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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함.

 

지난 11일 찾은 목상동, 인천 계양산 골프장 개발을 위해 불법으로 산림을 훼손해 고발당한 롯데 측이 해당 지자체로부터 원상복구명령을 받고 식재한 나무들이 고사하고 있는 예정부지의 모습 그 자체이다.

 

대부분의 나무들은 껍질째 벗겨지면서 죽어가고 있다. 이것을 보고 롯데 측은 자연스럽게 숲이 사라진 것이라고, 원래부터 훼손된 부지라고 자신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골프장 예정부지는 롯데 측이 말한 대로, 황폐한 땅이 아니었다. 울창한 나무와 숲 속에서 야생동식물과 사람들이 평화롭게 더불어 살아가던, 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할 만한 곳이었다. 단지 신격호 롯데 회장의 땅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몇몇 가진 자들의 공놀이를 위해 야생동식물의 훌륭한 보금자리였던 숲은 순식간에 굴착기의 삽날에 파괴되었다.

 

이젠 그 자리에 농약 범벅의 잔디를 심고, 그 위에서 건강과 레저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골프채를 휘두르겠다고 한다. 현재 인천 계양산 골프장 개발 사업은 건교부 중앙도시개발계획위원회에 올라가 있고, 관련 부처 협의 중이라 한다.

 

아무튼 '골프장'이란 마수의 손길이 닿지 않은 목상동 솔밭도, 흉한 골프채에 맞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롯데 측은 목상동 솔밭을 보존하겠다고 하지만, 골프장 개발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그들의 말을 신뢰할 수가 없다. 인천시의 도시계획위의 골프장 개발 결정을 모든 행정절차가 끝난 것으로 홍보하면서, 골프장 개발을 기정사실화하는 등의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러면서 친환경 경영이다, 에코(ECO), 유기농이다 떠들어댄다.

 

푹신한 솔잎 위에 앉아 지난해 겨울 소나무 위에서 계양산을 지키던 이를 떠올리며 오가는 수많은 산행객들을 바라본다. 소시민들의 휴식처이자 보존해야 할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려는 이들의 머릿속에는 대체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해진다.

 

자연 생태계에 대한 끊임없는 착취와 막개발을 통한 자본, 이윤의 재창출을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수없이 많은 생명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그들의 머릿속 말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소나무 사이사이를 거닐어본다. 향긋한 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숲을 지켜야 한다는 간절함을 발끝에 모아 사뿐사뿐 발걸음을 옮겨본다.

 

올 겨울에도 내년 봄, 여름, 가을에도 이렇게 솔잎을 밟고 마음 편히 걷고 싶다. 이런 여유와 편함을 모두 빼앗아가는, 골프장 정말 싫다.

 

▲ 간절한 마음으로 목상동 솔밭을 거닐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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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계양산, #목상동, #솔밭, #롯데골프장,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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