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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제17대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명박 후보가 별도로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은 남북정상회담 연기론을 들먹이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발걸음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하는 화두를 던졌다. "여의도식 정치를 바꾸겠다"는 그가 당의 색깔과 기능을 전면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그 방향이 실용주의적 중도우파 개혁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나라당이 합리적인 보수로 탈바꿈하겠다면, 반가운 일이다. 남북간의 대결과 갈등을 바탕으로 한 냉전수구세력의 기득권에 집착하며 남북한 화해·협력 사업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나선 한나라당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당의 색깔을 바꾸겠다는 한나라당이 오는 10월초로 늦춰진 남북정상회담을 차기 정권으로 연기하자고 공식 요구를 했다니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역시 한나라당인 셈인가.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당의 개혁을 부르짖고, 강재섭 대표는 냉전수구의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중적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 이 후보의 당 개혁 화두가 단지 허울 좋은 구호일 뿐, 대통령 선거에서 보다 많은 표를 모으기 위한 '대선 포장용'이라면, 이야말로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무엇인가. 국가와 민족의 이익인가. 아니면 자신들의 집권인가. 국가와 민족의 장래가 어떻게 되든 자신들의 집권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게 한나라당의 대선 전략인가.

정당의 집권 욕심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자신들의 집권을 위한 대선 전략에 불리한지 유리한지 오로지 그 기준에 따라 우리 민족의 생존과 흥망이 걸린 문제를 한낱 정략 대상으로 삼는 한나라당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싶을 따름이다.

북한 핵 문제로 나타난 한반도 평화의 발자취는 한마디로 벼랑 끝의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었다. 평화의 시대가 활짝 열릴 것 같은 역사적 환호의 사건이 터지는가 하면, 금방 전쟁이라도 터질 것처럼 전쟁의 위기가 한반도를 덮치곤 했다.

6자회담으로 이루어진 1995년의 9·19 공동성명과 지난 2월 13일 합의로 북한 핵 문제가 잘 풀려 한반도 평화의 전망이 밝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코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언제라도 위기로 폭발할 '지뢰'가 여기저기 묻혀 있는 엄혹한 현실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남북정상 회담 연기 주장은 무책임한 짓

천려일실의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온갖 정성을 기울여 최선의 노력을 다해도 우리의 기대만큼 잘 되기 어려운 게 한반도 평화의 문제다. 이런 문제를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대선 정략 대상으로 삼아 남북정상 회담 연기를 주장한다는 것은 무책임할뿐더러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기회는 한번 놓치면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 90년대 말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 때 북한과 미국이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한반도 평화가 앞당겨졌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8월 말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10월 초로 연기된 것은 북한의 수해 탓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아쉬운 것만큼은 분명하다. 9월, 6자회담과 6자 외무장관 회담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8월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한이 당사자로서 북핵 해결의 주도적 계기와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걱정하는 공당이라면,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을 두고 트집만 잡을 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주문을 했어야 옳지 않겠는가. 수권정당임을 자임하는 공당이라면 더욱 그렇다.

남북한 정상들은 한민족 평화의 당사자로서 한반도 평화는 다른 어느 나라도 훼손해서는 안될 한민족의 생존권임을 엄중하게 천명해야 한다. 남북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민족평화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생존권적 표현으로서 국제사회는 당연이 이를 존중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시아, 나아가서는 세계 평화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남북한 정상들은 동북아 평화체제 문제에 대해서도 평화의 의지와 구상을 밝힐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이런 식의 한반도 평화구상과 정책을 내놓기는커녕 오히려 남북정상회담 연기론을 들먹이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발걸음을 어렵게 만들고 있을 따름이다.

이명박 후보는 이러한 한나라당의 행위가 그가 제시한 당의 색깔인지, 실용주의적 중도우파 개혁의 실체인지 해명해야 할 것이다. 이 후보가 당 개혁 구상을 밝힌 바로 그 자리에서 문제의 남북정상회담 연기론이 나왔기 때문에 해명의 책임이 불가피하다.

남한의 4천만, 남북한 7천만 겨레의 목숨이 걸린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이 보인 행위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불안한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과 이 후보에게 우리의 미래를 과연 안심하고 맡겨 놓을 수 있겠는가.

한나라당은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전투구식 대결과 막판 혼탁선거 양상으로 많은 유권자들을 실망시켜 이들이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범여권의 대선 후보들과의 경쟁에서도 한나라당은 이전투구식 대결을 벌이겠다는 속셈인지 묻고 싶다. 이런 행태로 집권을 해서 과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한나라당은 남북정상회담 연기론 따위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잔치'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를 훼방하는 식의 행태는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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