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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미밥 짓기
 현미밥 짓기
ⓒ 정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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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부엌에 있는 전기밥솥이 무식하게 크다는 생각을 했다. 주방을 점령한 일짱같다. 저것만 없어도 공간이 조금은 널널해질텐데. 그 전에는 햇반과 전기밥만 먹었던 나는, 냄비밥을 시도해보기로 맘 먹었다. 옆에서 뭐라 할 사람도 없으니 과감히 시도해보는 거다. 자취 2주차, 처음으로 냄비밥에 도전했다.
 
 현미밥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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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에서 현미 냄비밥 레시피를 읽었다. 보아하니 시간 조절이 관건이다. 한번 끓이고, 중불에 15분, 뒤적인 다음 약불에 10분. 그 후 뜸을 들이며 5분. 우선 시간을 잘못 계산해서 12시간 불릴 것을 24시간 불린 팅팅한 현미를 꺼냈다.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손을 넣어 물을 계량하고, 하이라이트 위에 올렸다. 펄펄 끓긴 하는데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중불에 뒤적일 때까지는 괜찮았다. 현미가 그 많은 물을 다 먹었는지 팝콘처럼 부풀어올랐다. '약불 10분 후 뜸을 5분 들이면 완성이지.' 타이머도 맞춰 놓고 제 시간에 냄비를 열었다. 누룽지 냄새 혹은 탄내가 살짝 나야 하는데, 아직도 온전한 쌀 냄새가 난다. 고개를 갸웃하며 한입 먹었다. 아, 설익었다!
 
 현미밥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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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는 가스렌지보다 화력이 약한 것 같았다. 기본적인 레시피에 5~10분 정도는 더 추가해야 할 듯하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소주 두 숟가락을 골고루 뿌리고 다시 뜸을 들이면 밥이 익는단다. 출처가 스펀지 방송이니 믿어볼 만하다. 
 
 소주
 소주
ⓒ 정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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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밤 중에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혼자 소주를 사는 건 처음이라 괜히 떨렸다. 마치 미성년자처럼 긴장했지만, 민증 검사도 없고 아무 일도 없었다. 유감이다. 집으로 돌아와 소주 두 큰술을 넣고 뜸을 오래 들였다. 30분쯤 지난 뒤에 냄비를 열어보니 밥 다운 밥이 있다! 수술에 성공한 의사처럼 이마에 땀이 흘렀다.
 
 현미밥
 현미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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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그냥 전기밥솥 쓰라고 했지만, 나는 냄비밥이 좋았다. 화분을 사온 첫 날처럼 괜히 내가 지은 밥을 이리저리 찔러보고 쳐다본다. 밥을 짓다니. 이 작은 주방이 정말 내 손에 들어온 듯한 날이다. 정말 홀로 새둥지 만들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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