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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 선물전달식
 간담회 선물전달식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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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지역 청년단체인 청년정책팩토리가 KAIST에 유학 중인 원두우센(Wondwossen Kiflu Woldemichael) 전 교육부 차관을 만나 에티오피아의 평화정착 이야기와 양국 관계발전을 위한 방안을 들었다.

에티오피아는 지난 2018년 42세 아비 아머드 총리 취임 이후 과거 한 나라였던 에리트레아와의 반세기에 걸친 유혈분쟁을 끝마쳤고, 아비 총리는 약 20년 간 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한 덕에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정치범을 석방하고 언론검열을 중단하는 등 민주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서구의 선진국에서만 배울 것이 있다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시야를 넓히고, 남북평화의 실마리를 얻기 위해 진행됐다. 간담회는 차관의 자기소개와 참석자 질의응답, 참가자들 소감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참고로 에티오피아는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 당시 전투부대를 파병한 참전국이기도 하며, 현재 인구 약 1억2천 명으로 세계 12위 국가다.

원두우센 차관은 국비장학생으로 인도에서 유학 후 귀국해 바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수산자원부 8년 근무를 시작으로 미국 단기유학, 이탈리아 석사 유학을 다녀온 뒤 국토개발부 수석엔지니어, 교육부 차관으로 11년간 2016년까지 재직했다. 2020년 현재는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로 유학을 온 '엘리트'인 셈이다.

다음은 참석자들과 차관이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차관의 의견은 에티오피아 정부가 아닌 개인 의견임-기자 주).

- 많은 나라 중에서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
"내 직책에 따라 다른 이유가 있었다. 1996년 한국에 국토개발부에서 일할 때는 한국기업의 초청으로 왔기 때문에, 미국과는 다른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에 놀랐다. 교육부 차관으로 방한했을 때는 마찬가지로 미국에는 없는 상승 욕구와 높은 교육열, 최고를 벤치마킹하는 학교가 있는 것을 보고 한국 교육에 큰 관심이 생겼다. 한국의 신속한 경제발전과 수준 높은 교육 두 가지를 보고 카이스트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

- 에티오피아는 에티오피아의 고유한 달력 문화인 에티오피아력(曆)이 있고, 식민지배의 경험도 없다. 에티오피아가 주체적일 수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일단 나는 역사가는 아니지만(웃음,) 1년이 13개월이고 서기보다 8년이 늦는 에티오피아 달력은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해왔다. 달력과 문자가 중동에서 탄생한 것이 많은데, 에티오피아 정교회와 이슬람 영향으로 에티오피아는 이스라엘, 중동과 역사적 관계가 깊어 지금의 에티오피아력을 사용하게 된 것으로 안다. 물론 신세대는 불편하다고 싫어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아직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다.

또 에티오피아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곳이어서, 많은 나라가 침략해온 역사가 있다. 그 역사가 응축되고, 그에 대한 역대 국왕들의 많은 연설을 통해 국가 주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생겼다. 결국 중요한 건 정신, 생각(Mind)이다."

"에티오피아, 침략당한 역사 잦아... 6.25때 한국이 얼마나 힘들지 알기에 참전"

-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 에티오피아가 최초로 제국주의 국가(이탈리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또 6.25 참전국 중 전사자와 포로가 제일 적었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당시 에티오피아는 어려운 상황에도 황제근위대 소속 6000명을 파병했고 단 한 명의 포로도 나오지 않았다.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이탈리아와의 두 번의 전쟁이 있다. 1896년 1차 전쟁은 에티오피아 황제가 전 국민을 소집, 투입해서 1년 만에 승리했다. 하지만 1936년 2차 전쟁은 이태리가 대단히 많은 준비 뒤 침략해 에티오피아가 승리하는 데 5년이 걸렸다.

그런데도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정신(Mind)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침략을 당한 셀라시에 황제는 한국이 얼마나 힘들지 공감했기에 1950년 파병했지만, 당시 미군들이 은근히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병사들은 밀리지 않기 위해 더욱 열심히 전투에 임했다. 무기는 같았지만, '정신'만은 달랐던 게 전사자와 포로가 적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 에티오피아가 주변국과의 갈등을 해결하고 평화를 정착시켰는데 과정과 비결이 궁금하다.
"독립국이었던 에티오피아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의 독립운동에 군사적, 경제적으로 많은 지원을 해서 전 아프리카 독립운동의 리더 역할을 했었다. 만델라와 앙골라, 모잠비크의 지도자들도 에티오피아에서 군사훈련을 받았다. 그 영향으로 아프리카연합(AU)의 본부가 에티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에 있다. 먼저 독립을 지원했고 그 후에는 좋은 통치가 될 수 있도록 협조했다. 현재에도 수단과 소말리아 분쟁 해결을 위한 중재를 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될 때에는 치안 유지군을 파견하며 아프리카 분쟁의 해결자 역할을 하는 중이다."

- 한국과 에티오피아 관계 발전을 위한 방안이 있을까.
"가장 기본적인 것은 한국이 무엇을 잘하는지, 에티오피아는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둘 다 너무 많아서 식당의 메뉴판 같다(웃음). 에티오피아는 인적 자원의 개발이 가장 시급하다. 먼저 교육 관련 교류가 최우선이다. 교육부 차관을 할 때 한-에 교육 이니셔티브의 한국인 교수의 인상 깊은 활약이 생각난다. 그 분은 그 후 에티오피아의 대학 총장으로도 오래 근무했다.

한국은 젊은 학자들과 은퇴한 학자들을 에티오피아에 많이 파견하고 있고, 에티오피아도 많은 학생을 한국으로 유학 보내고 있다. 아쉬운 점은 에티오피아 내 약 45개 대학이 있는데 한국은 그 중 1~2개 대학에만 주로 투자하는 것이다. 양국 산업 교류도 중요하다. 현재도 많은 한국기업이 에티오피아에 투자하고 있지만,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사람 대 사람 교류가 늘어나야 한다. 서울에 두 곳의 에티오피아 음식점이 있고 앞으로 더 생길 것이다. 이런 곳들을 기반으로 민간교류가 늘어나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여러 가능성 중 공직의 길을 걸은 이유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알고 싶다.
"과거 에티오피아의 공산 독재 시절에는 민간기업이 존재하지 않았다. 현재도 여전히 정부의 규모와 역할이 크다. 공직자로서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 공직자의 길을 걷게 됐다. 한국에 와보니 역시 발전의 핵심은 인적 자원이었다. 현재 박사 논문 심사 중인데, 만약 본국으로 돌아가면 현장직보다는 후학을 양성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더 젊은 청년들이 리더가 돼야 한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자유롭고, 부유하며 투명한 모범적인 정부가 많은데 정부 고위직에 청년이 많다. 에티오피아에도 청년들이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원두우센 차관과의 간담회 단체사진
 원두우센 차관과의 간담회 단체사진
ⓒ 청년정책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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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열띤 질의응답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차관에게 법정스님의 시 '마음의 바탕에서' 서예작품과 전통주를 선물로 전달했다. 공무와 학업에 바쁜 시간에도 만남에 응해주고, 나아가 에티오피아가 한국전에 참전해준 데 대해 감사함을 담은 선물이었다.

김시연 청년정책팩토리 대표(22)는 간담회 뒤 "차관님과의 간담회는 서구 중심적 사고에 젖어있던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자리였다. 에티오피아가 지역의 평화를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경제발전을 위해 국가의 정체성을 지키며 당당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이정수(23)씨 또한 "차관님과의 간담회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앞으로의 활발한 활동을 다짐했다.     

(*본 간담회는 코로나19 방역조치를 취하고, 확산방지를 위한 정부지침을 준수한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태그:#에티오피아, #이디오피아, #원두우센, #청년정책팩토리, #남북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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