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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화가들이 한국미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홍경택·최소영·김동유·강형구·이환경·배준성·안성하 등이 그 주역들이고, 그들의 대부분은 '2030 화가'들입니다.

그들은 젊기에 가능한 '발칙한 상상력'으로 국내외 전시회에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경매에서 '고가 낙찰 행진'을 계속하면서, 최근 두 번의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만 50억원이 넘는 외화를 벌어들였습니다. 한국미술이 세계에서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국내외 전시회에서 호평 받는 젊은 화가들

▲ 안성하 <담배>, 캔버스에 유채, 162×130.3cm, 2004
ⓒ 안성하
2030 화가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제비엔날레와 여러 아트페어에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6월 10일 개막된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서는, 개인전 경력 2번의 신예 이형구 작가가 이제까지의 공동 전시 관례를 깨고 단독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 손동현 <영모도>, 지본수묵채색, 93×52cm, 2006
ⓒ 손동현
6월 13일부터 시작된, 세계 최고의 미술장터인 스위스의 바젤 아트페어에도 함진·김보민·이누리·김상길 등과 같은 젊은 화가들이 작품을 출품해 좋은 거래실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6월 11일부터 세계 67개 갤러리가 참가한 가운데 열린 볼타 쇼에도 손동현·김성진·박준범·변필웅 등 2030 화가들의 작품이 대거 출품되었습니다.

이렇게 세계를 상대로 활약하는 젊은 화가들의 공통적 특성은,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하는데 성공했고, '세계성'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대미술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우리 미술에서 '독창성'과 '세계성'은 커다란 숙제였습니다. 50~60년대의 작품을 보면, '피카소와 고갱 등 유럽화가의 영향을 받지 않은 화가가 과연 누구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창적인 그림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국 현대미술 초창기는 그렇게 표절과 모방으로 얼룩졌습니다.

그래서 70~80년대 화가들은 깊은 고민과 실험 끝에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 우리미술의 독창성이고, 이런 작품이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화가들은 세계미술의 흐름 속에 한국적 독특함을 조화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세대에 따른 '한국적 미술'에 대한 인식의 차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원로 중진 화가들의 작품이, 외국에서는 젊은 화가들의 작품이 호평을 받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홍경택 <서재 4>, 켄버스에 아크릴채색,121.2×145.4cm, 2003
ⓒ 홍경택
▲ 이형록 <책가문방도>, 팔폭병풍, 종이에 채색, 139 x 421cm, 19세기, 호암미술관 소장
ⓒ 호암미술관
▲ 홍경택 <연필Ⅰ> 부분,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259×581㎝
ⓒ 홍경택
홍경택(39) 화백은 세계로 향하는 젊은 화가들 중 한 명으로, 그의 작품 '연필 1'은 지난 5월 27일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6억 5천만원에 낙찰되었습니다. 이날 경매에서는 한국화가의 작품 40점이 출품되어 39점이 낙찰됐는데, 홍 화백의 작품이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습니다.

그는 이번의 '연필 1' 이전에도 '서재' 시리즈를 출품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서재'는 조선시대의 '책거리 그림(책가도, 서가도)'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화가의 화려한 색채감각을 극대화시켜 보는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는 작품입니다.

'연필 1' 역시 '책거리 그림' 속에 있는 붓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고, 화폭을 현란하게 하는 원색은 우리나라 고유의 오방색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의 그림들은 한국적 전통과 화가 특유의 강렬한 표현력을 잘 조화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룬 홍 화백의 화려하고도 강렬한 작품들은, 전통과 현대의 어지러운 조화 속에 살고 있는 중국컬렉터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크리스티 홍콩경매에서 '고가 낙찰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동유 화백의 '기발한 발상'

▲ 김동유 <케네디> 부분, 캔버스에 유채, 130.3×162.2cm, 2007
ⓒ 김동유
김동유(42) 화백은, 2004년 대전 '롯데화랑'에서 <두개의 얼굴전>을 하면서 화가로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고흐의 작은 얼굴로 고흐의 대표작 '해바라기'를 그렸고, 작은 해골로 큰 해골을 그리는 등, 독특한 '이중 그림'을 선보인 것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 김동유 <마릴린 먼로 vs 마오주석>, 캔버스에 유채, 130 x 162cm, 2005
ⓒ 김동유
김 화백의 대표작 중 하나인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은, 수없이 많은 마오쩌둥 전 중국 주석의 작은 얼굴로 마릴린 먼로의 큰 얼굴을 만든 작품입니다.

'중국의 붉은 별' 마오 전 주석이 자본주의 상징인 할리우드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를 표현하기 위한 대상이 되었지만, 그런 마오 전 주석을 통해 마릴린 먼로도 '중국의 붉은 별'로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김 화백 특유의 '이중 그림' 기법과 '기발한 발상'에 의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하나가 된 이 작품은 현재 중국의 모습을 상징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이 작년 5월 크리스티 홍콩경매에 출품되자, 중국컬렉터들이 서로 소장하겠다며 '브레이크 없는' 경합을 벌여 예상가의 25배가 넘는 3억 2300만원에 낙찰되었습니다.

당시 미술계에서는 '무명 화가'의 '억 낙찰'을 일회성 이변일지 모른다며 다음 경매를 주시했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경매에 출품된 '마오쩌둥과 덩샤오핑'도 2억 8500만원에 낙찰되어, 그의 작품 세계와 가격이 거품이 아님이 '증명'되었습니다.

▲ 최소영 <부산 풍경>, 청바지 천 콜라쥬, 84 x 150cm, 2005
ⓒ 최소영
▲ 최소영 <부암동 뒷길> 부분, 청바지 천 콜라쥬, 2003
ⓒ 최소영
'청바지 화가'로 알려진 최소영(27) 화백은 세계로 향하는 2030 화가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립니다. 그러나 그의 청바지 작품은 워낙 독특해 부산 동의대 재학 시절부터 미술계에 알려졌고, 졸업 후에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억 행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경매에 출품된 '항구'도 2억1400만원에 낙찰되었습니다.

최 화백이 청바지 천으로 작품을 만들게 된 동기는,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 오라는 대학시절 숙제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고심 끝에 낡은 청바지를 잘라 자신이 사는 부산 풍경을 만들어 제출했고, 그때부터 물감 대신 청바지 천으로 그림을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청바지 천으로 하늘과 바다 그리고 산과 건물을 만드는 '청바지 잘라붙이기' 기법은 청바지 고향인 미국에서조차 시도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의 기법은 현대미술의 표현영역을 넓히는 기발한 착상이었고, 외국 컬렉터들은 청바지 천에 의해 펼쳐지는 삶의 풍경에 감탄하며 작품을 구입하는 것입니다.

이런 최소영 화백의 '성공'은 많은 2030 작가들에게 창작의욕을 고취시켰고, 화랑과 전시관계자 그리고 경매회사가 젊은 작가들에게도 눈을 돌리게 하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미술계도 실력이 우선하는 시대 오나

▲ 이환권 <민형>, 섬유강화플라스틱, 130×18×27cm, 2000
ⓒ 이환권
작년 11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조각 2점을 출품했던 이환권(34) 작가의 작품 역시 독특합니다. 그가 '합성수지'로 만든 인물들의 인체는 길게 늘어진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이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조각에 응용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작가는 '속도가 빨라지면 공간이 넓어지고, 물체가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 이미지가 확대된다'라는 이론을 조각에 적용시켜 신체를 길게 늘어트렸고, 이제까지 이런 조각을 보지 못한 외국컬렉터들이 경합을 벌여 점당 7500만원씩에 2점 모두 낙찰되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경매에서는, 금속으로 괴생명체나 곤충을 닮은 정교한 로봇을 만든 최우람(36) 작가의 조각과, 자동차 타이어로 돌연변이 생명체를 만드는 지용호(28) 작가의 조각도 모두 좋은 가격에 낙찰되었습니다.

한국미술이 회화뿐 아니라 조각에서도 세계를 향해 작은 발걸음을 내딛고 있고, 그런 흐름을 2030 작가들이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창작하는데 여념이 없는 많은 화가들이 있고, 그들의 미술적 성과를 보여주는 전시회는 계속 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회화적 능력과 가능성이 보이는 화가들이 화랑과 전시 관계자 그리고 경매 회사들의 주목을 받는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전시회 팸플릿을 만들지 않아도 인터넷 미술전문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전시회와 작품을 홍보할 수 있고, 전시장을 빌릴 여력이 없으면 인터넷 전시회를 통해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알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작품성이 좋은데도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젊은 작가들 중 일부는 지방대학 출신이거나, 지방에 거주하면서 그곳 화랑에서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외양간을 고쳐 만든 작업실에서 하루에 10시간씩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창조하는데 몰두한 화가도 있습니다.

이제 우리 미술계에는 출신 대학, 유학 경력, 공모전 수상 경력, 거주지역보다는 실력이 우선하는 시대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미술의 장래는 밝습니다.

태그:#홍경택, #김동유, #최소영, #이환권, #손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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