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날씨는 아직도 얼어 있지만, 우리의 마음에는 벌써 봄이 찾아왔다. 밥상에도 봄은 성큼성큼 올라오고 있고, 마음도 살랑살랑 흔들린다. 이럴 때 입맛을 돋워 주는 것은 역시 봄 음식들이다. 

특히나 지금 한창 나오는 달래나 냉이는 밥상에 봄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좋은 재료이다. 왜냐하면 지금이 지나면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캐나다 밴쿠버 지역에도 지금 달래가 잠깐 동안 반짝 나온다. 가격은 상당히 비싸서 손이 떨리지만 그래도 한인 마트에서 만나면 바로 집어 든다. 그렇게 들고 온 귀한 달래로 나는 친정어머니표 달래장을 만들어 가능한 오래 즐기고자 한다.

음식을 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런 음식은 그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좋다. 화려한 잔치음식에는 간혹 아주 다양한 재료를 넣어 풍성한 맛이 한입에 다 들어가도록 하기도 하지만, 특별한 향을 가진 음식은 재료를 최대한 절제하여, 그 풍미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 레시피, 실패한 사람 못 봤습니다

 
얌전하게 담근 달래장을 조금씩 떠서 상에 올린다
 얌전하게 담근 달래장을 조금씩 떠서 상에 올린다
ⓒ 김정아

관련사진보기

   
나는 정말 매년 이 달래장을 만들고, 주변에도 레시피를 널리 퍼뜨리는데, 이 레시피로 실패했다는 사람은 한 번도 못 봤다. 그만큼 쉬우면서도 맛을 보장하는 요리법이다. 

우선, 달래를 깨끗하게 다듬어준다. 특히 뿌리 아래쪽에 검게 보이는 부분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
 
달래의 뿌리 아래쪽 검게 보이는 부분을 정리해준다.
 달래의 뿌리 아래쪽 검게 보이는 부분을 정리해준다.
ⓒ 김정아

관련사진보기

 
이제 깨끗하게 씻어서 도마에 길쭉하게 놓고 취향에 따라 잘라준다. 나는 개인적으로 작게 썰은 게 좋아서 1.5cm ~ 2cm 정도로 썰어주는데, 취향에 따라 더 잘게 썰어도 좋고, 아니면 길쭉하게 썰어도 괜찮다. 아이가 어릴 때는 잘게 쫑쫑 다지기도 했다.
 
달래를 취향에 따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달래를 취향에 따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 김정아

관련사진보기

 
그렇게 썰어서 납작한 유리 용기에 가지런히 차곡차곡 눌러 담는다. 그리고 그 위에 간장을 솔솔 뿌려준다. 몇 스푼 이런 거 없다. 왜냐하면 다들 달래의 양이 다를 테니까.

여기서 주의! 간장을 위에까지 찰랑찰랑 잠기게 부으면 안 된다. 그러면 짜서 먹기 힘들어진다. 살짝 아래에 깔릴 만큼만 부어준다. 반을 넘으면 안 된다는 것만 기억해두면 실패할 일이 없다.
 
간장을 바닥에 자박하게 부었는데(위) 금방 위쪽까지 촉촉하게 젖어버렸다(아래)
 간장을 바닥에 자박하게 부었는데(위) 금방 위쪽까지 촉촉하게 젖어버렸다(아래)
ⓒ 김정아

관련사진보기

 
그리고 숟가락으로 다지듯 꾹꾹 눌러서 잠시 둔다. 그러면 어느새 달래가 장을 먹고, 수분이 빠져나와 자박자박 간장에 잠기게 된다. 

이제 뒤적이지 말고 그 위에 얌전하게 고춧가루를 솔솔 뿌려준다. 그리고 그 위에 깨는 좀 듬뿍 뿌려서 고소하게 위쪽을 덮어주면 끝이다. 너무나 간단하다.
  
고춧가루를 먼저 뿌린 후, 그 위에 깨를 뿌린다
 고춧가루를 먼저 뿌린 후, 그 위에 깨를 뿌린다
ⓒ 김정아

관련사진보기

   
이 달래장의 묘미는 '절제'

살면서 보면 어떤 때는 다다익선이라고 무조건 많이 있으면 좋을 때가 있다. 풍덩 젖도록 흠뻑 적셔주면 좋은 것은 사랑하는 마음이리라. 하지만 어떤 것은 좀 아끼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과하게 표현하면 지치기도 한다. 

오늘 만드는 달래장은 후자에 속한다. 좀 아끼며 절제하는 미덕을 느끼게 하는 레시피이다. 딱 필요한 만큼의 재료로 딱 필요한 양만큼만 넣어서 만들고, 먹을 때에도 풍덩 풍덩 서빙하는 것이 아니라, 한쪽부터 얌전하게 떠서 작은 그릇에 조금만 담아서 알뜰하게 먹을 때 그 풍미가 더 좋다.

파나 마늘을 넣지 않는다. 참기름도 넣지 않는다. 재료의 절제다. 이런 군더더기들이 들어가면 달래 고유의 향이 사라진다. 간장도 과하지 않게...
 
달래장이 간장에 푹 잠겨서 먹을 준비 완료
 달래장이 간장에 푹 잠겨서 먹을 준비 완료
ⓒ 김정아

관련사진보기

 
살짝 떠서 상에 올리면, 달래 향이 너무 좋다. 참기름이 없어서 더욱 달래스러운 맛이다. 남편이 너무나 좋아해서, 먹다가 남으면 밥에 부어서 비벼먹고, 그것도 남으면 그냥 마신다. 

한국보다 빨리 끝나는 달래 제철이 아쉬워서, 올해는 꼭 달래를 심어보리라!

<달래장 만드는 법>

재료: 달래, 간장, 고춧가루, 깨

1. 달래를 손질한다. 뿌리 아래쪽 검은 부분을 제거하고, 뿌리 겉의 지저분한 부분도 벗겨낸다. 시든 잎은 제거한다.
2. 깨끗하게 씻어서 도마에 길쭉하게 놓고 취향에 따라 잘라준다. 1.5cm 정도면 적당하다.
3. 납작한 유리 용기에 차곡차곡 눌러 담는다. 
4. 그 위에 간장을 솔솔 뿌려준다. 달래가 잠길 만큼 부으면 너무 짜다. 바닥에서 반이 넘지 않도록만 부어준다.
5. 그리고 숟가락으로 다지듯 꾹꾹 눌러서 잠시 둔다. 어느새 달래가 장을 먹고, 자박자박 간장에 잠겨 있으면 고춧가루를 솔솔 뿌려준다.
6. 그리고 그 위에 깨를 뿌리고 다독여서 냉장고에 넣는다.
7. 완성. 다음날부터 먹을 수 있다.

* 주의!!! *
설탕이나, 파 마늘, 후추, 참기름 등등으로 풍미를 망치지 말 것!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도 같은 내용이 실립니다(https://brunch.co.kr/@lachouette/)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