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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가족들의 생계가 달려있으니, 힘들다고 할 게 아니라 여유가 되면 조금이라도 더 벌겠다는 마음이 커요."

13일 연락한 초등학교 방과후강사 김아무개(40)씨는 잠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울산에 사는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방과후강사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하고 있다. 개학은 세 번 미뤄졌고 방과후수업은 현재 '올스톱' 상태다.

그는 "힘들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힘들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방과후 강사는 교사들과는 다르게 수업을 하지 못하면 강사료를 못 받는다. 그의 수입은 0원이다.

그는 세 아이를 키우는 가장이다. 집안의 생계를 그가 책임지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5군데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강의를 했을 텐데 현재 한 군데도 수업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고육지책으로 그가 택한 건 식품매장과 픽업 차량 아르바이트였다. 픽업 차량 아르바이트는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을 데려다주는 일을 말한다.

"제가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를 엄청나게 봐요. 아이들이 자는 시간에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없을까 하고요. 우유 배달을 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최근에 울산에서 아이들만 집에 두고 나갔다가 불이 나서 죽은 사고가 있었잖아요. 그걸 들으니 겁이 나서 애들만 두고 나갈 수도 없는 거예요. 그런데 생계 때문에 저는 자꾸 나가야 하고 애들은 방치돼요."

그는 방과후강사의 경우 아이들이 귀가하기 전에 모든 일을 끝마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상황이라지만 코로나19가 사람들 여럿 죽이는 것 같아요."

김씨에 따르면 방과후강사는 대체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직업으로 삼고 있다. 애를 낳고 고용이 단절되거나 교육에 관심이 많아진 엄마들이 방과후강사를 하는 것이다.

"제게는 교육적인 사명감도 있었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까요. 그런데 코로나19가 특수고용직이라는 직군의 불합리함을 깨닫게 해주는 것 같아요. 수업할 때는 몰랐는데 말 그대로 특수한 상황이 되니 정규직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꿈꿔볼 수도 없으니까요."

"이러다가 신용불량자 되겠다고들 해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개학일이 미뤄진 30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 책상에 학습지가 올려져 있다. 정부는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예정대로 4월 6일 할지를 조만간 결정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개학일이 미뤄진 30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 책상에 학습지가 올려져 있다. 정부는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예정대로 4월 6일 할지를 조만간 결정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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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에서 방과후강사로 일했던 이아무개(43)씨는 지금 쇼핑몰에서 의류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주중 오전 9시부터 11시 30분까지 2시간 30분동안 일한다. 그렇게 일하면 한 달에 40만 원을 손에 쥔다.

"개학이 아예 미뤄지기 전까지는 일을 알아볼 수도 없었어요. 개학하고 학생을 만나야 하니 혹시라도 코로나19 확진자를 만나면 안 되잖아요. 일도 못하고 개학만을 기다렸는데 4월 6일 개학마저 무산되자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서 알바를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100군데 넘게 지원했을 거예요. 이거라도 연락이 와서 '감사합니다'하고 바로 나갔어요. 이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이씨는 일을 하러 나가기 전 아침 밥을 차려두고 아이에게 온라인 강의를 보라고 한 뒤 일을 하고 돌아와서 점심을 다시 차린다. 그 역시 이씨처럼 아이를 돌보면서 동시에 방과후강사로 일을 하고 있었다.

이처럼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비교적 단순 노동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언제 상황이 변해서 학교로 돌아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는 일을 구해야 했어요. 그나마 다른 강사들은 일자리가 전혀 없다면서 저를 부러워하세요. 방과후강사 중에 이번달 카드값 낼 돈도 없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요. 이번달부터 신용불량자 된다고들 이야기하더라고요. 소상공인들은 대출을 받는다고 하는데 우리는 대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요. 적어도 비빌 언덕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생계가 끊긴 방과후강사들의 경우 '특별지원 사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특수고용노동자에게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 사업'을 시행한다고 했지만 강사들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건강보험료(4인 가족 기준) 16만 원 이하인 사람들에게만 지원금을 주는데, 기준 금액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대출받는 것도 쉽지 않다. 방과후강사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지만 개인사업자 등록이 돼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개인사업자 등록이 필요한 소상공인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방과후강사노동조합 김경희 위원장은 "집이나 차가 있으면 특별지원 사업 대상자가 아니다"라며 "당장 수입이 0원인 강사들은 지원 사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대했다가 수혜를 받지 못해 실망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방과후강사노동조합이 13일 오후 1시 코로나19 특수고용 지원대책 발표 이후 현장실태 증언 및 특고대책회의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방과후강사노동조합이 13일 오후 1시 코로나19 특수고용 지원대책 발표 이후 현장실태 증언 및 특고대책회의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 김경희위원장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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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학교 강사들은 13일 국회 앞에서 취약 계층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주문했다. 이날 방과후강사노동조합 김경희 위원장은 "어느 강사는 화장실 3시간 청소하고 2만 원을 벌고 어느 강사는 새벽에 신문을 돌린다고 한다. 언제 개학을 해 수업을 하게 될지 모르니 당장 취업도 불가능하다"며 "가장으로 한 가족을 책임지는 강사들이 수만 명에 이른다. 이들이 당장 굶어죽지 않도록 소액의 생계 대출을 받을 수 있게 정부가 앞장서달라"고 호소했다.

근본적으로는 방과후강사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공공운수노조 방과후학교강사지부 이진욱 지부장은 "교육당국은 방과후학교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법적인 근거를 둬 강사들이 안정적으로 수업할 수 있는 안전망을 만들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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