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필자의 동의를 얻어 페이스북에 실린 글을 오마이뉴스에 싣습니다. [편집자말]
국민통합을 추구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생각이 크게 다른 사람들을 바꾸거나, 합의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오랜 기간 형성된 신념은 쉽게 달라지지 않으며,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도 긴 시간 누적된다. 무엇보다 평소 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는 중도 내지는 정치혐오층의 경우, 상대편이 어떻게 나오더라도 큰 관심이 없다.
  
즉, 진정한 국민통합은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그것이 중도층으로 지지율을 넓혀야 하는 정치 공식에도 잘 부합하며, 그것을 통해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다수의 힘으로 압박하면서 설득할 수 있다. 입법 과정에서 야당과의 합의를 끌어낼 때, 때로는 달래면서 때로는 압박하면서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은 상대편과의 단순 연대가 아닌 다수 국민의 지지이다.
    
코로나 재난 피해자에 대한 보상 주저하지 말아야
 
 
2020년 9월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한 대학교앞 식당에 ‘코로나 사태로 재정악화, 다른 일을 해서 월세를 벌고 올게요! 건강하세요’가 적힌 휴무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안타까운 휴무 ‘월세 벌고 올께요’ 2020년 9월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한 대학교앞 식당에 ‘코로나 사태로 재정악화, 다른 일을 해서 월세를 벌고 올게요! 건강하세요’가 적힌 휴무 안내문이 붙어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지금 이 환경에서 진정한 국민통합을 추구하는 방식은 무엇이 있을까. 재난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된 보상이 국민통합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코로나19(아래 코로나)라는 역대급 재앙 앞에서, 사람들이 받은 피해의 수준은 아주 많이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비록 외출은 할 수 없지만, 고정적인 월급을 받는 동시에 주식시장 급등으로 나름 이득을 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당장 영업을 하지 못해 수입이 끊겨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정 업장의 희생, 이것은 코로나 방역과 확산 방지를 위해 일정 부분 불가피한 부분이다. 그러나 그런 희생에 대해 우리 사회는 제대로 된 보상을 하고 있는가?

정부의 고충도 이해한다. 일단 나는 정부가 2.5단계를 길게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찬성하는 편이다. '짧은 3단계'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역사에 만약은 없다. 짧은 3단계의 성공은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여기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지금 이 글의 핵심 주제는 이것이 아니다).

이럴 경우 '2.5단계를 길게 유지한다면, 생계가 위험하고 파산에 몰린 이들을 구원해 주고 돕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논리적 귀결이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사람이 이것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11월, 시사인은 한국과 일본 각각 18세 이상 남녀 1천 명에게 '코로나로 피해를 본 이들을 돕겠느냐'는 설문을 진행했다. 결과는 사뭇 달랐다. 일본에 비해 한국은 각 부분에 대해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한 비율이 모든 부분에서 낮았다. (자영업자 72% vs. 45%,  비정규직 노동자 69% vs. 44%, 청년 구직자 56% vs. 35%, 중소기업 66% vs. 30%)
  

이 결과는 정부의 방역 활동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당장 내가 힘들기 때문에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돕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도 볼 수 있다.

즉, "코로나 국난 극복을 위해 국민통합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한국 사회에 심각한 분열은 좌우분열이 아니라, 나보다 더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해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공동체 의식의 균열이다.

정부는 이것을 극복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국민들 상당수가 반대하고 있어서 이것을 극복하는 일은 쉽지 않다.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구직자 등 코로나 피해자들과 문 닫은 자영업자들을 돕는 일, 이것을 찬성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여론조사에서 보듯 이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것을 돌파해야 한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피해를 보상하는 것이 타당하며, 정부를 믿으면 정부가 도와준다는 경험을 사람들에게 인식시켜야 공동체 의식을 회복시키고, 그렇게 해야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주변을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선별적 보상과 전 국민 지원 동시에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와 비수도권의 2단계 조치를 오는 17일까지 2주 더 연장키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와 비수도권의 2단계 조치를 오는 17일까지 2주 더 연장키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임대료 멈춤법 이야기가 나오는데, 턱도 없다.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나라들의 방법을 참고해야 한다. 다른 나라들의 방식을 한국이 똑같이 따라갈 필요까지는 없겠으나, 참고할 필요는 있다. 피해액의 일정 부분은 은행 대출을 통해 보상할 수 있겠으나, 상당 부분은 정부가 직접 지원해야 한다. 건물주에게 착한 건물주가 되라고 강요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정부가 무조건 돈을 써야 한다.
  
안타깝게도 정부와 여야 누구도 '피해자'에 대한 '과감한 지원'을 입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에서 나오는 발언들을 보면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전 국민 지원을 추가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물론 '전 국민 지원'은 '경기부양'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실행하는 것은 어렵고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그때 하는 것이 더 적절한 방식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기부양은 경기부양대로 별도로 하면 된다. 지금은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 경기부양 역시 모든 산업에 돌아가는 것이지 피해산업만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므로, 이런 방식으로는 피해자들을 충분히 도울 수 없다. 피해자 집중 지원, 국민들이 반대해서 힘들다는 것도 이해한다. 언론들도 보나 마나 물어뜯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내가 제안하는 방식은, 재난 피해자에 대한 선별적인 보상을 크게 해 주고, 이것만 하면 대다수 국민이 반발할 테니 전 국민 지원을 추가로 병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국민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나는 꽤 많은 사람이 찬성하는 기본소득론이 지금 정부의 제일 큰 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맞이하고 있는 재난은 기본소득 같은 것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기본소득은 정부의 역할을 무시하는, 각자도생론의 다른 모습이자, 복지국가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주장이다.

현재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피해자 지원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나는 모두의 의견을 조합하여 선별적인 보상을 크게 해 주면서 전 국민 보편지원금도 같이 해 주는 형태로 절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부가 많은 돈을 쓰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밀어붙여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반대하면 국무총리가 불러서 질책해야 한다.

뉴스에서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재정건전성 점검한다는 소리를 하는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다. 감사원장이 국가에 반드시 필요한 재정지출 막으려고 한다면 국민들이 달려가서 그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태그:#코로나19, #국민통합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