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북핵 6자회담이 별다른 성과없이 휴회된 가운데 지난 1월 14일 저녁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탕자쉬엔 중국 국무위원 초청 접견에 참석한 김계관 북한 측 수석대표와 크리스토퍼 힐 미국 측 수석대표가 어색한 표정으로 탕자쉬엔 위원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황광모

오는 8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5차 6자회담 3단계 회의를 놓고 낙관적인 기대와 전망들이 나오고 있어 우선 다행스럽다. 지난해 12월 8일 매우 비관적인 분위기 속에서 열린 회담이 다음 회담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끝난 터라 더욱 그렇다.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미국 쪽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이번 회담에서 1994년 제네바 합의와 유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지난 1월 29일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 밝은 전망을 내놓았으니 진전을 기대할 만도 하다. 북한쪽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모든 것은 변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밝은 전망의 징조다.

북한과 미국이 회담에 임하는 입장과 태도에서 보다 유연한 쪽으로 변화가 생겼다면 매우 반가운 일이다. 과거 회담이 번번이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두 나라 모두 상대방이 먼저 양보하고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경직된 회담 자세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 변화의 낌새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해 11월 '북핵 폐기'를 전제로 '6.25 종전 선언'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발언한 데서 보이기 시작했다. 북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뒤에야 북한과의 평화체제 논의를 할 수 있다던 종전의 입장에 비하면 큰 변화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이 제시한 적극적인 방안에 대해 탄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의 말에서도 밝은 변화의 징조가 보인다. 아무쪼록 이번 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의 초기 단계 이행조치에 합의하는 구체적 진전을 이룩함으로써 평화적 해결의 획기적인 계기가 되길 바란다.

회담 합의와 결렬의 악순환 굴레 벗어나야

@BRI@북한이 핵 폐기를 위한 초기 단계의 조치를 취하고, 다른 참가국들은 이에 상응한 '보상'을 제공하는 식으로 '9.19 공동성명'의 이행 단계에 돌입하게 된다면, 남북한 사이의 교류와 협력 사업도 그만큼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문제는 회담 개최를 앞두고 이처럼 밝은 전망과 기대를 하면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훌륭한 내용의 합의 결과가 나와도 또 다른 문제가 불거져 회담이 교착의 늪에 빠져버리거나 한반도 위기의 회오리가 일어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 내용 그 자체는 얼마나 좋았던가. 그 내용대로 실천 이행만 됐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있겠는가. 한반도 위기는커녕 평화와 안정의 조건에서 남북은 물론 동북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교류와 협력이 매우 활기차게 벌어지면서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숱하게 보아온 회담의 합의와 결렬의 악순환 굴레를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한 실질적 진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겠지만, 이 진전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본질적인 접근과 모색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한반도 문제가 지니는 국제적 본질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의 당사자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제적 문제라는 엄연한 현실 때문이다.

한반도 문제가 지금은 비록 '북한 핵문제'로 표현되고 있긴 하지만, 단순하게 북한 핵을 폐기시키면 모든 게 해결될 그런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전략적 이익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일부 극우세력이 북한과 미국의 평화협정 체결을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이들이 북한 핵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문제 따위로 '북한위협론'을 빌미로 내세워 미국과의 군사동맹 관계를 강화하면서 군사대국화를 서두르고 있는 판에 '북한위협론'이 해소돼버리면 어찌 되겠는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르짖으며 자기들의 보수적 정치 기반을 넓혀온 일본의 극우세력으로서는 북한 핵문제가 계속 존재해야 한다. 중국 봉쇄를 겨냥한 미사일방어체제와 미일 동맹을 통해 패권전략을 추구하며 북한 핵문제를 이용해 온 미국의 '네오콘'들의 입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는 '국제적 지진'이 '지질학적'으로 가장 취약한 한반도에서 터져 나오게 되는 우리의 지정학적 숙명이다. 지난 세기 청일전쟁, 러일전쟁, 6.25 전쟁 등 동북아의 국제 전쟁이 한반도에서 벌어지는가 하면, 동서 냉전 대결의 불통이 한반도로 튄 결과가 분단 아니었던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 보장해줄 평화체제 모색에 적극 나서야

타이완 해협과 한반도로 이어지는 분단벨트의 '용암'이 중국, 북한과 미국, 일본의 대결로 폭발하게 된다면 그 폭발점은 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로서는 동북아의 '국제적 지진'이 아예 터지지 않게 하거나 그 어떤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 기반'을 튼튼하게 갖출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그래서 '9.19 공동성명'에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한반도 및 동북아 냉전구조의 해체라는 동북아 질서의 현상 변경 대목이다. '9.19 공동성명'은 회담 목표로서 '한반도 비핵화'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설정한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다자안보기구 형성이 동북아 질서 재편의 과제가 된 것이다.

'9.19 공동성명'의 초기 단계 이행 조치 합의에만 만족할 일이 결코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궁극적으로 보장해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의 모색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이 평화체제의 의지와 노력이야말로 '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확고하게 보장해 줄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9.19 공동성명'에서도 "직접 관련된 당사자가 평화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를 협상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평화포럼을 적극 추진, 활용함으로써 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역동성과 가속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를 모색하는 노력이 병행하여 서로 상승작용이 일어날수록 '9.19 공동성명'의 이행은 그만큼 원활하고 착실하게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 진전은 물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를 논의할 '한반도평화포럼'과 '동북아평화포럼'의 기반이 꼭 마련되길 바란다.

태그:#평화체제, #북한 핵문제, #한반도 평화, #한반도평화포럼, #공동성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