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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중요한 특성이자, 노무현 정부와 차별되는 지점은 여론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장관들의 임명 및 퇴진과 같은 결정이 국민들의 지지율 변동에 따라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대입제도 개편을 두고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여 시민들이 참여하는 정책결정과정을 구축하기도 했다. 또한 대통령의 움직임이나 행사가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로 표현되는 경우도 많았으며, 정책성과나 경제지표에 대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를 하고 있기도 한다.

이러한 여론지향적 정치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정책결정은 국가를 위해 좋은 방향으로 전문가들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반론이 있으며, 특히 로스쿨, 한미 FTA, 행정수도 건설 등 주요한 정책들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갔던 노무현 정부의 방향이 옳다는 의견도 많다. 그리고 최근 입시와 관련해 학종에 대한 불만이 늘어나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정시 확대를 주문하면서, 이러한 논란은 더 심해졌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은 일반적인 포퓰리즘과는 거리가 있다. 인기영합형 정책을 적극적으로 만들거나 추진하지는 않는다. 대통령이 상대방 정치세력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이나 공격을 하지도 않는다. 일부 정부 지지세력에 포획되어 그들만을 위한 정치를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전체 국민의 여론과 지지율에는 상당히 민감하다. 이러한 정치 움직임은 온국민이 한 표를 행사하는 선거에서 많은 표를 얻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따라서 '표'퓰리즘이라고 부르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고 여겨진다.

표퓰리즘에 대해 찬성하는 쪽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들의 민의를 최대한 반영하는 정치 과정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전문가들의 역량을 존중하여 그들이 최적의 대안을 내놓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표퓰리즘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전문가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전문가 자신들을 위한 정책을 내놓거나, 정치인들과 권력자들을 위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문제삼기도 한다. 반면 또 한편에서는 국민들이 많은 정책 및 정치적 의사결정에 대해 무엇이 옳은 길인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 논란은 굉장히 중요한 논쟁이지만, 이 글에서는 이 논쟁에 대한 의견보다는, 현 정부가 표퓰리즘을 추구하는 원인들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이 정부가 여론과 지지율을 최대한 존중하는 의사결정을 하게 된 것은 현 정권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도 상당히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역사적 배경과 현실적인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민주당 정권의 '트라우마'

표퓰리즘의 역사적 배경은 과거 노무현 정권의 지지율 추락과 후속 정권 창출 실패,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역사를 되돌려 보면, 노무현 정권은 중간에 탄핵의 위기를 맞고 그것을 극복하기는 했지만, 대내외적으로, 그리고 좌우 양쪽에서 굉장히 공격을 많이 받았던 정권이었다. 여러 가지 정책적 선택을 할 때마다, 때로는 왼쪽에서 때로는 오른쪽에서 강한 비난을 받았다.

노무현의 죽음은 이명박 정권의 과도한 수사와 관련도 있다. 애초에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을 민주당에서 만들어 냈다면, 노무현의 죽음이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러한 역사적 아픔 혹은 트라우마가 있기에, 민주당 정권과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에서 진다면 노무현의 비극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얼마나 타당한 것일까. 안타깝게도 현재의 정치적 상황은 그러한 걱정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첫번째는 검찰 문제다. 검찰이 검찰 조직 자체의 의지 혹은 특정 정치 세력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면서 정치적 결정을 하면 안된다. 검찰의 수사력은 용의자의 범죄의 크기에 따라 배분되어야 하며 특정인을 공격하여 무너지게 만들기 위해서 집중되어서는 안된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은 비록 조 전 장관의 가족이 범죄 혐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수사력이 동원됐고, 조국 전 장관과 가족의 유죄 무죄 여부와 상관없이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반면 임은정 서지현 검사 등이 제기한 검찰 내부의 문제나 패스트트랙 수사 등의 진행상황을 볼 때 야당 내부와 관련된 수사의 경우 상당히 느리게 상황이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검찰 개혁은 이러한 검찰의 움직임을 견제하고 검찰의 힘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이명박과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 그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전직 정치인에 대해 표적수사와 망신주기식 수사가 계속된다면 평화로운 정권교체는 어려워진다. 현재의 공수처 신설을 포함한 검찰 개혁안 역시 이러한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또다른 현실은 자유한국당이 보여주는 모습이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정권을 잃게 되면 한국당이 다음 정권을 창출할 가능성이 제일 높다. 한국당이 야당으로서 정권과 대립하더라도, 현재 정부에 대해 최소한의 존중을 보여주고, 정치보복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도 야당을 대하거나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이 달라졌을 수 있다. 
 
 자유한국당이 인재 영입을 추진하다 보류된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을 둘러싼 공관병 갑질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인재 영입을 추진하다 보류된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을 둘러싼 공관병 갑질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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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한국당의 현재의 모습은 어떤가.  특히 황교안 대표의 인재 영입 과정은 한국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그대로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 박찬주 전 대장은 기자회견에서 삼청교육대를 언급하는 등 구시대적 발상을 그대로 드러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박찬주, 이진숙 등의 인물의 공통점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특정한 이유로 인해 쫓겨났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권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 외에 다른 부분에서 장점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황교안 대표가 영입하고 존중하는 이유는, 정치 보복이라는 가치 외에 다른 단어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과거 정권에서 본인들이 잘못하거나 어떠한 혐의를 받았다는 점을 무시하고 정권의 부당한 공격이었다고 반박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당이 탄핵에 대해서 정확한 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30년 집권하겠다는 발언으로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서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민주당쪽 정치세력이 갖고 있는 과거의 아픔과, 현재의 검찰과 한국당의 태도로 볼 때는 정권교체에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갖게 되는 것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

한국의 정치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정권교체 후 평화가 유지돼야 한다. 이는 과거 정권과 관련된 사람들이 각자 잘못한 만큼만 처벌받을 때 가능하다. 잘못이 있다면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비해 과도한 수사를 받아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민주당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검찰개혁과 함께 한국당의 태도 변화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해결이 선행되어야 현 정권의 '표'퓰리즘도 완화될 수 있다. 여론지향적 정치가 타당한지 아니면 전문가들에 의한 정책결정이 타당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지지율 정치'가 집권세력의 신념 때문인지 위에서 설명한 현실적인 원인과 노무현의 트라우마 때문인지는 겉에서 봐서는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즉 문제해결이 표퓰리즘 완화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도움은 충분히 될 수 있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종부세, 한미 FTA 추진, 행정 수도 이전, 사법고시 폐지 및 로스쿨 설립 등은 정책 자체로서 긍정적인 효과가 많았지만, 모든 정책은 이해관계에 따라 항상 일정한 사람들의 격렬한 반대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현 정부는 그러한 반대가 지지율을 조금씩 침식했다고 생각하면서, 지지율 하락으로 인한 정권교체가 기존 정치의 복원 및 상대 정당의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우려를 완화시켜야 전문가 정치도 가능해진다. 요즘 논란이 되는 입시문제에 있어서 정시와 수시 비율 조정이 쟁점이다. 현재 정시 확대가 위험하다는 전문가들과 교사들의 반대가 상당하지만, 대중들은 정시 확대를 지지하고 있다. 이런 문제에서 좀 더 전문가들 의견을 청취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려면, 각종 정책적 문제에 있어서 여론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더 강조하는 사회가 되려면, 위에서 강조한 검찰개혁과 한국당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 두 가지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중요한 필요조건 중 하나라는 이야기다. 정권이 교체되어도 과거 정권에 대한 보복이 제도적으로도 불가능해지고, 과거 정권 지우기보다는 새로운 정권의 비전을 더 강조하는 분위기가 정착된다면, 정권의 비전이 여론에 좌우되기보다는 정책 결정을 통해 여론을 더 끌고 오는 방향의 정치 분위기가 정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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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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