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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만 있고 논증은 없는 최승노 박사의 반론

토지에서 나오는 막대한 불로소득을 개별소유자가 몽땅 소유하는 것이 사유재산제요, 시장경제라고 억지 주장하는 자들이 우리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이런 잘못된 사상을 가장 앞장서서 유포시키는 데가 바로 자유기업원이다.

지난번에 필자는 토지불로소득을 개별토지소유자가 소유하는 것이 자유기업원이 말하는 시장경제 및 사유재산제와 왜 충돌하는지를 설명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자유기업원의 최승노 박사가 반론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최승노 박사의 반론은 과거의 주장을 계속 되풀이하고 있을 뿐, 그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아무런 논증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그의 글을 아무리 읽어봐도 왜 토지불로소득을 개인이 사유화하는 것이 사유재산제에 부합하는지, 또 그것이 왜 시장원리에 적합한지 설명되어 있지 않다.

논증이 있는 주장은 다음번에 기대하도록 하고, 아래에서는 최승노 박사의 반론에 나타난 모순들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토지불로소득을 사유화하는 것이 사유재산권이다?

앞의 글에서도 밝혔듯이 필자가 문제 삼은 것은 토지의 배타적인 이용ㆍ처분권이 아니다. 필자의 강조점은 토지에서 발생ㆍ상승하는 이익이 개별토지소유자의 노력이 아니라, 자연적ㆍ사회경제적ㆍ정부적 요소에 기인하기 때문에, 그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 사유재산제에 정확히 부합한다는 데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했을 때, 토지 이용자가 토지를 더 알뜰하게 이용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다시 말해, 토지불로소득의 환수가 시장경제의 최대장점인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확보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토지불로소득의 거의 대부분을 사유화하고 있는 시스템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토지불로소득의 환수비율을 점진적ㆍ지속적으로 강화하고, 그 대신에 개인이 열심히 일해서 번 소득에 대해서는 더 많은 사유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며, 이런 방향의 개혁이 진정한 사유재산제에 기초한 시장경제를 정착시키는 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승노 박사는 토지공개념의 내용을 제대로 알고 비판하기 바란다

과거 농경시대에는 토지 자체를 소유하는 것이 중요했다. 모두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농사지을 땅이 없으면 결국 다른 사람의 품꾼이나 종, 혹은 노예로 살아 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조선 후기 실학자들은 토지문제가 사회문제의 핵심임을 간파하고 농경시대에 알맞은 토지공개념을 주장하였던 것이며, 우리가 잘 아는 정약용 선생은 토지공개념의 결정판인 여전제ㆍ정전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던 것이다. 물론 우리가 잘 알 듯이 당시 조정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것은 조선 멸망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산업사회에서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토지를 필요로 하는 양이 사람마다 다른데, 그것을 인위적으로 균등 배분하는 것은 비효율만을 초래할 따름이다.

지난 글에도 썼듯이 가장 좋은 방법은 토지에서 나는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다. 즉, 토지를 얼마나 소유할 것인가는 개인의 판단에 맡기고 공공은 토지에서 나오는 이익을 환수하여 사회 전체가 공유하도록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토지투기가 일어날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다른 누구보다도 경제학을 전공한 최승노 박사가 잘 알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최승노 박사는 필자가 말한 토지공개념의 '내용'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반박하기 바란다.

소득은 타인에게 제공한 서비스에 대한 대가에서 나온다

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 중 하나는 "소득은 타인에게 제공한 서비스에 대한 대가"일 것이다. 이 말은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이 편역한 <7천만의 시장경제이야기> 40쪽에 나오는 것으로, 시장이 무규범 속에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윤리나 규범에 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는데 소득을 얻는다면 시장경제의 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경제 시스템에서 많은 소득을 얻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양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한다. 즉 다른 사람을 유익하게 하고, 만족시켜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토지불로소득을 사유화하는 개인은 사회에게 무슨 서비스를 지불했는가?

앞서 말했듯이 토지에서 나오는 이득의 사유화는 그 성격상 불로소득이다. 즉, 토지소유자가 사회로부터 지대라는 서비스를 계속 받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대가는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은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스미스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세 생산적 계급들 가운데 토지 소유자 계급은, 그들의 수입이 노동도 근심도 필요로 하지 않는, 말하자면 그들이 어떤 통찰도 하나의 계획도 보태지 않았는데 그 수입이 저절로 들어오는 그러한 계급이다."(A. Smith 국부론 2권, 경제학 철학 초고(2000) p. 58에서 재인용)

따라서 "소득은 서비스 제공의 대가"라는 시장경제의 원리로 보더라도 토지에서 나오는 이익은 공유하는 것이 맞다. 즉, 사회로부터 지대라는 서비스를 받은 토지이용자가 서비스를 제공한 사회전체에게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술했다시피 토지불로소득을 한꺼번에 모두 환수하면 안 된다. 환수비율의 정도와 그것의 속도는 얼마든지 국민적 합의로 결정할 수 있고, 이것이 법제화되면 토지가격은 경향적으로 저하되며, 그것의 혜택은 국민 전체가 누릴 수 있게 된다.

토지불로소득은 가장 악성도가 높은 불로소득

▲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아파트 분양권 전매금지 조치 등으로 화성 동탄신도시 주변 부동산중개업소들이 사무실 건물을 `임대'로 내놓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렇게 말하면 최승노 박사는 왜 토지불로소득만 문제를 삼느냐고 따질지도 모르겠다. 주식에서 버는 이익, 은행 이자, 상품의 투기를 통해서 버는 소득도 불로소득이 아니냐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불로소득도 불로소득 나름이다.

이런 불로소득은 나름대로 순기능이 있다. 주식투자를 해서 버는 돈과 은행이자와 같은 경우는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 상품에 투기가 일어나면 공급증가라는 순기능도 발생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소득은 거기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에게 손실을 입히지도 않는다. 주식시장에서 따고 잃는 것은 거기에 참여한 사람에게만 해당되고, 상품에 투기가 일어나면 소비자들은 시간을 갖고 기다리면서 투기의 피해를 면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잠시만 기다리면 공급이 증가해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지불로소득은 원칙적으로 비지주계층에서 지주계층으로 이전되는 소득으로서, 사회에 아무 유익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막대한 폐해만 안겨준다. 토지불로소득을 인정해준다고 해서 토지가 더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뿐 아니라 토지는 필수재이기 때문에 투기가 발생했을 때, 투기에 참여하지 않은 비지주계층이 그 피해를 모면할 방법이 없다. 상품투기가 일어나면 가격이 내릴 때까지 기다릴 수 있지만, 토지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으므로 토지투기가 일어나면 비지주계층은 앉아서 그 피해를 감내할 수밖에 없고, 이런 이유 때문에 한계에 몰린 서민들은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한다.

요컨대, 토지불로소득은 우리 사회에 아무 유익도 없고, 폐해만 끼칠 뿐이며, 투기와 관련 없는 모든 사람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히므로, 불로소득 중 가장 악성도가 높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것을 가장 먼저 환수하는 것이 타당하다.

한국의 토지소유 집중도가 심하다는 것이 거짓말이다?

▲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자활근로대 마을. 거리부랑아와 극빈층의 자활과 근로의욕 고취라는 명분으로 군사독재 시절 정부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만들어진 이 판자촌은 공교롭게도 타워팰리스로 상징되는 초고층 아파트와 양재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서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최승노 박사는 한국의 토지소유 집중도가 심하다는 것이 거짓말이라고 했다. 최 박사가 무슨 근거로 거짓말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필자 주위에는 한국의 토지소유 집중도가 극심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만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 통계가 거짓이라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잘못된 정보에 비분강개한다는 뜻이 되는데, 정말 그럴까? 지금까지 막대한 토지불로소득이 일부토지소유자에게 편중되었다는 사실을 최승노 박사는 정말 모른다는 것인가? 같은 현상을 보면서 해석의 차이가 이렇게 심하다니, 필자로서는 의아할 따름이다.

최승노 박사는 최근 강남의 집을 사려는 사람이 실수요자라는 것을 정부도 인정하였다고 하였다. 무엇을 두고 실수요자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프레시안> 이승선 기자의 기사에 따르면, 현지 부동산업계에서는 한 채에 10억 원이 넘는 아파트 구입자를 실수요자로 보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실제로 수십억 원짜리 '주거용 오피스텔'을 소유한 사람도 무주택자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강남권에 1가구 다주택자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 여러 수치들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주택들이 아직도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주택들은 왜 시장에 나오지 않는 것일까? 왜 다가구 소유자들은 자신들이 살지도 않으면서 집을 소유하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 불로소득의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자명하지 않은가?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이 주택들이 시장에 나오도록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앞으로 불로소득의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확실한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것인데, 그 방법은 지난번에 상술했기 때문에 본 글에서는 생략한다.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제도이다

최승노 박사는 필자의 주장이 투기꾼이 부동산 가격을 올린다고 주장하는 마녀사냥에 기초해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필자는 투기꾼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의도는 추호도 없다. 문제는 투기꾼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을 투기로 유인하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땅이나 부동산을 사놓고 기다리기만 해도 부담은 별로 없고 얼마 있다가 막대한 불로소득이 생기는데, 어느 누가 번 돈을 은행에 꼬박꼬박 저축해서 재산을 모으려고 할까? 전 국민을 '판교로또' 광풍으로 몰아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잘못된 제도 하에서 개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제도이다. 토지불로소득의 환수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제도나 환경을 만들어 놓으면 시장참가자들은 지대추구가 아니라 이윤추구를 하도록 자연스럽게 견인될 것이다.

자유기업원의 '자유'가 호랑이들만의 자유로 보이는 까닭은?

우리나라 헌법 제 119조 1항에는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개인의 자유와 창의가 존중되려면 토지불로소득은 환수되어야 한다.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지 않으면 높은 토지가격 때문에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 즉 '창의'가 있더라도 사업을 시작할 수가 없다. 토지를 구입하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중소기업이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뿐 아니라 현재와 같이 토지불로소득을 토지소유자가 독식하는 체제에서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주거의 자유도 침해된다. 우리 사회의 절반 정도가 무주택자라는 통계는 이런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주거의 자유도 불안정하고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땅값이 비싸고 임대료가 너무 높아서 창업할 수 없다면, 헌법 제119조 1항은 무의미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자유기업원이 계속해서 토지불로소득의 개인사유화가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에 적합하다는 억지 주장을 한다면, 자유기업원이 말하는 '자유'는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그것은 모든 사람의 자유가 아니라 '땅을 많이 가진 자들의 자유' 즉 '호랑이들만의 자유'로 비춰지지 않을까? 자유기업원이 그 이름에 걸맞는 단체로 거듭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일까?

최승노 박사의 반론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의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면서, 성균관대와 아세아연합신학대에 출강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뉴스앤조이와 대자보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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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자유연구소(landliberty.or.kr) 소장. 토지 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하는 토지공개념과 기본소득, 그리고 통일을 염두에 둔 대안 국가모델에 관심을 갖고 연구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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