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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가 끓여준굴 떡국
 사위가 끓여준굴 떡국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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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OO육수라는 게 있어?"하고 놀라자 며느리가 "어머니 OO육수가 아니고요. 요즘 동전 육수가 많이 나오잖아요. 그런 육수 중에 한가지인데 그런 상표는 없고 그와 비슷한 상표가 있어요" 한다.

이번 설 명절에 사위가 굴 떡국을 끓일 줄 거라면서 가족 톡방으로 레시피를 보내왔다. 나중에 레시피를 자세히 읽어보니 "우리 집에 OO육수가 있는데 그거 가지고 가서 끓여드릴 게요"라고 적혀 있었다. 이런 저런  동전 육수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집에서 직접 육수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 맛을 잘 모르고 있기도 하다.

사위는 가족들과 미리 산소에 갔다 왔다고 한다. 그 덕에 설 명절을 우리와 함께 보낼 수 있었다.

몇 년 전부터 그래왔듯이 명절 전날 외식을 했다. 설 명절에는 간단히 떡국을 끓여 먹으려고 준비해놓은 재료들이 우리 집에도 있었다. 명절날 아침 사위는 동전 육수와 굴 3봉지를 가지고 왔다. 그 외에는 내가 미리 준비해놓은 재료들을 사용하기로 했다. 사위가 오기 전에 들통에 물 5리터를 끓여놓았다. 당근 대파 등도 다듬어놓았다.

사위가 끓인 떡국, 내년엔 아들 차례?

굴 떡국 7인분 끓이기
떡국 떡 적당히, 만두 조금, 싱싱한 굴
당근 1개, 대파 2뿌리, 달걀 3개, 김3 장 또는 김 가루 많이, 소금 약간, 7인분 냄비 (물 5리터), 동전 육수


사위가 주방에 있으니 딸도 며느리도 나도 주방에서 서성거려졌다. 재료들은 모두 사위에게 맡기고 어깨너머로 살짝살짝 넘보기도 했다.

1. 끓는 물에 먼저 동전 육수를 넣는 듯했다.
2. 굴과 떡국 떡을 넣고 한바탕 끓인다.
3. 당근, 마늘, 대파, 달걀을 풀어서 넣고 후춧가루도 넣었다. 대충 그런 순서대로 떡국을 끓인 것 같다.
4. 마지막으로 집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그릇에 옮겨 담고 김가루를 뿌려주었다. 솔솔 풍기는 좋은 냄새가 입맛을 다시게 한다. 굴이 들어가서인가 해물 냄새도 물씬 나는 듯했다.


집에서 가끔 음식을 만들어 준다고 딸에게 익히 전해 들은 바 있다. 그래서인가 재료들을 만지는 솜씨며 칼 사용하는 솜씨가 아주 익숙해 보였다.

드디어 굴 떡국이 먹음직스럽게 한 상 차려졌다. 모두가 조용히 맛을 본다. "음~~~ 와 정말 맛있다. 엄마도 얼른 맛보세요"한다. 사위는 떡국 맛의 평가가 조금은 궁금했으리라.

나와 남편도 한 숟가락 떠서 맛을 봤다. 정말 맛있다. 진한 육수의 맛이 느껴졌다. 난 명절에 고기 떡국을 끓이면 작은 국그릇의 반 정도만 먹는다. 하지만 그날은 한 그릇 가득 먹었는데도 더 먹고 싶은 맛이었다. 들통으로 반 이상 넘게 끓였는데 바닥을 보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모두가 두 그릇씩 먹은 것이다. 나도 모르게 "와 정말 맛있다. OO육수로 끓여서인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모두가 그렇다고 하면서 한바탕 웃었다.

사위가 떡국을 끓여준다고 했을 때 안 끓여줘도 괜찮다고 했지만 사위는 한번 끓여드리고 싶다고 전해왔다. 자꾸 거절하는 것도 아닌 듯해서 "그럼 기대해볼게" 했었다. 기대 이상이었다. 솔직히 내가 끓인 것보다 더 맛있었다. 사위의 진심 어린 정성이 한몫 단단히 한 것 같다. 그렇게 유쾌한 식사를 마치고 세배 받고 덕담도 나누었다.

다음날 며느리한테 메시지가 왔다. 아들이 "내년 떡국은 뭐하지?" 하면서 유튜브를 검색하고 있다고 한다. 사위가 떡국을 끓이고 있을 때 아들한테 모두 진담 반 농담 반 식으로 "내년에는 네가 끓일 차례다"라고 했었는데, 아마도 그 말이 마음에 남았나 보다. 내년 설 명절에는 아들이 끓여준 떡국 맛을 볼 수 있을까? 그 맛은 과연 어떨지 벌써 기대가 된다.

태그:#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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