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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6월 22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바닥에 가로세로 1미터 크기의 철판을 붙여 만든 공간 안에서 농성하고 있다.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6월 22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바닥에 가로세로 1미터 크기의 철판을 붙여 만든 공간 안에서 농성하고 있다.
ⓒ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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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아래 거통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바닥에 가로‧세로 1미터 크기의 철판 안에 들어가 조선소의 다단계 하청구조를 지적하며 '생지옥'이라 외치고 있는 가운데, 사측인 사내협력사협의회측은 "다단계 하청 구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 부지회장은 지난 22일부터 좌우‧높이 1미터 밖에 되지 않는 공간에 몸을 가두어, 이른바 '끝장 농성'하고 있다. 거통고하청지회는 지난 2일부터 '임금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하고 있다.

유 부지회장은 농성장 외벽에 "생지옥 대우조선해양,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라는 손팻말을 붙여 놓았다. 조선소의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 하청노동자들의 어려운 현실을 호소한 것이다.

이에 권수오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회사협의회 대표는 27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 부지회장의 '생지옥'이란 주장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이 다단계 하청구조로 되어 있는 구조적 잘못이 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사회를 본 옥정수 사무국장은 "사내 협력사는 원청(대우조선해양)과 직접 계약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계는 조선소를 '재하청 구조'로 보고 있다. 원청업체가 1차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으면 하청업체는 비정규직인 '물량팀'과 계약을 맺는다. 조선소의 경우 노동자 70% 정도가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하청)으로, 특히 생산 관련 노동자는 90% 정도가 비정규직으로 추산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사내협력사가 96개사이고, 공정별로 보면 조립, 의장, 설계, 탑재, 발판 등 작업과 장비지원 등 업체로 나뉘어져 있다. 권수오 회장은 "종사자가 1만명이 조금 넘는다"고 밝혔다. 이들 사내협력업체 가운데 22개사 노동자들이 거통조하청지회 조합원에 가입해 있다. 거통고하청지회는 집단교섭을 요구하지만 업체는 개별교섭을 하자는 입장이다.

사내협력사 임직원 "우리는 일하고 싶다"

이날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 임직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일하고 싶다. 가정을 파괴하는 불법파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LNG선을 중심으로 수주가 되고 있다곤 하지만 아직까진 조선 인력 절대 부족, 강재가 추가 상승, 기자재 공급 지연에 따른 생산 차질 등으로 원청이나 협력사 모두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모처럼 살아난 조선업 회복의 불씨를 꺼트리는 것도 모자라 선량한 근로자들의 생존권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거통고하청지회에 대해, 이들은 파업 현장에서 불법행위가 있다며 "자신들의 야욕을 달성하기 위해 선량한 근로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중대재해를 일으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교섭과 관련해 이들은 "근로자의 처우 개선이 목적이라면 불법파업을 그만두고 협력사의 정상적인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며 "오로지 임금인상 30%를 내세우는 소수 하청지회 조합원들만 남아있고, 이들만이 불법파업을 자행하고 있을 뿐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거통고하청지회가 벌이는 지금 행동은 간부 몇명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 노조전임자가 되어 임금을 지원받고 정치를 하려는 속셈임을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임금 30% 인상이라는 비정상적인 요구 뒤에 숨겨져 있는 근로시간 면제, 사무실 제공등 하청협력업체가 감당하기 힘든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 농성과 관련해, 이들은 "폭력 행사를 통해서 1도크와 2도크에서 여러 차례 진수를 방해하고 있는데 그에 따라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손해를 결국 누가 부담하게 되느냐"며 "우리들과 같이 동고동락하던 동료와 후배들이 갚아야 할 빚이다. 그러니 더 이상 무고한 사람들을 선동하지 말고 이곳을 떠나 주기를 요청 드린다"고 호소했다.

사내협력사 임직원들은 "현 상황을 외면하고 있는 경찰과 공권력에게 호소한다"며 "국가기간산업에서 일어나는 거통고하청지회의 모든 불법행위를 수사하여 법질서를 바로잡아 주시고, 일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모든 선량한 근로자의 삶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하여 즉시 개입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권수오 회장은 "임금은 개별 협력사별로 3~5월 사이 4.5% 내지 7.5%까지 인상했고, 개별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했지만, 조합원들은 서명을 하지 않았다"며 "개별 회사별로 교섭을 하는 게 기본이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권 회장은 "과거에 비해 단가가 올랐다. 철판 값도 올랐다. 과거 수주가에서 지금 생산이 되고 있어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지난해 1조 7000억원 적자였고, 올해 1/4분기에는 4100억원 적자가 났다"고 했다.

임금 30% 인상 요구에 대해, 권 회장은 "최근 4~5년 동안 임금이 삭감되었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물가상승률에다 근무시간이 적다 보니 실제 받는 금액이 줄어, 상대적으로 삭감되었다는 것이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회사협의회 임직원들은 6월 27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회사협의회 임직원들은 6월 27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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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통고하청지회 "결국 노동조합 혐오인가?"

거통고하청지회는 이날 오후 "결국 노동조합 혐오인가?"라는 제목의 반박자료를 냈다.

이들은 "협력사 대표들이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가 훨씬 강해졌다"며 "하청노동자 파업투쟁이 계속되면서, 원청이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에 기반한 거짓 선전을 강화했고, 이번 협력사 대표들도 그같은 혐오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결국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투쟁이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는 데는 원청 대우조선해양과 하청업체의 노동조합 혐오와 노동조합 불인정이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이 기자회견을 통해 확인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통고하청지회는 "임원, 집행부, 대의원의 대다수는 현장 노동자들이다"며 "그럼에도 협력사 대표들은 마치 조선하청지회가 조합원과 별개로 '자신들(?)의 야욕'을 달성하기 위해 '선량한 근로자'와 '무고한 사람들을 선동'하는 것처럼 주장한다"며 "왜곡이다. 단체교섭의 상대방을 혐오하고 악마화 하면서 그동안 어떻게 단체교섭을 진정성 있게 해왔느냐"고 했다.

거통고하청지회는 "협력사 대표들은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와 왜곡, 악마화를 멈추기 바란다"며 "원청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은 협력사 뒤에서 이 같은 혐오와 폭력을 부추기지 말고, 조선업 인력난 해결과 하청노동자 임금인상을 위해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진보당 "산업은행이 책임져라"
  
진보당은 6월 27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보당은 6월 27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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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산업은행이 책임져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다.

진보당은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동자의 투쟁을 진압하고, 노조를 박멸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이들은 정규직 관리자를 동원해 파업노동자에게 직접 폭력을 행사했고, 하청업체 대표와 수백 명 관리자를 동원해 파업 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태를 책임 있게 해결해야할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나서야 한다"며 "산업은행은 비겁하게 하청업체 뒤에 숨어 하청노동자를 탄압하고, 노노갈등 유발과 공권력 투입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즉시 책임성 있게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용신 공동대표는 "조선업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빠른 방법은 노동자들의 생존을 지키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며, 하청노동자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진보당이 함께 투쟁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조용신 진보당 공동대표가 27일 산업은행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용신 진보당 공동대표가 27일 산업은행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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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우조선해양, #산업은행, #금속노조, #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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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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