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누군가 그랬던가? 미국은 기회의 땅이며 아메리카 드림을 이룰 수 있는 곳이라고…. 비행기라고는 군대에서 휴가 나올 때 타본 적 없는 나는 학교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80명의 친구들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날짜마저 바뀌는 긴 여행을 뒤로 한 채 한 겨울인 한국과는 사뭇 다른 LA 국제 공항에 내렸다. 공항밖에 거대한 나무들과 많이 다른 사람들 그리고 우리를 마중 나온 호프대학 관계자들을 보고 여기가 한국이 아닌 미국임을 느낄 수 있었다.

공항에 대기중이었던 버스 입니다. 한국이 아닌 미국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pick up 버스 공항에 대기중이었던 버스 입니다. 한국이 아닌 미국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박성민

관련사진보기



약 1시간 30분을 달려 대학 기숙사에 도착 짐을 풀고 먼저 와있던 룸메이트와 인사를 했다. 그의 이름은 ‘샘’, 프랑스 사람이란다. 한참 나이 있어 보이는 얼굴에 말이 많고 참견이 많은 프랑스인 같다. 그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일을 나와의 많은 트러블을 예상하지 못했다.

도착해서 3일 동안 주변 지리를 익히고 은행계좌를 만들고 사물함을 만들고 국제우편을 하는 법을 배우는 등 모든 것이 새로운 것이 마치 다시 군대에 들어가 이등병이 된 기분마저 들었다.
자주 다녔던 교차로 입니다. 미국적인 모습입니다.
▲ 학교 근처 교차로. 자주 다녔던 교차로 입니다. 미국적인 모습입니다.
ⓒ 박성민

관련사진보기


본격적인 수업일수가 시작하기 일주일전 학교로부터 미션이 주어었다. 버스만을 이용해서 공표한 목적지에 도착 증거물로 꼭 단체 사진을 찍어 오라는 것.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전혀 알지도 못하는 길, 지도 하나와 3달러짜리 one-day pass card 하나로 헤쳐 나가야 하다니…. 새로운 무언가를 한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그 때 까지만 해도 미국(특히 서부 캘리포니아)이 대중교통이 한국만큼 편리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과연 미국은 넓은 나라였다. 버스 정류장을 찾아 걸어가는데만 10분 가까이 걸렸다. 그리고 듣던 대로 버스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1시간에 한 대 꼴로 배차간격이 벌어져 있었다. 시간을 잘못 계산하여 차을 놓치면 다른 팀 보다 1시간을 손해 보는 격이었다. 

우리가 연수를 온 지역(캘리포니아주 풀러턴)은 LA나 뉴욕과 달리 대중교통 체계가 그리 잘 되어있지 않은 곳 이었다.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워낙 개인 승용차 비율이 높아서 이용객 수도 거의 없다고 한다.

학교근처 버스 정류장입니다. 실제로 버스를 탄 곳은 멀리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 Bus Stop 학교근처 버스 정류장입니다. 실제로 버스를 탄 곳은 멀리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 박성민

관련사진보기


낯선 버스안의 풍경들 한국의 버스와는 사뭇 달랐다. 그 흔한 백인이 한명도 없었고 오로지 멕시코인들과 우리 일행들 그리고 흑인 버스기사 만이 고요 속을 달리고 있다. 한국 버스와 달리 좌석 간격이 넓었다. 차창 밖으로 그토록 가고 싶었던 LA 엔젤스 스타티움이 보였다. 나는 흥분했고 얼른 카메라를 꺼내어 그 찰나를 담아낼 수 있었다.

가는 내내 조용했지만 돌아오는 길은 멕시칸 아이들의 수다소리로 시끌벅적 했습니다.
▲ 버스안 풍경 가는 내내 조용했지만 돌아오는 길은 멕시칸 아이들의 수다소리로 시끌벅적 했습니다.
ⓒ 박성민

관련사진보기



도착지까지는 아직도 1시간가량 남은 관계로 전부 다 잠에 빠져들었다. 한참이 지났을까 도착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버스는 모르는 곳에 정차하여 계속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

그때서야 버스 안에 울고 있는 흑인 어린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버스기사는 경찰에게 전화하기 위해 버스를 정차하고 있었던 것이다. 40분 가까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신기한 것은 승객들 아무도 항의를 하거나 불만을 표시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일행만이 이상하게 생각하며 초조해 하고 있었다. 그들의 생활속엔 매우 자연스런운 모습이었던 것이다. 선진국일 수록 여자와 어린아이, 장애인이 존중된다는 이야기는 허언이 아니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장애인을 위해 기꺼이 하차해 도와주는 버스기사도 볼 수 있었다. 그 동안 총과 욕설이 난무하는 미국영화에 박혀있던 미국의 다른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덧붙이는 글 | 4개월간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써보고 싶습니다.



태그:# 미국여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