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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우리 나라 민주화의 산실 6월 항쟁 21주년이자 100만 명의 국민들이 운집해서 정부에게 닫힌 눈과 귀를 열라는 일침을 가하는 날.

충청도에 살고 있는 나는 평일임에도 조금은 무리해서 서울 상경을 마음먹었다. 적당히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6시. 취재원(?)의 친철한 제보로 사람들에 막혀서 나갈 수 없는 시청역을 뒤로한 채, 광화문역으로 향했다.

광화문 역에 도착한 건 저녁 6시 40분쯤. 통로를 찾아 헤맬 것도 없이 삐뚤빼뚤한 글씨의 여러 자보들이 촛불시위 현장으로 날 인도하고 있었다. 재밌는 것은 '조선일보사'라고 적힌 출구 팻말은 하나 같이 매직으로 공격당했다는 사실.

드디어 명박산성을 보다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에 참석했던 시민, 학생들이 11일 새벽 서울 세종로네거리에 설치된 경찰 컨테이너 바리케이트 위에 올라가서 태극기와 깃발을 흔들고 있다.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에 참석했던 시민, 학생들이 11일 새벽 서울 세종로네거리에 설치된 경찰 컨테이너 바리케이트 위에 올라가서 태극기와 깃발을 흔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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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역 6번 출구로 나서는 길. 살짝 두근거렸다. 몇 번의 촛불시위, 각기 다른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지만, 오늘의 시위 모습은 도무지 그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무슨 외국인들이 이렇게 많지?'

6번 출구로 나가는 내 주위엔 푸른 눈의 외국인이 3명이나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전 세계의 외신이 '명박산성'의 웃지못할 해프닝을 주요 보도로 내보냈다고 한다.

나왔다. 눈 앞에 펼쳐진 건 수많은 인파. 이전까지 시위와는 분명히 다르다. 엄청난 '화이트 칼라'들이 있다.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넥타이를 휘날리며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아, 이럴 때가 아니다. 일단 컨테이너 박스 설치해 놓은 곳부터 가보자'

이런 생각을 할 때쯤 철옹성 같은 컨테이너 박스가 눈 앞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고등학생들이 락카를 이용해 '쇠고기 전면 재협상'이라든가 '이명박 정부 타도' 등의 문구를 쓰고 있었다. 그 앞에선 여러 방송사 및 인터넷 언론사들이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손에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연신 셔터를 누르며 그곳을 기록했고,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었다는 사실. 베를린 장벽을 손으로 만지고 웃으며 사진 찍는 독일인들의 모습과 우리 국민들이 묘하게 오버랩됐다.

'결국, 단절의 피조물을 정부 스스로 만들어 냈다는 건가'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시위가 폭력적으로 가는 것에 대한 자성 기사를 쓰고, 다음 아고라나 여러 블로그들이 비폭력을 주창해서였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하기 시작하는 시점에도 그곳을 넘을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눈과 귀를 스스로 닫은 결과물을 내려다보는 이순신 장군의 심정이 궁금해질 뿐이었다.

'아. 이제 시청 쪽으로 걸어내려 가볼까! 분위기를 익혀야 인터뷰도 하고 시위 현장도 자세히 볼 수 있으니까. 내일 아르바이트를 안 가면 좋으련만. 오늘 막차 타고 집에 가야 되니 바쁘게 돌아보자!'

사람 또 사람, 시청 가는 길은 멀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10일 밤 서울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대규모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를 마친뒤 청와대로 행진하다가 삼청동 동십자각 앞의 컨테이너 박스에 막히자 컨테이너 박스에 태극기를 붙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10일 밤 서울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대규모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를 마친뒤 청와대로 행진하다가 삼청동 동십자각 앞의 컨테이너 박스에 막히자 컨테이너 박스에 태극기를 붙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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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으로 가는 길.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넓디 넓은 도로엔 사람들이 앉아 있지만 넘치는 사람들을 도로가 다 수용할 수 없었다. 인도도 모자라 주변 건물 앞 공간이란 공간엔 종이 피켓을 든 국민들이 가득차 있었다. 광화문까지 올 때 탄 만원 지하철마냥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현상을 되풀이했다. 신기한 건 그렇게 부딪혀도 누구 하나 신경쓰지 않고 인상쓰지 않았다는 사실. 오히려 서로 미안하다며 지나갔다.

광화문에서 시청 쪽으로 100미터는 족히 걸어 내려왔는데 좀처럼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는다. 숫자에 대한 개념이 없는 나지만, 지금까지 본 사람들이 적어도 수만 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걸어 내려와도 사람들의 열기는 그대로다. 그러던 중 앞에 설치된 연단에 한승수 총리를 혼쭐낸 '고대녀' 김지윤 학생이 올랐다. 사람들의 함성이 대단하다. 또 한 명의 스타 탄생이다.

드디어 덕수궁 도착. 시청 쪽은 전경버스와 일반 고속버스가 삥 둘러싸고 있다. 아마도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단체와 충돌이 우려되서 그런 것 같다. 그나저나 광화문에서 시청이면 거리가 꽤 되는데 여기도 사람들이 장난 아니다. 서울시청에서 플라자 호텔, 덕수궁까지 그 둥그런 광장에도 사람들이 가득하다. 덕수궁 아래쪽 도로에서도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 이 정도면 분명 수십만일 것이다.

드디어 조금 한산한 곳까지 왔다. 덕수궁에서 좀 걸어내려오자 사람들이 군데군데 동그랗게 모여 앉아 있고, 연단의 마이크 소리가 멀게만 느껴진다. 여기까지 걸어오니 벌써 저녁8시다. 눈 앞에서 신명나는 풍물패의 연주가 열리고 있다. 바닥에 현수막이 깔려 있어 가까이 가서 봤다. 1987년 6월 항쟁에 참여했던 주역들이라며 이제야 광장으로 나와서 미안하단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저쪽 편에서는 한 청년이 확성기를 들고 자기 음색에 취해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명박이 싫어 ♪ 명박이 나빠 ♬."

그는 수많은 여고생들에게 둘러 쌓여 연신 폰카 세례를 받고 있었다. 옆에는 전동 휠체어를 탄 한무리에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 역시 '쇠고기 전면 재협상'이라는 피켓을 들고 광화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길을 자연스럽게 터주었다.

어느새 사람들 손 여기저기에 초가 들리고, 우리도 초를 하나 샀다. 광우병국민대책위원회에서 초를 무료로 나눠준다고 하지만, 혹시라도 초에 대한 배후 걱정에 밤낮 잠을 못 이루는 이명박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하실까 봐, 천 원 주고 구입했다.

어느 정도 현장 구경이 끝났으니, 본격적인 활동을 해야겠다. 내가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많은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서였지.

광화문 쪽으로는 이제 갈래야 갈 수도 없을 만큼 사람들이 들어차 시청 주변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서울시청 앞 서울 광장과 청계천. 이명박 대통령이 역점적으로 진행해서 탄생된 두 공간에 국민들이 모여서 이야기한다. '제발 우리 이야기 좀 들어달라고!.' 이런 생각을 하니 이 공간이 어떻게 기록될지 자못 궁금해졌다.

"대통령이 여기 오면 해결되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10일 밤 서울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대규모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를 마친뒤 종각으로 거리행진을 하며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및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10일 밤 서울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대규모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를 마친뒤 종각으로 거리행진을 하며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및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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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깃발들이 광화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수많은 대학 학생회들과 노조들, 그리고 태극기, 오늘 따라 유달리 종교단체들도 많이 나왔다. 그 중에 유난히 돋보인 건 한 초등학생이 만들어가지고 나온 '제발 우리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라는 깃발과 '공무원도 쇠고기 재협상은 반대한다'는 피켓이었다.

시청 앞 광장 보도블럭에 발을 내딛으니, 10일 세상과 운명을 달리한 이병렬 열사의 분향소가 차려져 있었다. 이미 시민들이 영전에 바친 국화가 수북했다. 어이가 없는 건 떡하니 서 있는 '창조한국당' 화환. '창조적 진보'네 '사람 중심에 진짜 경제'네 운운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오늘은 '자유선진당'과 원내교섭단체의 대표자리를 놓고 한바탕 싸웠다고 한다. 문국현 대표는 비례 대표 문제로 구설수에 오를 때부터 신비주의 컨셉으로 정치색을 바꾸더니, 국민들의 이렇게 분노하는 자리에는 화환 하나를 보내는 센스를 발휘하셨다.

그나저나 여기 너무 재밌다. 지나가는 대학생들의 표현이 정확하다.

"여기 꼭 한 여름 한강 같지 않냐? 가족끼리 나와서 돗자리 깔고 앉아 있고, 할어버지들 옛 노래 부르고. 아저씨들 와이셔츠 있고 모여서 얘기하고. 저기 봐라. 애들 뛰어노는 거."

시위라면 무겁고 장중하여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는 것인데 이곳은 그런 무거움이 없다. 장중함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주변에 보니 <오마이뉴스>, <OBS>, <시사IN>, <한겨레> 등의 거리 편집국이나 취재차량들이 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렇게 국민들이 운집한 한 가운데 우뚝 서있는데, 감히 사람들 안으로 들어올 생각조차 못할 것이다. 아니, 여기있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들으려고 하는지, 들어본 적은 있는지 자못 궁금해졌다. 내가 들어보자. 나라면 할 수 있다.

첫 번째 인터뷰를 시도했다. 화이트칼라를 공략했다. 서초구에 사는 직장인 이순호씨는 이번 촛불시위를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분노"라고 말했다. 그는 조중동과 정부에서 제기하는 폭력 시위 문제에 대해 "물론 그것은 잘못됐지만, 시위에 있어서 아주 조그마한 부분을 가지고 전체 시위가 잘못된 것인양 이야기하는 그 행태가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난 민심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게 있을지 물어보니 그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곳에 직접 오면 자연히 해결된다."

자신감이 붙었다. 사실 광화문 쪽에서 인터뷰 시도를 몇 번 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분위기 또한 좋지 않았는데 이곳은 사람들이 한결 여유가 있었다. 손수 쓴 피켓을 들고 일종의 묵언(?) 시위를 하고 있는 한무리의 남자 고등학생들에게 다가갔다.

관악구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경찰이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강제진압하는 모습을 보고 참을 수 없어서 촛불시위 현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들은 "물론 촛불시위는 비폭력적으로,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 해요.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죠"라며 폭력 시위는 안 된다는 입장을 다부지게 이야기했다. 재미있는 것은 "부모님들이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이런 현장엔 꼭 한 번 가봐야 한다"고 격려해 주셨다는 사실이다.

'나는 고등학생 때 저런 생각을 했을까?'라는 자괴감과 함께 그들과 이별을 고하고, 청계광장 쪽으로 걸어갔다. "예수를 믿으십시오"라며 광분하는 세 명의 사람들을 지나치고, 이번엔 나이가 조금 있으신 노신사를 만나봤다.

중구에서 기업을 운영하시는 송지호씨는 현 정부의 가장 큰 잘못은 '남북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남북간의 모든 대화 채널을 닫고, 북한을 무조건 몰아가고 있다. 지난 정권의 햇볕정책을 수정보완해서 북한과 협력관계로 가야지, 현재 형태로 가는 것은 정부로서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그 다음 문제는 쇠고기 문제라면서 "재협상하고,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평화시위가 폭력시위로 변질되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는 말엔 "대다수 사람들은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되길 바라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취임 이후 국민의 목소리에 전혀 귀기울지 않는 행태 때문에 국민들은 너무 억울한 것이다. 그래서 그 억울함이 북받쳐서 과격한 행동이 가끔은 돌출되는 것 같다. 결국은 정부가 자신들의 행동을 돌이켜 봐야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밝혔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참고로 저 강남 살아요"

음…. 이 정도면 다양한 연령대는 만나본 것 같고, 이번엔 주부를 한 번 만나 봐야겠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사를 하며 다가가니 처음엔 당황하는 서초구에서 온 한 주부. 그러나 이내 웃으며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초창기에 한 번 나왔다가 오늘이 두 번째인데, 초창기에 비해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다소 분위기가 무거워진 것 같다. 초창기엔 중고등학생들이 많았고, 그들이 주도하는 시위였는데, 지금은 누가 주도하는지, 누가 이끌어가는지를 도통 모르겠다. 다만 가족 단위로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이 많고, 집단 보다는 연인, 친구, 넥타이부대 등 개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보이는 시위 현장에 와보니 마음은 뿌듯하다."

조중동의 보도행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엔 "자기들 밥그릇 위해,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말하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나? 자꾸 배후세력이네, 주동자네 이야기하는데 이 주변을 보라. 손잡고 나온 가족들, 팔짱낀 노부부에 웃으면서 뛰어다니는 중고등학생들까지. 이렇게 다양한 연령층을 누가 조종하고 선동하겠나?"라며 "참고로 난 강남 사는 사람이다"라고 덧붙이는 센스를 발휘했다.

몇 명의 국민들을 만나서 대화를 해보니, 생각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강했고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으론 이들의 불신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거기에 자신들의 목소리는 귀기울이지 않은 채 '폭력시위'라는 부분만 부각 시키는 정부와 조중동에 대해서도 강하게 질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좁은 길에서 마주친 노원구에서 온 여고생. 교실에서 쇠고기 수입 반대 스티커도 붙이고 이와 관련해 친구들과 이야기도 주고받는다는 그녀는 "이명박 대통령이 나라를 너무 자기 마음대로만 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나라도 힘을 보태서 그러지 못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나오게 됐다"며 급하게 광화문 쪽으로 달려갔다. 이번 촛불시위의 진정한 배후세력, 고등학생들의 모습이다.

막차 시간은 밤11시 5분. 지금 시간은 10시. 마지막으로 한 사람만 더 만나고 달려가야 버스를 탈 판이다. 가로등 옆에서 서류가방을 옆에 낀 채 촛불을 들고 있는 양천구에 사는 회사원 고민석씨를 만났다.

"정부의 잘못됨을 꾸짖는 학생들에게 미안해서 나오게 됐고, 군에 간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걱정이 돼서 나오게 됐다. 쇠고기, 막말로 우리야 안 먹어도 된다지만, 군에 간 내 아들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먹게될 것 아닌가? 나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촛불을 들게 됐다."

87년 6월항쟁 때 20대 후반의 청춘으로 참여했던 그는 지금의 또다른 6월항쟁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그때는 모든 것이 억압되고, 억눌러진 상태에서 시민들의 분노가 폭팔했다. 지금의 분노는 일단 중고등학생들이 만들어냈고, 인터넷을 통해서 확산된 것 같다. 참, 조중동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

쇠고기 재협상시 정부에서 강조하는 통상마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마지막으로 물어봤다.

"(그래도 해결 방안은) 재협상밖에 없다. 통상마찰에 대해 자꾸 언급하는데 통상 역시 국민이 잘 살자고 하는 것이다. 당장 쇠고기 들여오면 국민들이 못 먹고 못 살 것 같다고 아우성이다. 무엇이 진정 잘 먹고 잘 사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바보 천지들뿐?

6.10 항쟁 기념일인 10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 일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6.10 항쟁 기념일인 10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 일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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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나의 4시간 남짓한 취재활동은 막을 내렸다. 지난 촛불시위 때는 새벽까지 있으면서 취재를 하겠다는 발상을 못했는데, 막상 그 발상을 하고 실천을 하려니 여건이 따라주질 않았다.

종종걸음에서 표를 끊고 시청역에서 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열차가 들어오는데 앞에 '쇠고기 재협상'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들 '쇠고기 재협상' 피켓이나 '조중동 반대'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오늘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촛불시위 참가자들은 바보 천치, 정신이상자다"라고 말했다는데, 내 주위엔 온통 정신이상자들뿐이었다.

아. 끝까지 있지 못해서 아쉽다. 흥분이 가시질 않는다. 터미널에 도착하고 10분 남짓 남은 시간, 200원을 넣고 6분간 인터넷을 하면서 <오마이뉴스>에 접속했다.

'헉. 60만명? 광주 6만, 부산 3만, 대전 1만 5천?'

생각보다 너무 많은 인원 수가 적혀 있어서 놀라 따름이었다. 다음 아고라는 시위의 과격성에 대해 한참 설전 중인 듯싶었다. 재미있는 건 프레시안의 <세계 언론서도 화제 만발한 '컨테이너 장벽'>이라는 기사였는데, 내일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무실로 배달되는 <동아일보>에 과연 컨테이너 장벽에 대한 기사가 어떻게 날지 자못 궁금했다.

현재 시각 새벽 4시 40분. 내일 출근할 일이 걱정되지만, 이렇게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도저히 잠을 청할 수 없을 것 같다. 현재 시위대는 스티로폼으로 연단을 쌓고 컨테이너 박스를 넘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넘는 건 분명 의미가 있을테지만, 지금 넘으면 국민들이 사분오열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오늘이 끝이 아니라 주말까지 이 분위기를 이어서 또 한 번 국민들이 집결하는 장을 만들어야 되진 않을까? 이렇게 내 촛불시위 취재는 끝났다. 이명박 대통령, 과연 내일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casto와 푸타파타의 세상바라보기(http://blog.daum.net/casto)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CASTO, #촛불시위, #6월항쟁, #이명박 대통령, #국민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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