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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내가 경험한 선도부는

내가 다니는 부천의 **중학교에서는 선도부를 바른생활부라고 부른다. 경기도 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면서 선도부의 명칭을 바른생활부나 질서실천부로 변경하도록 제시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2학년 1학기 말에 선도부를 선발하고 2학기 때부터 활동한다. 신청할 때 선도부 지원서에는 누적 상벌점, 활동계획, 앞으로의 각오, 담임 선생님의 추천의견을 써야 한다. 그리고 지원서를 내고 나서 면접을 본다.

면접은 3학년 선도부가 봤다. 면접까지 보고 난 후 1차 합격한 사람에 한해서 학교 교문에서 선도부가 하는 활동을 직접 해본다. 2차 실기까지 합격하면 선도부가 된다. 총 17명을 뽑았다. 선도부가 되고 나면 한 달에 한번, 1주일씩 교문에서 선도를 선다.

이 때는 명찰 미착용, 교복 변형, 교복 미착용, 파마와 염색 등을 단속한다. 가끔 아침 조회시간에 반에 가서 불시에 검사를 할 때도 있는데, 요즘에는 그 빈도가 점점 더 줄어드는 추세다.

선도는 시험이 끝나고 학생들이 풀리는 기간에 많이 선다. 점심시간에는 당번을 정해서 자기 요일에는 나가서 무단외출을 막고 외출증이 있는 사람만 나갈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학교를 돌며 담배를 피우는 학생을 잡기도 한다.

선도부의 특징

내가 선도부를 하고 싶었던 이유 첫째는 학교에서 소위 '일진'이라 불리는 비행 청소년들을 막고 싶기 때문이었다. 대다수 평범한 학생들은 '일진'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못 받고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매일 맞는다. 피해를 매일 당해서 이게 피해인지조차 구별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매일 맞고 피해를 입어도 그 피해에 대한 어떠한 보상, 심지어 사과조차 영원히 받을 수 없다.

일반 학생이 그 상황을 막으려고 신고를 하거나 어떤 조치를 취하면 그 학생은 학교에서 완전히 고립된다. 그래서 모두 쉬쉬한다. 그러나 선도부가 개선의지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그 문제가 해결되고 좋게 끝날 때가 많다.

둘째로 학교 질서를 세우는데 도움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학생들끼리 기본 예절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학교폭력이 최소화 되고 서로 기분 좋게 학교를 다닐 수 있다. 선도부는 기본 예절을 지키지 않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셋째로 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자치법정이 있는 학교를 보면 학생회가 입법부, 선도부가 행정부, 자치법정이 사법부 역할을 한다. 물론 아직 학생자치의 역사가 길지 않아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이런 학생기구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학교운영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가 쉽다.

선도부는 학교의 앞잡이?

그러나 생각을 하다보면 선도부가 과연 학교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씩 있다. 일반 학생들은 선도부를 싫어하며 필요 없다고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선도부 내의 비리가 이 무용론을 뒷받침해준다.

하지만 선도부는 실보다 득이 많기 때문에 많은 학교에서 유지하고 있다. 선도부는 학생 자치의 첫 걸음이다. 처음에는 학생회 학생들만 참여하던 학생자치에 선도부, 자치법정의 순으로 참여하고 일반 학생들도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변화는 급속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의 생각, 환경 등이 변하면서 천천히 단계를 밟아서 변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선도부 내의 비리는 그래도 어느 정도 자정능력이 있다고 느꼈다. 어느 선도부나 신념이 철저한 학생이 적어도 5명쯤은 있다. 그 학생들이 내부의 비리를 막고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비리가 외부로 새나가면 학생들이 신고하기 때문에 요즘은 예전에 비해 비리가 많이 줄어들었다.

선도부의 고충

그리고 선도부 활동은 생각보다 힘들다. 집중단속기간에는 학교에 7시 45분까지 등교해야 한다. 점심시간에도 최대한 빨리 나가야 하기 때문에 밥을 빨리 먹고 나가야 한다. 2학년 때는 3학년을 잡는 것도 쉽지 않다. 점심시간에 무단외출을 하고 20분 정도 학번을 말하지 않고 욕하고 날 계속 쳤던 3학년 선배들도 있었다. 결국 선도위원회에 회부하긴 했지만 이런 경우가 있으면 정말 힘들다.

그리고 친구들이 봐달라고 하거나 뒷담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자신은 교칙을 지키지 않고 남에게 집행만 하는 사람에게 주로 그렇게 행동하고 선도부원 자신이 철저하게 지키며 선도를 한다면 불만도 적어지고 학생들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협조적으로 행동한다. 선도부는 놀고 먹기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만큼 힘들기 때문에 그만큼의 권리가 더 주어지는 것이다.

선도부, 학생자치의 시작

세상은 급속하게 변하지 않는다. 지금은 학생회, 선도부, 자치법정이 비록 학교에서 보여주기 식으로 운영한다고 해도 우리가 참여해서 학생자치를 위해 노력한다면 분명 바뀌게 되어 있다.

지금 단점이 몇 가지 있더라도 선도부는 있는 것이 좋다. 나중에 완벽한 학생자치가 이루어지면 이름을 바꿔서 민주적으로 학생들의 통제를 받으며 순수한 행정부의 역할만 하게 될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선도부 활동을 하면서 학교, 학생을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선도부를 없애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 있는 것들을 활용해서 학생자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선도부는 가장 실현가능성이 크고 지금 바로 실천할 수 있는 학생 자치의 첫 걸음이다.


태그:#선도부, #학생자치, #학생, #청소년, #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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