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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가로막힌 운하 계획을 소위 '4대강 재정비'로 이름만 바꾼 '조삼모사' 꼼수까지 동원하여 어떻게든 공사판을 벌이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건설회사 CEO 출신이라는 대통령의 배경을 살펴볼 때, 굳이 필요치 않은 토목 사업을 통해서라도 토건 재벌에 프렌들리한 정책을 시도하고 일시적 경기부양을 꾀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지난 글들에서 태풍의 직접 길목인 낙동강하구를 준설하면, 확장된 수로를 따라 바닷물이 대량 유입되어 해당 지역에 해일 피해를 가중시킬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만, 구체적인 설명을 원하시는 분들이 계시므로 부연 설명합니다. 

1. 조수가 오르내리는 강 하구는 수심이 얕다.

이명박씨는 지난 대선 당시 경부운하에 대하여 "한강과 낙동강을 그대로 이용하고 일부 구간만 연결한다"면서 공사의 규모와 비용을 의도적으로 축소/왜곡하여 왔으며, 주기적인 준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강 하구는 강과 조류가 운반해 온 토사가 끊임없이 쌓이는 곳으로 거의 매년, 혹은 홍수 직후의 준설 작업 없이 수심 유지는 불가능 합니다. 2007년 12월 12일 부산 국제신문 기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하고 있습니다.

낙동강 하구 준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강서구청, 6억 들여 수심 2m 확보

운하 찬성 측에서는 뱃길의 수심에 대하여 9m 혹은 6m를 오락가락 하고 있으며, 교각 사이 간격과 수면으로부터 교량 상판까지의 높이가 밝혀진 이후(다리 83개 문제 발견)에는 “화물선의 규모를 줄이면 된다”면서, 애당초의 경제성 논리를 스스로 부정하는 코미디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준설 및 건설 비용은 골재를 팔아 충당하겠다고 하지만, 강 하구의 토사는 입자가 너무 작아 건설용 골재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위 기사에도 나와 있듯이 골재 수익은커녕, 예산을 투여하여서 겨우 2m 수심을 유지할 수 있었고, 그것도 두 달 만에 토사가 다시 쌓여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골재가 될 만한 강바닥은 극히 한정되어 있다는 점은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기만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것 입니다. 

 2. 운하는 육지 구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선박이 통과하는 대부분의 운하와 강 하구에는 jetty (돌제: 突堤) 라는 방벽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다음 이미지는 미국 루이지애나의 MRGO(미시시피강 출구) 운하 하구로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밝은 직선 부분이 jetty이며, 준설의 결과 방벽 안쪽의 수심이 깊어져 훨씬 어두운 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라인강 하류인 로테르담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준설한 후 콘크리트 방벽을 쌓은 뉴올리언즈 MRGO 운하 하구
▲ Jetty(돌제) 준설한 후 콘크리트 방벽을 쌓은 뉴올리언즈 MRGO 운하 하구
ⓒ 양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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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물이 전혀 없는 상태의 강 하구는 끊임없이 출구를 변경합니다. 상류에서 흘러온 폭우가 하구로부터 배출되는 시기와 만조 혹은 해일로 인해 바닷물의 수위가 높아진 시기가 겹치게 될 때에는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하구의 수압이 커집니다. 이 때 홍수가 발생하여 주변 해안 중 약한 곳을 뚫고 나올 수 있는데, 심한 경우 하구의 위치가 변하거나, 강이 갈라져 흐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하도(河道)를 유지할 목적으로 제방 혹은 jetty를 건설합니다.

Jetty 건설의 또 다른 목적은 연안류(沿岸流)로 인한 퇴적의 방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연안류는 해안을 따라서 일정하게 흐르는 연안 바다물의 흐름으로, 하구에서 배출된 물과 연안류가 수직으로 부딪히면서 유속이 현저히 줄고, 이 때 토사를 강 하구에 떨구어 놓아 선박 운행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연안류와 강의 출수를 분리하여 토사가 쌓이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강 하구의 연장 선상에 jetty를 건설합니다. 만약 하구의 기울기가 완만하여 하구의 수심이 충분하지 않다면, 먼바다까지 준설구간을 연장하고 jetty 건설을 병행합니다. 즉, 운하는 육지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3.  낙동강 출구는 어디?

낙동강 하구(위), 3번 지역 상세 표시(아래)
 낙동강 하구(위), 3번 지역 상세 표시(아래)
ⓒ 양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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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은 하구에서 분기하는 관계로 한강 하구와는 달리 출구의 위치 선택이 필요합니다. 이 지역의 지형을 토대로 배가 다닐 만한 경로를 추정해 보았습니다. 낙동강은 1번 지역에서 분기합니다(상단 지도). 갈라져 나온 낙동강(서쪽)은 낙동강 본류(동쪽)로부터 제방으로 분리되어 있는데다가 강폭도 좁고 수심도 낮아 여러 모로 선박 통행에 불리합니다.

가장 통과 가능성 높아 보이는 지역은 낙동강 홍수 통제소 동편 3번 지역(상단지도)입니다. 하단 이미지는 3번 지역을 자세히 나타낸 것으로, 오른쪽에 낙동강 하구언 구조물이 있고, 중단  좌측에 승용차 1-2대 길이에 해당하는 규모의 배수구가 양쪽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하구언의 구조물을 건드리기 보다는 이 배수구를 변경/확장하여 선박 통행용 갑문을 설치할 가능성이 높으며, 또한 교통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이 구간에 들어올리는 다리(draw bridge)를 건설해야 할 것입니다. 뱃길의 준설도 병행되어야겠죠. 이제 준설이 해일 피해에 미칠 영향에 대하여 논하도록 하겠습니다.

4. 준설 – 태풍 발생시 더 많은 바닷물의 유입

컴퓨터 모델을 통해 1번 2번 지역에서 해일이 넘칠 것으로 예측
▲ 카트리나 침수 시뮬레이션 컴퓨터 모델을 통해 1번 2번 지역에서 해일이 넘칠 것으로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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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히 물길이 바뀌는 1번 지역, 갑문에 가로 막혀 물길이 되돌아온 2번 지역에서 제방이 붕괴됨. 화살표-해일의 흐름
▲ 카트리나 제방 붕괴 지역 급격히 물길이 바뀌는 1번 지역, 갑문에 가로 막혀 물길이 되돌아온 2번 지역에서 제방이 붕괴됨. 화살표-해일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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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즈의 카트리나 사례는 준설이 폭풍해일 피해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 줍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 결과는 홍수에 취약한 지역을 보여주었고, 실제 제방이 붕괴된 지역과 놀랄 만큼 일치했습니다. 위쪽 지도에서 운하를 따라 들어온 물이 1번 지역 앞에서 남북으로 분리되는 것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넘쳐난 물은 운동하던 방향으로 계속 전진하면서 급격하게 물길이 굴절된 1번 지역 제방을 부숩니다. 또 남쪽으로 진행한 물살은 갑문에 가로 막혀 좌측 하단의 미시시피강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대신 갑문 앞쪽인 2번 지역을 공격하여 둑을 터뜨립니다. 위쪽 지도의 좌측 하단을 보시면 갑문 앞쪽에서 물이 소용돌이 치며 수심이 높아지는 분석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5. 낙동강 하구에 적용- 물길의 수직 확대

우리나라의 남해안, 특히 경남 해안은 1959년 사라, 2003년 매미 등 심각한 태풍 피해를 끊임없이 받아왔습니다. 낙동강 하구 준설 이후 가까운 미래에 태풍 사라와 유사 경로/강도의 태풍이 올 경우,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대로 준설과 함께 jetty가 건설된다는 전제로 이야기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노란색 부분이 예상되는 준설 및 jetty 건설 구간입니다.

준설 및 방벽 설치 예상 지역(노란색), 해일 피해 증가 예상지역(빨간색 빗금)
▲ 낙동강 하구 준설 이후 문제점 준설 및 방벽 설치 예상 지역(노란색), 해일 피해 증가 예상지역(빨간색 빗금)
ⓒ 양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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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설 작업의 결과 깊어진 수로를 통해 더 많은 바닷물이 강 하구 쪽으로 빠르게 들어올 수 있습니다. 수심의 변화는 파랑 에너지의 감소와 관계가 깊은데, 일반적으로 파도가 먼바다에서 해안으로 밀려들 때, 수심과 파도의 높이 비가 0.78보다 적어지는 얕은 바다에서부터 파도가 부서지면서 파랑에너지를 잃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하구 지역을 6m 이상 깊이로 준설하면 얕아지는 수심으로 인한 파랑 에너지의 감소 효과가 사라지며, 하구언과 갑문에 막혀 더 이상의 전진이 불가능해진 바닷물이 하구언 바깥쪽에 몰려 수위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해당 지역(오른쪽 지도의 빨간색 빗금)에 해일 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추론하며, 이는 뉴올리언즈 운하의 갑문 앞쪽에서 물살이 소용돌이 치며 수위가 높아진 현상과 유사합니다. 게다가 낙동강 하구 지역은 해일이 좁은 곳으로 몰려드는 깔때기 모양 지형이기도 합니다. 

상세한 침수 수위와 범위는 변경된 수심을 포함하는 기본 설계를 토대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을 수행하여 예측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누가 필수적인 데이터와 모델을 갖고 있으며, 또 찬성 혹은 반대측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공정한 모델을 수행할 수 있느냐의 여부인데, 이후의 상황을 봐서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양영석 기자는 루이지애나 주립대 '허리케인센터' 연구조교입니다. 이글은 딴지일보와 미디어 다음 블로거 뉴스에도 올렸습니다.



태그:#대운하, #낙동강하구, #준설, #해일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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