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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선 고위 공직자들만 '크고 검은 차'를 선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른바 '사회 지도층'들에게도 검은 차 사랑은 똑같은 현상이며, 일반 시민들도 상당수 그런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 캠페인단은 이번엔 사회적 영향력이 큰 대학교 총장들의 전용차량을 조사해 봤습니다.

1000만원까지 오른 대학생들의 1년 등록금. 그 비싼 등록금에 허덕이며 해마다 등록금 투쟁으로 몸살을 앓는 대학가에서 대학 총장들은 어떤 차량을 타고 다닐까요? 대학 총장들은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의무가 있는 분들이며, 이 시대의 최고의 스승으로 대우받는 만큼 사회적 과제들의 해결에도 앞장서야 할 분들이기도 합니다.

빵빵한 차만 타는 총장님들... 에쿠스 비율은 고위공직자보다 높아

그러나 예상한 대로 대학 총장들 역시 대부분 대형 혹은 초대형 차량을 타고 있었습니다.

캠페인단이 조사한 99개 대학 100명의 총장·부총장들(서울대의 경우 부총장까지 전용차량 지급) 가운데 87명이 에쿠스·체어맨·다이너스티 같은 초대형 차량을 타고 있습니다. 10명 중 1명을 제외한 총장들이 소위 '큰 차'를 굴리고 있는 셈입니다.

고위공직자 전용차량 중 최고급인 에쿠스만 보면, 행정부 소속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들(19%, 210명 중 40대)보다 더 높은 비율(39%, 100명 중 39대)을 나타냈습니다.

'유이'(唯二)하게 동덕여대와 홍익대 총장만이 중·소형급 차량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캠페인단이 조사한 표를 한 번 보겠습니다.

[표1] 99개 대학(국공립 47개/사립 52개) 총장·부총장(서울대) 전용차량 100대 현황
구분차종평균
배기량
평균
구입가격
평균
임대료
비고
에쿠스류392800여 CC 3800만원
(구입 94/
임대 6)
130만원
(3년 임대료만 4680만원임)
- 차종은 100대 모두 조사임
- 배기량은 65대 조사됨.
-구입가격은 40대 조사됨.
- 임대료는 3대 조사됨.
체어맨류39
다이너스티류9
그랜저류8
포텐샤1
오피러스1
엔터프라이즈1
NF소나타1
라세티1
ⓒ 오마이뉴스 고정미

[표2] 주요 대학 총장 전용차량 차종별 분류(국공립47·사립52/서울31·지방68)
차종대학비고
에쿠스류
(39개대학)
강남대, 강릉대, 강원대, 건국대, 경기대, 경상대, 계명대, 고려대, 광운대, 국민대, 단국대, 대전대, 동국대, 동아대, 목포대, 부경대, 부산대, 서울여대, 선문대, 성균관대, 성신여대, 순천대, 여수대, 연세대, 영남대, 우석대, 인하대, 전남대, 전북대, 조선대, 중앙대, 청주대, 충남대, 충북대, 포항공대, 한국해양대, 한림대, 한세대, 한양대국공립-13
사립-26 /
서울권-13
지방권-26
체어맨류
(39개대학)
가야대, 경북대, 경인교육대, 공주교육대, 군산대, 금오공과대, 대구교육대, 대구대, 목포해양대, 부산교육대, 삼척대, 상주대, 서강대, 서울교육대, 서울대(부총장), 서울산업대, 서원대, 성공회대, 세종대, 신라대, 아주대, 안동대, 이화여대, 인천시립대, 용인대, 전주교육대, 제주교육대, 진주교육대, 진주산업대, 청주교육대, 총신대, 충주대, 카이스트, 한경대, 한국체육대, 한국 한공대, 한밭대, 한신대, 호남대 국공립-25
사립-14/
서울권-9
지방권-30
디이너스티류
(9개대학)
경원대, 공주대, 서경대, 숭실대, 제주대, 창원대, 춘천교육대, 한국교원대, 한성대국립-5
사립-4/
서울권-3
지방권-6
엔터프라이즈
(1개 대학)
한남대학교지방권/사립
오피러스 (1개 대학)상지대학교지방권/사립
그랜저류
(8개 대학)
서울시립대, 숙명여대, 한동대, 카톨릭대, 광주교육대학교, 밀양대학교, 덕성여대, 서울대(총장)국공립-4
사립-4/
서울권-5
지방권-3
라세티
(1개 대학)
홍익대학교서울권/사립
포텐샤
(1개 대학)
탐라대학교지방권/사립
MF 소나타
(1개 대학)
동덕여자대학교서울권/사립
ⓒ 오마이뉴스 고정미

▲ 서울대는 유일하게 부총장까지 전용차를 지급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특이한 것은 서울대학교만 유일하게 부총장까지 전용차를 지급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차량으로 직위와 위계 질서를 나타내는 공직사회의 관행과는 달리 서울대학교의 경우 총장은 '그랜저'급(구입가 3176만 원)을 타는데 비해 부총장은 '체어맨'급(구입가 3328만원)을 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표1>에서 보시다시피 대학 총장들의 전용차량은 구입가격만 대략 1대당 3800만 원입니다. 또 차량이 대부분 에쿠스·체어맨인 것을 보면 1년 운용비로만 800만~1천만 원이 들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전용차량에는 기사도 딸려 있고, 총장·부총장들에게는 수천만 원의 판공비도 지급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싼 등록금을 강요받고 있는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대학 당국이 비용 절감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학생들도 조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환경파괴와·대기오염·에너지난이라는 절박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식인·대학 사회의 책임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요?

<표2>를 보면, 국·사립/서울·지역 등 처지에 따라 대학별로 재정 차이가 상당하다고 들었지만 대학총장들은 큰 편차 없이 골고루 대형·초대형차량을 타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학교 재정 상황과는 무관하게 크고 비싼 차를 사용하고 있는 거죠.

라세티·소나타 타는 우리 총장님, 정말 멋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경우가 있어 다행입니다.

손봉호 동덕여대 총장은 '소나타'(2000cc)를 타고 다닙니다. 큰 차를 탈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게 지론으로 역대 총장들은 큰 차를 타고 다녔지만, 스스로 더 작은 차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남승의 홍익대 총장은 소형차에 가까운 '라세티'(1600cc)를 타고 다녀서 더 화제입니다. 홍익대의 경우 20여 년 전부터 소·중형차 타기가 전통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합니다. '라세티' 전에는 '엑셀'을 타고 다녔다고 하네요.

김영성 홍익대 과장은 "소형 전용차는 이미 예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전통이며, 우리 학교는 경비 절약의 차원에서 소·중형 전용차량을 쓰고 있습니다"며 "전용차량 경비는 곧 학생들 등록금 아닙니까? 전용차량 등의 외형적인 모습에 돈쓸 필요가 있나요?"라고 반문했습니다.

대학 총장님들, '전용차량 경비는 곧 학생들 등록금이고, 또 국민 세금'이라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우리 사회가 엄중하게 직면한 에너지난·환경파괴에 대해선 학생들과 어떻게 이야기하시는지요.

우리는 왜 관용차 캠페인을 하게 됐나

▲ 이탈리아의 한 지방정부는 우리나라의 경차 마티즈를 경찰차로 사용하고 있다.
ⓒGM대우
저희가 이번 캠페인을 시작하자 많은 시민들이 의견을 주셨습니다.

'관용차량은 모두 번호 앞에 '관'자를 집어 넣어 사적 전용을 못하게 하고, 너무 큰 차를 타는 것에 스스로 부담을 가지게 해야 한다' '연봉 속에 관용차량 비용도 포함시켜 스스로 너무 큰 차를 못 타게 해야 한다'는 제안 등 전반적으로 캠페인에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래서 얼마나 세금을 아끼느냐'라는 반문도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저희도 고위공직자 전용차량 및 관용차량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엄청난 세금을 아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심각한 대기오염 및 에너지난, 어려운 국민생활 등을 감안할 때 금액의 적고 많음을 떠나 고위공직자 전용차량 및 관용차량에서부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제안하고 싶었던 겁니다.

예산을 절감하고 대기오염과 에너지난을 해결하는 데는 수없이 많은 해법이 있을 테지만, 작은 데서부터 '성의'를 보이자는 것이지요.

또 수십 년 내려와 이제는 관행을 떠나 '믿음'이 돼 버린 것 같은 '고위공직자들은 검고 큰 차를 타야 한다'는 사실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싶었습니다.

'검고 큰 차로 권위와 서열을 드러내는 것은 잘못된 특권과 위계의식의 산물일 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시민들은 그럼 "고위 공직자들이 모두 소형차나 경차를 타면 속이 시원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이 캠페인은 전에도 밝혔듯이 그런 취지의 캠페인이 아닙니다. 고위 공직자들이 '중요한' 일을 하는 만큼 편안하고 안전한 차량을 타는 것은 당연한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꼭 연비가 제일 낮은 초대형차량을 탈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는 '상식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세금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국민과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대기오염과 에너지난 극복에 조금이라도 동참하기 위해서 스스로 (초)대형 차량을 지양하고 좀 더 낮은 급수의 차량을 찾는 고위공직자가 있다면 우리 국민들은 그에게서 조금일지라도 희망과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눈을 돌려 외국으로 가면 똑같은 고위공직자일지라도 조금 작은, 친환경 차량을 운행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스위스에선 고위공직자들이 대중교통 또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경차인 마티즈를 경찰차로 사용한 이탈리아의 지방정부가 있었고, 루마니아·베트남 등에서도 우리나라 경차가 택시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은 걸까요?

덧붙이는 글 | 전국의 주요 국·사립대학 100곳의 총장 전용차량을 조사하는 일에 희망제작소 인턴 정기연님의 수고가 많았습니다. 안진걸 기자는 희망제작소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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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시민입니다. 현재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 실무자로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생들과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도 종종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희망의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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