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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필완 목사 내외
ⓒ 목요기도회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 말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체념적으로 이야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IMF외환위기 때 투입된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200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회수불능이 되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거나 수능시험 부정행위에 대해서도 "교육계에는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이제 덤덤한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 스스로 "책임있다"고 밝히며 자기 자신이 담임하던 교회를 사임한 목사가 있다. 그는 기독교감리회 소속으로 '기독교대한감리회 개혁을 위한 목요기도회'에서 활동하던 이필완(50) 목사이다.

"스스로에게 목회 정직 명령을 내린다"

이필완 목사는 지난 11월 29일(목) 감리교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서 동대문교회와 관련한 송사 등으로 인하여 "그간 세상법정에 오르내리게 된 것에 대하여 목회윤리적 책임을 지고 스스로에게 목회 정직 명령을 내린다"고 밝히고, 담임하고 있던 난정교회(강화도 교동)를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소속한 목요기도회 회원들과 함께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가 사회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므로 감리교단 법에 따라 목사직을 정직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몇 차례 송사를 겪은 적이 있다. 이후 교회 내분이 발생한 교회들의 교인들이 이 단체를 찾아 호소하게 되었고, 몇몇 교회의 내분에 대하여 교회 개혁의 차원에서 참여하여 왔다.

이 목사는 이 과정에서 다시 동대문교회 장로들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을 당하여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 중이며, 최근 같은 사안으로 또다시 고발을 당한 상태이다.

이 목사는 사임을 알리는 글에서 교회와 교단 내에 여러 부정한 일들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도 없고, 책임지려는 사람도 없는 현실에서 절망을 느끼며, "시골목사 하나라도 나름대로 책임지는 모습으로 목회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 이필완 목사가 4년8개월간 시무하던 난정교회
ⓒ 목요기도회
이 목사의 사임 의사를 전해들은 지인들은 목회 정직을 만류하면서 서울 등지에 이 목사가 담임할 교회를 소개하였으나, 이 목사가 끝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코 치기가 아닌 각성을 촉구하는 설교"

한편 감리교 자유게사판과 목요기도회 홈페이지에는 이필완 목사의 사임 소식을 들은 목회자들과 교인들의 격려 글이 쇄도하고 있다.

목요기도회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변경수 목사는 "죽어야 산다는 진리를 생각했다"면서 "남은 구원하면서 자신은 구원하지 못한다는 조롱을 들으며 무기력하게 십자가를 향해 걸어가신 주님의 모습을 떠올렸으며, 결코 '치기'가 아닌 우리의 각성을 촉구하는 설교"라고 말하였다.

목요기도회 게시판의 아이디 '드보라' 교인은 이 목사의 사임에 중압감을 느낀다면서 이 목사의 사임이 "감리교 공의를 위해 지신 십자가로 믿는다"고 평하였다.

저는 난정교회 담임목사직을 사임하였습니다
감리교자유게시판에 올려진 이필완 목사의 사임의 변

샬롬!
저 이필완목사는 오늘(28일,주일) 난정교회 담임목사직을 사임하였습니다.

동대문교회 서기종 목사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하여 21명의 동대문교회 장로들이 사회법에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여 200만원의 약식벌금형을 받은 후 정식재판을 통해 15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고 항소심 재판은 12월16일부터 열립니다.

거기에다가 또 다시 비슷한 내용으로 13명의 동대문교회 장로들이 사회법에 명예훼손으로 고소함으로 여러 차례 세상법정에 오르내리게 된 것에 대하여 목회윤리적 책임을 지고 저 스스로에게 목회 정직 명령을 내린 것입니다.

이 일로 함께 고소당한 2분의 목사님들과 목요기도회 회원들에게 지울 수 없는 누를 끼치게 됨을 잘 알면서도 불구하고 당분간이 될는지 어쩔는지 모르겠으나 목회를 쉬기로 하였습니다. 이후 목요기도회나 감리교희망연대, 농목 등의 활동 계속 여부에 대하여는 천천히 생각하고 회원들과 의논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4년8개월 여, 난정교회에서의 농촌목회와 여러 목요기도회 활동을 병행하는 것에 대하여 여러모로 우려하고 적지 않은 불만이 있으면서도 잘 참고 기도해 준 난정교회 성도들에게 하루라도 더 이상의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대부분의 동료, 선후배목회자들이 말렸으나 제 결심을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처음엔 두려워하던 아내와 두 아들도 결국에는 선선히 동의하여 주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의 일로 서울연회 재판위원회에 176명이 연명으로 고소하여 김 목사가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을 때에도 김 목사가 세 목사를 사회법에 고소했다가 취하했을 때도, 작년엔가 감리교본부 각국 총무 선출과정에서 더러운 금품들이 오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에도, 최근 감신대학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수끼리의 사회법 고소와 진행 과정을 보면서도 누군가 책임지고 그만두는 사람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한편 강릉중앙교회 일로 목요기도회 내분을 경험하면서나, 더욱이 동대문교회 장로들에게 두 번 씩 고소된 일과 최근의 감독선거 과정을 아파하면서 고발인단에 참여하던 중, 아름다운 사람 채희동목사의 죽음 소식이 전해졌고, 신임 감독회장의 비서실장 소신 인선이 정치적인 압력들로 이해할 수 없는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들을 접한데다가 어찌할 수 없는 몇몇 개인적인 절망감까지 겹칠 때에 시골목사 하나라도 나름대로 책임지는 모습으로 목회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아마 적지 아니한 많은 분들이 "그것 봐라" 하실는지 모르겠으나 그저 담담히 감당할 터이겠지만 동대문교회 서기종목사와 21명의 장로들은 그렇게 조롱할 자격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저는 무죄를 주장하며 재판은 끝까지 갈 터이고 결국 벌금형을 받더라도 벌금액수 만큼 징역을 살지언정 동대문교회를 향한 문제제기는 계속할 것입니다.

이 면을 빌려 다시 한번 권면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동대문교회 서기종 목사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회개하시고 스스로 져야할 책임을 지시기 바랍니다. 저를 고소한 동대문교회 장로들에게도 다시 한번 권면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세 목사에 대한 사회법 고소를 즉각 취하하시고 회개하시기 바랍니다.

재판 때마다 몰려다니면서 "너 같은 것이 목사냐!"고 함부로 욕하고 손가락질한 동대문교회 일부 성도들도 더 늦기 전에 회개하시고 주님께 용서받으시기 바랍니다.

감리교회의 여러 지도자들에게도 아쉬움이 많습니다. 거의 모든 분들이 동대문교회의 담임자에 대한 문제제기와 동대문교회에서 행해진 여러 불법한 사실들에 대하여 문제 있음은 인정하면서도 "대법원 결과를 기다려야한다"는 이유로 치리를 방관하는 것은 도저히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동대문교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괜찮은 것이며, 도대체 저들의 문제를 지적하는 글 올린 목사들을 세상법에 명예훼손 등의 사유로 제멋대로 고소하는 일들을 그냥 보고만 내버려 두실 것입니까?

제가 51살이면 단지 치기만은 아닙니다. 온통 불법한 일들이 판치고 있는 마당에서 세상법정에 서 더 이상 조롱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목사로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스스로 내린 목회 정직처분이 하나님 앞에서 저를 새롭게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기 손으로 목회를 그만둔 어느 시골목사의 답답한 이야기가 모두에게도 부끄러움이 되기를 바라는 건 다만 개꿈일까요?

출퇴근 현역 근무 중인 둘째는 1년여 남은 병역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교동섬에 남겨두게 되었으니 마음이 짠하고, 이 모든 되어지는 일은 예견하였다는 듯이 지난달 교동섬에서의 공익근무를 마치고 훌쩍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난 큰놈이 대견할 뿐입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이처럼 초라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서 죄송합니다.
목회를 잠시 그만 둔다고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목요기도회를 통해서 함께 가던 분들에게 적지 않은 오점을 남기게 된 것에 대해서 사과드리며 좋으신 하나님께서 더 좋고 의로운 방법으로 우리들의 길을 열어 주실 줄 믿습니다.
주 안에서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추신-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농가를 세 얻어 6일(월) 이사하기로 하였습니다. 책임지며 물러나는 퇴장이기에 난정교회 후임자 선정은 4분 장로들에게 전적으로 위임하였습니다. 사흘간 부부 함께 기도원에 다니러갑니다. 물론 2일(목) 목요기도회에 참석하구요. 떠벌일 일은 아니지만.

2004년 11월 28일 주일 저녁예배를 마치고
이필완목사 드림
/ 이필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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