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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촨 시내에서 가장 큰 칭전스인 난관 사원. 18세기에 세워졌지만, 문화대혁명 시기 파괴되어 중건된 탓에 옛 모습을 찾기 어렵다.
 인촨 시내에서 가장 큰 칭전스인 난관 사원. 18세기에 세워졌지만, 문화대혁명 시기 파괴되어 중건된 탓에 옛 모습을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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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어떤 진리보다 알라의 말씀보다 올바르고 진실한 것은 없습니다. 코란에 적힌 알라의 말씀을 평소 생활에 실천하는 것이 우리 회족 이슬람교도의 기본원칙이지요."

중국 닝샤 회족자치구 인촨시 난관칭전스에서 만난 마중이(46)는 단언했다. 회족 이슬람교도인 마는 "중국 내 모든 회족은 알라의 말씀을 따르는 무슬림"이라며 "종교가 회족만의 민족 정체성을 지켜주는 강력한 보루"라고 힘주어 말했다.

회족은 중국 내 소수민족 중 3번째로 인구가 많다. 2004년 현재 13억 중국 인구 중 55개 소수민족은 1억8600만명에 달한다. 그 중 광시자치구에 거주하는 좡(壯)족이 1617만 명으로 가장 많고, 동북3성에 집중 거주하는 만주족이 1068만 명으로 그 뒤를 잇는다.

회족은 981만명으로, 인구수에 있어 분리 독립 경향이 짙은 위구르인(839만명)이나 티베트인(541만명)보다 훨씬 많다. 거대 소수민족과 달리 회족에겐 집중된 거주지가 없다. 닝샤가 회족자치구로 독립된 행정지역이긴 하지만, 인구는 같은 지역 내 한족보다 적다.

아랍과 중앙아시아에서 이주해 중국화한 무슬림, 회족

예부터 회족이 집중하지 않고 크게 분산되어(小集中, 大分散) 중국 전역에 거주하게 된 데에는 역사적 배경에서 유래된다. 본래 '회족'이란 명칭은 '회회민족'의 약칭이다. 회족의 선조에 관한 학설은 다양하지만, 크게 두 시기에 걸쳐 중국에 이주한 서역과 중앙아시아 출신 이슬람교도를 가리킨다.

첫 번째는 7세기 아랍과 중앙아시아에 살던 이슬람교도가 당나라와 교역하기 위해 실크로드를 따라 장안과 동남해 연안도시에 이주한 것. 두 번째는 13세기 몽골군의 3차례에 거친 서정을 통해 중동인, 즉 색목인이 중국에 대거 들어와 원나라의 중간 관리층을 형성한 것이다. 원대 신분계급의 상층부를 이룬 색목인을 한족은 회회교(이슬람교)를 믿는 민족이라며 회족이라 불렀다.

회족은 수세기에 걸쳐 여러 민족과 통혼하면서 점차 토착화했다. 이에 오늘날 회족의 겉모습에선 중앙아인의 향취를 별로 찾을 수 없다.

이는 회족이 이교도와 결혼하는 것에 대해서도 관대한 태도를 취한 데서 비롯된다. 회족은 같은 이슬람교도인 위구르인 뿐만 아니라 불교를 믿는 몽골인·티베트인에다 종교가 없는 한족과도 혼인을 맺는다.

마중이도 약간 높은 코에 검붉은 피부를 지니고 있지만 위구르인처럼 뚜렷한 중앙아인의 풍모는 없었다. 마는 "내 선조도 옛날 우즈베키스탄에 살다 중국으로 왔다"면서 "긴 세월 동안 중국에 살다보니 겉모습은 한족과 별반 차이가 없이 변했다"고 말했다.

시안 시양스에서 건과류를 파는 한 회족 중년여성. 회족은 한족과 달리 예배모를 쓰거나 두건을 두른다.
 시안 시양스에서 건과류를 파는 한 회족 중년여성. 회족은 한족과 달리 예배모를 쓰거나 두건을 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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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철거될 자전거 수리점포 앞에서 오토바이를 수리하는 회족 상인. 회족이 많이 거주하는 중국 서북부 지역이 고도의 경제 성장에 소외되면서 회족 사이에 불만이 늘고 있다.
 조만간 철거될 자전거 수리점포 앞에서 오토바이를 수리하는 회족 상인. 회족이 많이 거주하는 중국 서북부 지역이 고도의 경제 성장에 소외되면서 회족 사이에 불만이 늘고 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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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라가 멸망한 뒤 색목인의 특권은 사라졌지만, 회족은 중국 각지에 중국식 모스크인 칭전스를 건립하고 이슬람 커뮤니티를 형성해갔다. 회족은 중국 성씨를 사용하고 과거에 급제하는 등 중국인으로서 생활에 충실했다.

명·청 왕조는 이런 회족의 노력을 인정하여 이슬람 신앙의 자유와 아랍어 사용을 보장했다. 17세기 원시 유교와 이슬람 철학을 융합한 왕대여의 책은 유교학당의 교과서로 쓰이기까지 했다. 명대 초기 아프리카까지 원정한 '정화'는 회족으로 본명은 '사이드 하지'라는 무슬림이었다.

회족과 중국 왕조 간의 긴장도 여러 차례 있었다. 역시 그 원인은 신앙의 자유를 억압한 조치에 따른 것이었다. 19세기 청조의 이슬람교도 탄압과 과도한 세금 포탈에 회족은 간쑤와 닝샤 곳곳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1856년 서남부 윈난성에서 4000명의 무고한 이슬람교도를 살육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회족은 봉기하여 '평남국'이라는 이슬람국가까지 건국했다. 회족 지도자인 두문수가 다리에서 세운 평남국은 20년 동안 윈난성 대부분 지역을 통치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평남국은 1873년 청에 의해 멸망했지만, 한족의 민심을 돌보고 이슬람과 중국 문화의 공존을 꾀하면서 회족 정체성을 추구했다.

색목인 특권 사라졌지만 이슬람은 남았다

오후 예배를 앞두고 예배당을 찾을 회족 무슬림을 맞을 준비를 하는 시관칭전스.
 오후 예배를 앞두고 예배당을 찾을 회족 무슬림을 맞을 준비를 하는 시관칭전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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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회족은 외모 뿐만 아니라 문자·언어 면에서 한족과 차이가 없다. 평소 회족은 한자를 쓰고 중국어로 대화한다. 종교의식 중에서 아랍어나 산스크리트어를 쓰긴 하지만, 이마저 완벽히 구사하는 회족은 그리 많지 않다.

의복도 한족과 동일하지만, 회족이라면 꼭 쓰는 것이 있다. 바로 남성이 쓰는 흰색이나 검은색의 원형 모자인 예배모와 여성이 머리를 덮어 두르는 두건이다. 여성의 두건도 닝샤와 간쑤 일대에서는 소녀나 갓 결혼한 여자는 녹색을, 중년여성은 청색을, 노년여성은 백색을 두른다.

회족은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한족과 달리 무슬림답게 전혀 입에 대질 않는다. 대신 양고기와 밀가루를 즐겨먹는 회족은 중국 전통을 흡수하면서 독특한 음식문화를 창조했다. 중국 서북지역에서 즐겨먹는 양러우파오모는 양고기 탕에 밀가루 떡을 잘게 찢어 넣어먹는 대표적인 회족 음식이다.

회족이 양고기를 즐겨먹는 것은 이슬람의 율법에 따른 것이다. 이슬람교는 교리로 양·소·닭·오리를 먹고 돼지와 야생고기를 먹지 말도록 규정했다. 전자의 가축은 성격이 온순하고 몸에 유익하지만 돼지는 더럽고 야생동물은 인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회족은 쌀보다 밀가루 음식을 즐겨 회족 음식 중 60% 이상엔 밀가루가 들어간다.

겉은 한족과 유사하지만 문화·종교는 전혀 달라

1949년 중국 대륙을 손에 넣은 사회주의 정권은 소수민족과 종교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왔다. 1966년 문화대혁명 시기 홍위병에 의해 각지의 칭전스가 파괴되는 운명을 겪긴 했지만, 중국정부는 10여개 민족과 2000만 명이 넘는 이슬람교도를 회유하고자 종교적 자유를 보장해왔다.

중국은 개혁개방정책 이후 적극적인 이슬람 우호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는 회족·위구르인·카자흐인 등 이슬람교도에 대한 배려 뿐만 아니라 중동 국가들에 대한 외교적 고려도 한몫한다. 회족도 티베트인이나 위구르인과 달리 중국정부의 정책에 순응하는 편이었다.

한동안 회족은 중국정부에 근심거리를 주지 않는 소수민족인 듯 싶었지만, 금세기 들어 그 양상이 바뀌고 있다. 2004년 10월 29일 중국 중부 허난성 중머우현에서 일어난 회족과 한족의 종족분쟁은 대표적이다.

회족 택시기사가 6살 난 한족 여자아이를 치어 숨지게 하자, 여아 가족과 친척, 마을 주민들은 보상을 요구하며 택시기사가 사는 회족 마을로 몰려가 항의했다. 보상문제가 원활히 해결되지 않자, 양측은 농기구와 몽둥이로 무장한 채 충돌했고 14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중국에서 일어난 대표적 종족 분쟁의 하나인 중머우 사건이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자, 중국정부도 7명이 사망하고 42명이 다쳤다고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유혈사태 후 중국정부에서 무장경찰을 동원하고 현지에 계엄령을 선포하고서야 안정을 되찾았다.

작년 8월 17일 산둥성성 후이민현에서도 한족과 회족 주민 간에 유혈 충돌이 발생했다. 회족 청년이 도둑으로 몰려 한족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자, 회족 주민들이 상점을 습격하면서 민족 분규로 비화했다. 수천명의 한족과 회족 주민들이 난투극을 벌여 20명 이상이 죽거나 다쳤다.

중국정부의 바람과 달리 한족과 회족 간의 종족 분쟁이 빈번한 것은 양 민족 간의 뿌리 깊은 반감과 문화·종교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회족은 외모가 한족과 유사하지만 민족적 유래와 역사적 배경이 전혀 다르다. 이슬람을 신봉하는 회족의 생활방식은 한족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회족 집단 거주지가 경제성장에서 소외되어 낙후한 것도 분쟁 위험을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회족은 중국 중·서부 지역에 넓게 흩어져 살아 중국 사회에 융합된 민족으로 인식됐다"면서 "1980년대 이래 많은 회족 거주지가 고도성장한 연해 지방이나 도시와 달리 경제 발전에서 소외되면서 회족도 큰 불만을 품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식 예배에 앞서 코란을 독경 중인 한 회족 무슬림. 대부분 이슬람 경전은 한자로 번역되어 읽히고 있다.
 정식 예배에 앞서 코란을 독경 중인 한 회족 무슬림. 대부분 이슬람 경전은 한자로 번역되어 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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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실한 무슬림은 하루 5차례 칭전스를 찾아 예배를 드린다(왼쪽). 시관칭전스는 운영과 관련된 수입과 지출의 세부사항을 달마다 공표하고 있다. 운영이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일부 한국 대형교회보다 한결 투명하고 공개된 운영 방침을 적용하고 있다.
 독실한 무슬림은 하루 5차례 칭전스를 찾아 예배를 드린다(왼쪽). 시관칭전스는 운영과 관련된 수입과 지출의 세부사항을 달마다 공표하고 있다. 운영이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일부 한국 대형교회보다 한결 투명하고 공개된 운영 방침을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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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기 들어 종족 분쟁 빈발, 이슬람 우선주의자도 늘어

현재 중국정부는 같은 이슬람교도이자 거주지도 서북부에 몰려있는 회족과 위구르인의 협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회족과 위구르인 문제는 한족과 벌이는 종족 분쟁 뿐만 아니라 종교 문제까지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정부는 위구르인의 이슬람 성지 방문에 큰 차별을 하는 것과 달리 회족의 출국엔 별다른 제약을 가하지 않고 있다. 위구르인의 분리독립운동을 테러로 규정하고 강력히 탄압하면서도 회족의 종족분쟁은 지방의 사회문제로 한정시키고 있다.

란저우 시관 칭전스에서 만난 양즈민(36)은 "중국정부는 회족의 종교 활동에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는다"며 "란저우에 세워진 적지 않은 칭전스 건립에 여러 가지 세제상 혜택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더즈는 "시관칭전스만 해도 회족 무슬림의 기부 외에도 지방정부에서 약간의 경제적 지원을 했다"면서 "정부에서 가끔씩 신자들의 동향을 체크하긴 하지만 칭전스는 회족 무슬림이 독자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무차별적인 한족의 이주와 경제적 소외감에 따른 불만은 엄연히 존재한다. 산시 시안에서 회족이 집단 거주하는 시양스에서는 날로 늘어나는 외지 출신 한족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회족 원주민 장즈롱(34)은 "후이팡제와 시양스에 한족이 잇달아 이주하여 가게를 열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일부 외지 한족은 기본적인 상도의도 지키질 않아 회족 원주민의 불만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한 중년여성은 "한족은 회족인양 행세하면서 장사한다"면서 "돈벌이를 위해서는 이슬람교도 이용할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인촨에서 만난 시베이민족대학의 한 학생은 "회족 가운데도 무슬림이기보다는 중국정부가 뿌린 중화사상과 사회주의에 경도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을 수박(밖은 푸른색의 무슬림, 안은 붉은 중국공산당)이라 부른다고 소개했다.

마중이는 "수박 같은 회족이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대다수 회족은 자신이 중국인임을 부정하지 않지만 무슬림의 정체성을 결코 버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는 "국가와 종교를 선택하라면 회족 무슬림은 이슬람을 선택할 것"이라며 "그 이유는 국가는 영원하지 않지만 이슬람은 영원불멸하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한 식당 안에 걸린 이슬람 성지 메카의 사진 아래 사랑을 속삭이는 한 회족 젊은 연인. 수박도 늘지만 이슬람 우선주의자도 급증하고 있다.
 한 식당 안에 걸린 이슬람 성지 메카의 사진 아래 사랑을 속삭이는 한 회족 젊은 연인. 수박도 늘지만 이슬람 우선주의자도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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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회족, #수박, #민족분쟁, #칭전스, #이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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