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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 혼자 오니?"
"우진이 아빠는 막걸리 사러갔어."

보쌈을 먹으러 오라고 했더니 보쌈에는 막걸리가 최고라면서 막걸리를 사러 갔단다. 잠시 후 사위는 막걸리 4병을 사가지고 들어왔다. 난 "웬 막걸리를 4병씩이나 사왔어? 집에 맥주도 잔뜩 있는데" "서울 쌀막걸리, 국순당 쌀막걸리 골고루 사왔어요.보쌈에는 역시 막걸리가…"하며 웃는다.

"그래 잘했어. 보쌈에는 맥주보다는 막걸리가 제일 잘 어울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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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쌈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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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 김장을 했다. 비도 오고 김장도 일찌감치 끝나 목삼겹살을 사와 보쌈도 준비했다. 남편은 며칠 전부터 김장하는 날에는 배추 된장국에 보쌈을 먹어야 김장하는 기분이 난다고 했다. 또 사위도 무슨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찍 퇴근을 했다. 하여 오랜만에 일찍 들어온 식구들을 위해 김장 겉절이에 따뜻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거기에 보쌈까지 준비했으니 진수성찬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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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삼겹살에 월계수잎, 양파, 마늘, 생강,된장을 넣고 50분~1시간정도 푹 삶아준다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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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삼겹살 2근, 월계수잎 3장, 양파 1개,마늘 5쪽, 생강 조금, 후추, 계피 약간, 된장 1큰술, 소주 조금을 넣고 끓였다. 단 고기를 맛있게 먹을 것이라 처음부터 물과 고기를 넣고 함께 끓이는 것보다는 끓는 물에 고기를 나중에 넣으면 고기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반대로 국물을 맛있게 먹으려면 처음부터 물과 고기를 함께 넣고 끓이면 맛있는 국물을 맛볼 수 있다.

압력솥에 물을 넉넉히 부은 후, 물이 펄펄 끓으면 거기에 준비한 부재료와 돼지고기를 넣고 함께 삶기 시작한다. 소주와 된장, 월계수잎과 계피를 넣고 삶아 주면 돼지냄새와 잡냄새를 제거할 수 있어 좋다. 또한 목삼겹살은 비계가 적당히 있어 고기가 연하다.

50분~1시간 정도 충분히 삶은 후 스텐 젓갈로 푹 눌러서 쉽게 들어가면 다 익은 것이다.

그때 잘 삶아진 고기를 꺼내어 썰면 된다. 압력솥에 삶은 고기는 썰 때도 부숴질 정도로 아주 잘 익는다. 보기에도 연한 고기와 무채, 배추속, 굴과 한접시에 먹음직스럽게 담아낸다. 새우젓을 같이 곁들여 먹으면 소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기름기를 쫙 뺀 목삼겹살은 새우젓과 함께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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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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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쌈을 큰 접시에 담아 식탁에 올려놓았다. 보쌈을 보더니 밥은 조금  있다가 먹고 우선 막걸리를 마시자고 한다. 막걸리를 한잔씩 따르고 건배를 한후 마셨다. 안주로는  노란 배추속에 무채, 목삼겹살, 굴, 새우젓을 넣고 한입 가득씩 넣는다.식구들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보쌈을 한입 가득 물고 딸아이는 "음 고기가 살살 녹는다. 살살 녹아. 다음에는 돈 주고 보쌈 사먹지 못 할 것같아. 이렇게 한 접시에 얼마를 받는 거야. 그리고 이정도로 푸짐하지도 않아. 그치 그치" 제 남편을 쳐다보면서 말을 한다. 사위도 한입 가득 문 채 고개만 끄덕 끄덕 거린다. "별 일 없으면  엄마가 해줄게 그거 뭐 어려워. 재료만 사와" 하니 그러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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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쌈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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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두 잔에 보쌈을 먹으니 밥 생각은 저만치 달아나고 말았다.  딸아이는 "엄마 오늘 김장하느라 힘들었지?"하며 한잔을 더 따라준다. "글쎄? 막걸리를 마셔서 그런가 지금은 괜찮은데" 주말이 아닌 평일에 가족들이 모여 집에서 직접 준비한 배추속에 무채를 넣고 보쌈을 먹으니 정말이지 김장한 것 같았다. 또 오랜만에 걸죽한 막걸리가 맛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막걸리를 마셔서 그런가 전날부터 김장하느라 힘들었던  몸이 가벼워 진 것 같기도 했다.
썰어 놓은 고기를 더 가지고 왔다. 열심히 먹는 모습들을 보니 어느새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었었다. 피로가 풀리는 나른한 초겨울 하루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태그:#보쌈, #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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