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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10만인클럽 환경운동연합은 '흐르는 강물, 생명을 품다'라는 제목의 공동기획을 통해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 구간을 샅샅이 훑으면서 7일부터 6박7일 동안 심층 취재 보도를 내보냅니다. 전문가들이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어민-농민-골재채취업자들을 만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또 한강과 금강 구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기획기사를 통해 선보이겠습니다. 이 기획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와 4대강조사위원회가 후원합니다. 10만인클럽 회원, 시민기자,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수많은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특유의 뚝심으로 밀어붙인 4대강사업의 문제점들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댐(보)을 쌓아 흐르는 물을 가둔 결과 유속이 떨어졌고, 영양분의 정체 및 수온 상승을 일으켜 이른바 '녹조라떼'라는 조류 대번성을 가져왔습니다. 또 4대강 주변 지류 하천들에서는 상류 방향으로 하천 바닥 및 측면이 깎여 나감을 의미하는 '두부침식(Head cutting)'이 진행 중입니다.

그 결과 교각을 떠받치던 지반이 약해져, 경기도 여주에서 확인된 것만 5개의 교량이 붕괴(연양천 신진교, 한천 용머리교, 금당천 세월교, 금사천 전북교, 복하천 복대3리교)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4대강의 다른 합류 지천들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역행침식(headward erosion)'이라는 용어도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현재 여주 일대의 침식과 관련된 현상은 '두부침식'이라는 용어가 더 적절합니다.

여주 복대리의 다리 붕괴, 이유는? 

4대강사업 이후 여주군 내에 붕괴된 다리는 5개에 달합니다. 오마이뉴스 '두바퀴 현장리포트 오마이리버' 특별취재팀은 사전 조사활동을 위해 지난 3일 여주군 일대를 방문했습니다. 확인결과 4대강사업으로 인해 모든 지천에서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의 침식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두부 침식으로 인해 올해 7월에 무너졌다.
▲ 무너진 여주시 흥천면 복대리 무명 하천 두부 침식으로 인해 올해 7월에 무너졌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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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의 복대리 무명하천(현지에서는 '주내'라고 부른다고 한다)은 남한강 지류 중 하나인 복하천으로 유입돼 1.4km 정도를 흐른 후 남한강에 합류합니다. 취재진은 복대리 무명하천의 '바닥세굴(incision)' 현상을 주목했습니다. 침식과 퇴적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던 하천에 '인위적인 교란(Disturbance)'을 만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 하천의 3대 물리적 기능인 침식, 운반, 퇴적에 대해서 배웁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경사가 급한 하천의 상류 지역에서는 빠르게 흐르는 물이 하천 주위를 깎아내는 침식작용이 활발하고, 상류와 하류 사이에는 침식되어 하천에 실린 토사나 암석의 운반 작용이 활발하며, 하류 지역에서는 경사가 완만하고 유속이 느려 더 이상 운반하지 못하는 토사를 내려놓아 퇴적작용이 우세합니다.  그러나, 침식·운반·퇴적은 하천의 상·중·하류를 가리지 않고 어디에서라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유입되는 토사량과 유출되는 토사량이 균형'을 이루어 하천 주변 물질의 양이 유지되는 구간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구간을 동적 평형 상태에 있다고 부릅니다.

4대강의 지천들에서 다리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은 4대강사업으로 인해 동적 평형 상태가 깨진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류부터 상류 방향으로 다리가 순차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 두부 침식 진행 중인 복대리 무명 하천 하류부터 상류 방향으로 다리가 순차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 양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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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에 보이는 세 개의 다리 중에서 가장 위쪽의 제일 멀쩡한 다리는 이미 무너져 재시공을 한 것이고, 두번째 다리는 올해 7월에 무너져 상류방향으로 침식이 확산되는 전형적인 '두부침식'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가장 가까이 보이는 맨 앞의 다리뿐만 아니라 재시공한 새다리마저도 다음번 홍수에 무너질 지 모릅니다.

본류의 상류 지역에 비가 내리지 않고 여주 일대에만 폭우가 쏟아지는 경우 지천과 본류와의 수위 차이가 가장 많이 벌어져 침식이 더욱 활발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복대리의 무명 하천은 모래 바닥으로 이루어져 있고, 또 식물들이 뻗어 있어 토양을 붙잡는 효과가 적어서 침식에 취약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복대리 무명 하천과 달리 바닥이 암반이고 식생이 잘 보호돼 있는 여주의 다른 지천도 이 두부침식으로부터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바닥이 암반이고 풀과 나무로 보호되어 침식에 강한 하천도 준설로 인한 두부침식에 무너졌다
▲ 두부 침식 진행 중인 여주군 금사면 금사천의 모습 바닥이 암반이고 풀과 나무로 보호되어 침식에 강한 하천도 준설로 인한 두부침식에 무너졌다
ⓒ 양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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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아 주목 받지 못하고 있지만, 여주 이포보 하단으로 합류하는 금사천도 두부침식의 단계를 잘 보여주고 있습입니다. 위 왼쪽 사진에서 보듯이 금사천은 바닥이 암반으로 되어 있고, 또한 빽빽한 풀과 나무에 의해 보호돼 침식에 상대적으로 강한 하천입니다. 그러나 남한강 준설이 만들어 낸 본류와의 낙차가 강한 물살을 만들어 냅니다. 오른쪽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바위를 부수고 자전거 길을 끊어낼 만큼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한 힘이 계단 모양의 작은 폭포를 만들어 낼 정도였습니다.

4대강사업으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단기간에 토사 및 자갈의 흐름을 방해하는 수십개의 댐(보)이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과도한 준설로 인해 보와 보사이에 하천 바닥의 경사가 이전보다 완만해졌습니다. 4대강사업 공사로 하천의 경사가 완만해져 4대강 본류의 '유속이 급격히 줄었으니 퇴적 작용이 활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분이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4대강사업 이후 하천들이 어떤 양상을 보이고 있는지 개념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레인의 저울'이 말하는 퇴적과 침식  

레인의 저울은 하천의 유량, 경사도 그리고 유입 토사량과 토사의 크기를 비교하여 장기적인 하천의 추세를 분석하는데 유용하다.
▲ 레인의 저울 레인의 저울은 하천의 유량, 경사도 그리고 유입 토사량과 토사의 크기를 비교하여 장기적인 하천의 추세를 분석하는데 유용하다.
ⓒ E.W L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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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E.W. Lane) 박사는 1955년 '안정적인 하천설계(Design of stable alluvial channels)'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하천의 침식과 퇴적, 그리고 평형 조건을 설명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사가 급해 물의 속도가 빠를수록, 또 유량이 많을수록 더 많은 토사를 운반할 수 있으므로 침식이 증가합니다.  그러나 유량과 경사도가 동일하더라도 지반이 모래로 이루어져 있는지, 아니면 암반으로 되어있는지에 따라 침식에 대한 저항력이 다르므로 침식과 퇴적은 단순히 유량과 하천의 경사도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조건들을 반영하여 레인의 저울은 오른편에 하천이 주변 물질에 영향을 주는 에너지(하천의 경사도, 유량) 요인을, 왼편에는 유입되고 있는 토사의 양과 침식에 대한 저항력(토사 입자 크기)을 비교해, 교란요인이 생긴 이후 하천이 어떤 방식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개념적으로 나마 가늠해 볼 수 있는 틀을 제공했습니다. 이 레인의 저울에 4대강사업을 적용해 보겠습니다. 토사와 유량 조건의 변화가 미미하다는 가정하에 유량 추를 완만한 경사 쪽으로 움직여 보았습니다.

레인의 저울에 퇴적으로 인한 완만한 강의 경사를 대입하였더니 추가 침식을 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준설이 가져오는 강의 추세 분석 레인의 저울에 퇴적으로 인한 완만한 강의 경사를 대입하였더니 추가 침식을 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양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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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균형 잡힌 시소에서 한쪽 사람이 뒤로 이동하면 시소가 그 사람 쪽으로 기울듯이, 완만한 경사는 하천 유량 접시를 바깥으로 이동시켜 추는 침식을 가리키게 됩니다. 이와 같은 레인의 저울의 변화는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습니다.

왼쪽이 준설 이전의 하천 바닥 경사도(노란색), 가운데가 준설 직후 하천 바닥 경사도, 오른쪽이 준설 이후 동적 평형을 위한 강의 침식 활동(빨간색 점선 안)이다.
▲ 준설 이후 강의 반응 왼쪽이 준설 이전의 하천 바닥 경사도(노란색), 가운데가 준설 직후 하천 바닥 경사도, 오른쪽이 준설 이후 동적 평형을 위한 강의 침식 활동(빨간색 점선 안)이다.
ⓒ 양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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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하천의 유량과 유입 토사, 그리고 하천의 지질 조건 하에서 하천은 일정한 경사를 유지하려 합니다. 위 그림에서 왼쪽이 준설이전의 하천 바닥경사도(노란색)입니다. 그러나 대규모 준설의 결과 강바닥의 경사도는 억지로 완만해졌고(가운데 노란색 선), 다시 강은 주어진 조건에 대응하는 경사도를 찾을 때까지 강 바닥을 깎아낼 것입니다.(오른쪽 빨간색 점선 안). 그 기울기는 아마도 공사 이전 하천의 경사도와 비슷해질 때까지 일 겁니다. (오른쪽 노란색 선) .

지금까지 레인의 저울의 적용은 경사도 이외에 다른 조건의 변화가 미미하다는 가정하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유입 지천의 규모나 유입 토사의 양에 따라 구간적으로 지질 조건과 유량, 유입 토사량이 무시 못할 규모의 변화를 보이기도 하므로 경우에 따라 재퇴적이 이루어 질 수도 있습니다.

다리 무너짐을 막는 방법

앞서 말한대로, 대규모 준설의 결과 하천의 바닥 경사가 완만해졌고, 다른 조건은 거의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인위적인 경사의 변경은 동적 평형의 파괴를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조건들을 레인의 저울에 적용하니 다시 하천은 경사도의 회복을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모래가 부족한 남한강은 지천의 모래들을 빨아들여 왕성한 두부침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다리가 무너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따라서 지천들의 급격한 역행침식 문제를 줄이려면 다시 4대강 본류에 적절한 경사도를 회복시켜 주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침식이 발생하는 상태로 놓아 둔다면 언젠가는 평형을 이루겠지만, 그 사이에 얼마나 더 많은 교량을 잃어야 될지 알 수 없습니다. 교량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 해결책은 하천 주변에 산을 이루며 흉물스럽게 방치된 준설토를 다시 강으로 쏟아 퇴적을 유도하고 강이 원하는 경사를 찾아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강을 가장 잘 알고 설계·시공 할 수 있는 주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아니라 바로 강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하천학과 자연재해공학을 공부한 후, 콜로라도주립대에서 하천 복원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태그:#4대강, #두부침식, #준설, #동적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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