음악계의 주류를 타자 뿅뿅 거리는 사운드들이 무식하게 복제만 되어 공장직원 같은 일회용 댄스그룹들이 한 번 반짝이지도 못하고 수두룩이 사라져갔다. 그러던 차에 알앤비니 소울이니 하면서 뛰어난 가창력과 색다른 감성으로 나타난 브라운 아이즈, 휘성, 빅마마 등등, 실력으로 무장한 이들이 있었으니 단순 덩어리로 허물어져가는 대중음악계를 신선한 피로 헌혈하며 다양하게 분열시키기 시작했다.

 

이것도 옛날이야기다. 소몰이 중대 속에서도 그를 비집고 미약한 떨림으로 생명을 갈구하는 사운드가 있었다. 오버그라운드에서는 클래지콰이(Clazzqui)가 호란과 알렉스의 매력적이고 깔끔한 보컬과 심플하고 대중성 짙은 멜로디를 필두로 하여 본격적으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알리기 시작하였다.

 

물론 이것이 한국 대중음악계의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효시는 아니다. 윤상, 유희열(Toy), 롤러코스터 등은 오래전부터 시대를 앞서나가는 굉장한 일렉트로닉 음악을 들려주곤 했으나, 그들의 지속적인 변화와 실험하는 음악적 속성 때문에 앨범의 흥행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그 사운드들을 '일렉트로니카'로서는 강력하게 인식하지 못하였다.

 

일렉트로닉 음악의 장르를 규정지으려고 한다면 감당하기 힘들다. 여기저기 잘도 달라붙는 이 사운드는 가히 유목적이라 '퓨전 그 자체'라고 하면 그나마 어울리기도 한다. 비트와 그루브한 베이스라인과 결합하면 이 음악의 매력은 한가득히 되는데, 그뿐만 아니라 재즈, 소울 등과 어우러지기도 하는 등, 그 모습은 마치 매력적인 기생수(寄生獸)같다. 

 

대중가요에도 이제 일렉트로닉 음악이 침투해서 뿌리내리고 있다. 과거 단조롭고 럭셔리한 사운드로 무장했던 비의 'It's raning'부터, 대중들에게 폭발적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젊은 혈기 '빅뱅'의 음악, 에픽하이의 힙합에서도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발견한다. 얼마 전 구준엽이 DJ를 표방하여 좀 어색하긴 하나 어쨌든 테크토닉을 선보였고, 마돈나의 모티브가 엿보이는 엄정화의 'DISCO'도 필이 충만한 퓨쳐리즘의 패션과 조화시켜 일렉트로닉하면서도 동시에 팝적인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언더씬에서도 하우스룰즈(House Rulez), 못(MOT) 등 앞으로도 계속 주시해야할 잡탕스런 정체성을 가진 가능성 있는 뮤지션들이 오버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이와 같은 뮤지션들이 바로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성 아래 존재하는 진정한 에너지원이다.

 

 

유럽, 일본 등에서는 이미 일렉트로닉이 널리 퍼져있고 훨씬 진일보해 황홀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몇 템포 느리긴 하나 한국 대중음악계에 새로운 가능성이 엿보인다. 조금 나아갔다고 하여, 한국의 '다프트 펑크(Daft Punk)'니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니 하며 오만방자함으로 표절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말 것을 당부하며, 이 좋은 현상들이 한국의 대중음악계를 진일보시켰으면 한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바닷가에서 쏴한 바람과 함께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뇌까지 쭉 들이켜 보라. 사방을 표류하던 사운드가 당신의 몸과 영혼까지 건드리며 현란한 조명 아래 그루브한 리듬에 들썩일 클럽으로 안내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대통(大通), 크게 통하다(paper.cyworld.com/BigGat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일렉트로닉, #하우스룰즈, #엄정화, #대중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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