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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주민들은 오늘(29일) 오전 11시 30분 삼성중공업 김징완 사장이 지역발전기금 1천억원 출연을 골자로 한 기름유출 사고 대책 발표에 대해 전면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오후 3시 태안군통합대책위 구성 회의장에서 만난 어민 국아무개씨는 삼성중공업의 지원책 발표 소식을 접하고는 "어림잡아 피해액이 3조에 달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인데 겨우 1천억으로 여론의 비난과 면피용으로 삼으려는 불순한 발표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흥분했다.

 

이어 김진묵 서산수협 대책위원장도 "1천억원은 말도 안 된다. 어떤 근거로 책정했는지 모르겠다"며 "태안군민을 우롱하는 짓으로 반성의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또 문성호 태안유류투쟁위원장은 "태안군민과 전쟁을 선포한 것과 다름이 없다"며 "윤리경영을 외치며 도덕적 책임을 다 했다는 삼성중공업이 피해 주민을 위한 대책이 고작 그 정도냐"며 "이제부터 태안군민과 전쟁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태안군민들이 삼성중공업의 지원책 발표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로 궁지에 몰린 삼성그룹이 여론을 돌리고 위기를 넘기려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민 홍아무개씨는 "태안어민들에게는 삶 그 자체인 바다를 다 죽여 놓아 사실상 태안어민 전부를 죽인 거나 다름없는 살인자가 시종일관 부인하다가 이제서 반창고나 하나 사서 치료하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왜 느닷없이 태도를 바꾸었는지 궁금하다"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징완 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 특검과 무관하다고 밝혔으나, 지역 주민들 여론은 다르다. 어제(28일) 삼성특검이 이재용 전무를 강도 높게 조사를 하고 삼성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자 불리한 여론을 돌리는 데 국민 관심사인 '태안기름사고'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여기에 오는 3월 3일 오전 10시부터 대전지검 서산지원에서 열리는 삼성크레인 선단과 사유조선 사고 관련 3차 공판이 열린다. 이 공판에서는 크레인 선단에 대한 삼성중공업의 사용자적 지위에 대한 집중 심리를 위해 관련 증인 9명을 출석하도록 되어 있다.

 

이날 공판에서 삼성중공업이 크레인 선단과 업무 연관성이나 사용자적 지위가 드러날 경우 삼성중공업은 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뿐 아니라, 향후 어민들의 주장처럼 무한 배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매우 큰 중요한 재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삼성 중공업이 대부분 신문들이 주말판을 휴간하는 금요일(29일) 오후 2시까지 엠바고를 요청해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사뭇 3월 3일자 조간신문의 기사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한편 이완구 충남도지사가 삼성 중공업의 지원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진태구 태안군수는 오후 3시부터 열린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회의 이후 공식입장은 아니지만 "지역 주민들의 정서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지원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후 5시경 구성된 통합 대책기구인 '태안군 유류피해민 연합대책위원회'는 이용희 군의회 의장을 위원장으로 선출했고, 이후 대책 회의에서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대책위는 앞으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는 등 삼성중공업의 지원책에 대해 오히려 반발 기류가 커지고 있다.


태그:#기름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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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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