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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농촌마을을 1000개의 권역으로 나누어 추진되고 있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으로 농촌 곳곳에서 포클레인의 굉음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작년에 거점면소재지 마을종합개발사업이 등장한 데 이어 이명박 정부 들어 새로이 농어촌뉴타운조성사업이 탄생했다. 한미자유무역협정 국회 비준이 가시권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위기에 처한 농촌을 향해 정신없이 쏟아지는 이같은 개발정책의 문제점을 알아본다.

농촌을 잘 살게 해주겠다?

충남 서천군 길산권역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으로 들어서는 커뮤니티센터 조감도
 충남 서천군 길산권역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으로 들어서는 커뮤니티센터 조감도
ⓒ 서천군청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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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농촌을 마을을 잘 살게 해준다며 중앙정부의 각 부처에서 들고 나온 개발정책은 지난 노무현 정권 시절 봇물을 이루었다. 녹색농촌체험마을, 전원마을조성,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농림부), 정보화 마을(행자부), 전통테마마을(농업진흥청), 산촌종합개발(산림청), 어촌체험마을조성(해양수산부) 등이 그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러한 사업에 119조원이 투입되는데 농촌이 왜 살기 어렵냐"는 식으로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는 농민들을 비판했었다.

이들 사업 가운데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이 가장 큰 규모로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의 법적 근거는 2004년 3월에 국회에서 만들어진 '농림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 및 농산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이다. 이 법에 따라 많게는 3~5개까지의 마을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최대 70억까지 투자하여 농촌 마을의 경관 개선, 생활환경정비, 주민소득기반시설 확충 등을 통해 살고 싶고 찾고 싶은 농촌 정주공간으로 만든다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이다.

당초 2013년까지 1000개의 권역을 조성한다는 것이 목표였으나 2013년까지 496개소, 2017년까지 나머지 504개소를 더하는 것으로 계획이 수정됐다. 작년 2007년까지 96개의 권역이 선정되어 착공에 들어갔으며 올해에도 36개의 권역이 선정되었다. 사업 시행은 한국농촌공사가 맡고 있다

이러한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지로 선정되려면 지자체에서 용역업체에 용역을 주어 청사진을 그리게 한다. 이를 농림부에 제출하여 심사에 통과되면 선정이 되는 것이다. 탈락하는 지자체는 용역비만 수천만원 날리게 되므로 해마다 선정지 발표가 나는 날이면 지자체마다 희비가 엇갈린다. 이같은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등 각종 마을 설계용역을 100여 곳 이상 맡아 떼돈을 번 용역업체가 나타나기도 하였다. 한 용역업체에 의해 판박이처럼 마을이 태어나는 것이다.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은 '정주기반 확충사업의 확대판'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즉 '주민 소득증대'라는 핵심이 묻혀버린 채 토목공사 일변도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마을진입로 정비, 축대 쌓아 하천정비하기, 산책로 조성, 커뮤니티센터, 종합안내센터 등등 이루 열거하기도 어렵다. 마을 주민들조차도 무슨 사업이 벌어지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의 마을회관
 현재의 마을회관
ⓒ 서천군청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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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군의 길산권역농촌마을종합개발계획 기본계획서를 보면 지역역량강화(2억4천800만원), 커뮤니티 활성화(13억4천700만원), 통합적 친환경쌀 생산기반구축(24억6천만원), 생태휴양공간 조성(5억5천만원), 주거환경개선(16억4백만원)이란 중간 제목을 달고 모두 68억여원이 토목·건설업자의 수중으로 들어가고 있다.

거점 면소재지 마을종합개발사업은 또 뭔가

이 사업은 도시 및 소도읍 지역과 농어촌 마을을 연계할 수 있는 중간 거점공간으로서의 면소재지의 역할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2007년에 태어났다. 거점면소재지 마을종합개발사업은 2007년에 4개의 권역, 2008년에 4개의 권역을 선정하여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추후 192개 권역을 더 선정하여 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도 새만금사업을 추진했던 한국농촌공사가 맡아서 시행하고 있다.

대상지역의 선정 기준은 ▲인구 3천~1만명의 적정 인구를 유지하고 ▲재래시장, 5일장, 중·고등학교, 대학 등 지역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자원이 분포하는 면으로 ▲사업시행을 통해 지역의 거점 공간으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 대도시나 중소도시, 읍소재지와 연접해 있어 인근 지역에서 기초서비스를 충족하는 면 지역은 제외한다. 이 사업 역시 정주기능 강화로 농어촌 지역 활성화에 기여함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어떻게 해서 주민 소득 창출로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다.

국고 80%, 지방비 20%의 비율로 권역당 3년 동안 70억원 이내에서 지원되는 이 사업도 토목공사 위주로 흐르고 있다. 가로 정비, 공동주차시설, 승강장 설치, 공공화장실, 다목적 복지회관, 건강관리시설, 운동 휴양시설, 가로 경관 정비, 마을숲 녹지 정비, 재래시장정비, 지역축제 활성화, 경관 조형물 설치 등 각종 사업이 '생활편익·문화복지 기능강화', '경관 개선기능강화', '문화활동·지역홍보사업지원' 등 알 듯 말 듯한 중간 제목 아래 지역 주민들을 혼란케 하고 있다.

농어촌뉴타운조성사업까지 등장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3월 18일 전북 전주 생물산업진흥원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창조적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농어업에도 경영의 개념을 도입하여 시장 개방에 적극적·공세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실천 방안으로 네덜란드의 예를 들며 ▲농식품 유통혁신 ▲핵심인력 양성 ▲식품산업 육성 ▲규제 완화 등을 실천 과제로 꼽고 시군단위별로 유통회사를 설립, 30~40대 인력을 유치할 뉴타운 조성, 식품제조업의 활성화, 농지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을 제시했다.

이러한 보고 내용에 대해 이 대통령은 "보상·지원해 주는 시혜적 차원으로는 농촌을 살릴 수 없다"고 말하고 "흩어져 있는 농촌을 한 곳에 모아서 교육과 문화가 있고 사람 살기 좋은 곳,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있는 곳, 젊은이들이 삶을 즐기는 문화와 환경이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농촌에도 이른바 '뉴타운' 조성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즉 지역 농업의 핵심 인력으로 성장할 귀향한 젊은 인력이 쾌적한 주거환경과 교육여건이 좋은 일정 지역에 모여 영농에 종사하도록 농어촌 뉴타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수요가 확인되고 부지가 확보된 시·군을 대상으로 2009년에 시범사업으로 10개소를 선정,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업무보고에서 드러난 농수산식품부의 정책방향은 농업의 공공성 강화가 아닌 자본의 투입을 통한 기업화, 상업화이다. 이에 따라 "결국 농민이 농업노동자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게 일고 있다.

우리가 농촌을 미래의 희망이라고 부르는 것은 농촌의 지속가능한 성격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기업경영식 농촌 정책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뉴타운조성사업이란 명분을 내세워 토건자본은 갈증을 풀 것이며 농촌은 안마당까지 송두리째 내주는 결과를 맞을 것이다.

이로 인해 수 천년 내려온 농촌공동체의 전통은 급속한 해체의 길을 걷게 될 것이 불보듯 훤하다. 농사지어 생산비도 건지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하늘의 순리를 배반할 수 없다"며 농사를 지어온 우리의 농심이 농촌을 지켜왔다. 네덜란드의 농촌이 앞서가고 있는 이유는 기업정신 때문이 아니라 농업인에 대한 높은 수준의 보조금 때문이라는 측면이 더욱 강한 것을 정부는 왜 모를까.

덧붙이는 글 | 이글은 <뉴스서천>에 실렸습니다.



태그:#농어촌뉴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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