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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미용용품들. 화장품 포장재 90%는 재활용이 안된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미용용품들. 화장품 포장재 90%는 재활용이 안된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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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2020년 환경 분야에서 빠질 수 없는 단어다. 재활용하거나 쓰레기로 나올 것들은 아예 사용하지 않도록 해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행위를 말하며 많은 이들이 동참하면서 전세계적인 캠페인으로 확장되고 있다. 

환경문제, 특히 쓰레기 문제에 대해 이미 많은 사람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고, 생활 속에서 다양한 실천을 하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대신 스테인리스 빨대를, 일회용 비닐봉지 대신 면 주머니를, 플라스틱 랩 대신 밀랍 랩을 선택한다. 

세제, 화장품을 소분하는 곳에서 직접 용기에 담아간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어 포장, 배달이 많아지니 직접 용기를 들고 가 다회용기에 포장을 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더 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시민들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쓰레기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사용한 용기, 포장재들이 재활용될 것이라 생각해 분리배출을 했지만, 실제 재활용되지 않음을 안 시민들의 분노는 크다. 

재활용 마크가 있는 즉석밥 용기를 깨끗하게 씻어 내놔봐야 여러 플라스틱 소재가 섞인 복합재질이라 실제 선별장에서 재활용이 안 된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황당해했다. 그런데 이것이 다가 아니다. 화장품 용기 90% 이상 재활용이 어렵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화장품 용기 중 플라스틱은 58.6%에 해당 
 
 알맹상점에서 세제를 직접 용기에 담는 모습
 알맹상점에서 세제를 직접 용기에 담는 모습
ⓒ 인천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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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에서 사용할 핸드워시를 다마신 커피유리병에 담았다.
  사무실에서 사용할 핸드워시를 다마신 커피유리병에 담았다.
ⓒ 인천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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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용기는 보통 플라스틱, 유리, 금속용기 등이 사용된다. 세계 화장품 용기 점유율로 보면 플라스틱 용기는 58.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유리(20.6%), 금속용기(10.7%), 기타(10.1%) 순이다. 

또한 전 세계 화장품 및 미용산업 포장 용기 현황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1521억 개가 판매되었고, 이 중 플라스틱형 제품은 659억 개로 전체 제품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저렴할 뿐 아니라 성형이 쉬워 화장품 용기에서도 플라스틱의 사용이 증가했다.  
 
전 세계 화장품 및 미용 용기 시장 판매현황  플라스틱류가 43%에 이른다
▲ 전 세계 화장품 및 미용 용기 시장 판매현황  플라스틱류가 43%에 이른다
ⓒ 한국보건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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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은 5초, 사용은 5분, 처리는 500년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플라스틱은 쉽게 만들어졌지만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환경오염이 심각해졌다. 많은 나라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고, 생산단계에서 재활용을 고려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  

환경부도 포장재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을 고려하고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는 단계적 퇴출 목적으로 '제품의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평가' 제도를 도입했고, 이를 위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2018.12.24)하고 시행(2019.12.25)했다. 환경부는 제도 시행 초기 화장품 업계의 적응 및 준비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2020년 9월 24일까지 계도 기간을 운영했다. 

이 제도로 자원재활용법 제16조 제1항에 따른 포장재의 재활용 의무생산자는 제조‧수입하는 포장재 및 이를 이용하여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재활용 등급평가를 진행하고, 제품 포장재 표면 한 곳 이상에 "재활용 최우수", "재활용 우수", "재활용 보통", "재활용 어려움" 중 1가지를 표기해야 한다. "재활용 어려움" 포장재는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지난 9월 27일 환경부가 발표한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 평가 결과' 자료에 따르면,  6천여 업체가 제조·수입하는 2만 7천 건의 포장재를 평가한 결과 '최우수' 또는 '우수'는 48%, '보통'은 20%, '어려움'은 32%였다. 포장재 재질·구조 개선 효과는 먹는물, 음료류 등 페트병 포장재에서 가장 뚜렷했으며, 제도 시행 전인 2019년에 비해 2020년에 재활용이 어려운 페트병 출고량은 4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재활용 어려움 표시와 역회수, 거래 대상이 돼서는 안 돼
 
 재활용되기 어려운 재질(PET, OTHER등)의 화장품 용기들
 재활용되기 어려운 재질(PET, OTHER등)의 화장품 용기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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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반대로 화장품 용기 중 90% 이상이 평가 결과 '재활용 어려움'이라고 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조사 결과가 확인되었다.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이 진행한 화장품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평가 등 보완방안 마련 연구 용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생산되는 대부분 제품은 '재활용 어려움'의 평가 등급이 예상되며, 이를 용기에 표기하는 경우 제품 이미지 손상 등 판매 및 수출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재질·구조의 제품별 맞춤형 친환경 용기 제작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 투자 등 단기간 변경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화장품 업계는 2021년 3월부터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11월 25일 환경부, 포장재 공제조합, 대한화장품협회는 '재활용 어려움' 등급 10% 이상 역회수 및 재생원료 사용 확대를 위한 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재활용이 안 되는 화장품 용기에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화장품 업계가 출고 용기의 일부를 역회수를 하는 대신 전체 화장품에 '재활용 어려움' 표시하지 않는, 즉 화장품 용기는 표시 예외 대상으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역회수와 재활용 등급 평가 표시는 다른 문제다. 별도의 역회수를 통해 용기를 수거하는 것은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다. 최근 무색 페트병을 별도로 분리배출, 수거해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미 환경부는 2021년부터 화장품 용기 등에 대해 역회수 체계 구축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고 재생원료를 사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석 달이 채 되기도 전에 이미 정책 방향이 세워진 역회수나 재생원료 사용을 강화하지도 않은 채 재활용 평가 표시 예외대상으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역회수는 2025년 기준 10%에 불과할 뿐이고, 재생원료 사용은 의무사용량 없이 협의 후 별도로 정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제품의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평가'를 2년 동안 준비했음에도 실행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재활용 표시조차 않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

국내 화장품시장은 대기업 생산 비중이 높다. 2017년 기준 생산 실적으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59.6%에 이른다. 화장품 산업은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신제품을 만든다. 성분의 변질을 막기 위해 용기 제작 시 높은 기술력이 적용되기도 한다. 또한 용기 디자인은 제품 특성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포함해 용기도 제품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렇게 제조 후 폐기까지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화장품 용기는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률이 높아 환경오염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게다가 다양한 첨가제 사용, 복잡한 구조, 복합재질, 내용물 잔존 등의 이유로 재활용이 어렵다. OTHER로 표기된 것은 복합재질로 재활용이 어렵고, PET라 해도 글리콜 변성 PET수지(PET-G) 재질이 혼합돼 화장품용기 PET는 재활용이 안 된다. 아모레퍼시픽은 2018년 회수된 공병을 재생원료로 사용했지만, 출고량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즉 99%는 재활용되지 않는다.

화장품 업계는 역회수에 참여하지 않는 업체는 재활용 등급 평가 표시 예외에 해당 되지 않기 때문에 전체 표시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화장품 용기는 전체 포장재의 5%에 불과할 뿐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재활용이 어렵다고 표기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알 권리를 보장하고, 제품을 선택하면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평가' 제도의 핵심은 소비자에게 재활용 어려움의 정보를 제공하고, 생산자가 재활용이 쉬운 재질로 개선하기 위함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제품이 변질될 것을 우려해 멸균팩과 와인 같은 일부 제품은 포장재 예외 규정이 적용된다. 화장품 용기도 이와 같은 이유라면 국민들은 납득이 될까?    

화장품 용기의 다수는 재활용이 안 되는 재질이고, 화장품 업계가 재활용 안 되는 용기를 생산하면서 표시만 하지 않겠다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재활용 어려움 표시 예외가 아니라 재질 구조 개선에 힘써야 한다. 친환경 기업이 되려면 생산-소비-처리 단계에서 폐기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행정예고 진행 중... 시민들의 분노 이어져

지난 12월 16일,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표시 및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고시' 제정안이 재행정예고 됐다. 해당 내용은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표시 및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고시 제6조 5항에 반영돼 "사후관리 서비스(A/S) 부품 등 일반 소비자를 거치지 않고 의무생산자가 직접 회수·선별하여 배출하는 포장재"로 규정하고 있다. 

재활용 어려운 화장품 용기를 역회수하는 대신  재활용 평가 표시 예외 적용에 대한 것이다. 재행정예고가 진행된 이후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에서는 화장품 용기 예외 적용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왜 화장품은 예외인가요? 재활용 못하는 포장이 대부분인데 당연히 재활용 어려움 표시해야죠. 소비자의 선택권을 위해서도 표시 필요합니다." 
"소비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어도 모자란 데 완전 필수품이 아닌 화장품에 예외를 둔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나중에 음료 회사에서 로비하면 또 양보할 건가요?" 
"쓰레기 처리에 막대한 예산 사용하지 말고, 제발 생산단계에서 쓰레기가 적게 배출되도록 정책을 바꿔나가자. 특히 화장품 용기, 예외 없이 동일한 정책이 될 수 있도록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아야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미 공병을 회수해 화장품 용기뿐 아니라 건축 자재, 스포츠의류, 화분 등의 원료로 재활용 해왔다. 2019년 이후 3년간 플라스틱 공병을 연간 100톤 이상 재활용하며 2025년까지 공병 재활용 100% 달성, 이 중 제품과 집기에 적용하는 비율 50%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런 노력으로 최근 공병 회수를 하는 화장품 회사는 더욱 늘어났다. 그 외에도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품을 고체로 만들어 판매하는 곳 들도 많아졌다. 화장품 업계가 제도가 시행되기 전 자발적으로 공병을 회수해 재활용한 점은 유의미하고 지속하여야 한다. 

환경부는 2018년 재활용 폐기물 처리 대책, 2019년 1회용품 줄이기 대책, 2020년 자원 순환 대전환 정책을 발표하며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들을 이행했고 일부 변화가 있었다. 생수, 음료수 등의 유색 페트병 금지, 라벨 없는 페트병, PVC 재질 사용 금지 등이다. 환경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 재활용률을 기존 34%에서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용기의 90%가 재활용되지 않아 재질 개선이 시급한 화장품 용기는 예외로 적용하려고 해 재활용 정책이 뒷걸음치는 형국이다.

플라스틱이 불가피하게 사용될 수밖에 없다면 플라스틱 제품을 여러 번 재사용하여 배출되는 폐기물량을 줄여야 한다. 폐기물로 배출할 경우에는 재생, 원료로 반복적으로 재활용하여 소각, 매립으로 배출되는 양을 최소화해야 한다.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기본 전제다. 재활용 정책이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서는 화장품 용기의 재질 개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화장품 용기의 역회수와 재활용 등급 표시가 거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환경부는 화장품 용기도 재활용 표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 현재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표시 및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고시' 제정안 재행정예고가 되었고, 전자공청회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https://www.epeople.go.kr/cmmn/idea/redirect.do?ideaRegNo=1AE-2012-000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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