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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을지로 위원회 소속인 우원식(왼쪽), 장하나 의원이 12일 경기도 포천 아프리카박물관 외국인노동자들의 기숙사를 방문해 곰팡이로 덮힌 짐바브웨 출신 조각가 릴모(learnmore)씨의 방을 살펴보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 위원회 소속인 우원식(왼쪽), 장하나 의원이 12일 경기도 포천 아프리카박물관 외국인노동자들의 기숙사를 방문해 곰팡이로 덮힌 짐바브웨 출신 조각가 릴모(learnmore)씨의 방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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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을지로 위원장 우원식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12일 경기도 포천 무림마을에 있는 아프리카박물관 외국인노동자 기숙사 윌리씨의 방의 바닥을 손으로 짚어 보고 있다.
▲ 을지로 위원들 "이 냉골에서 어떻게..." 민주당 을지로 위원장 우원식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12일 경기도 포천 무림마을에 있는 아프리카박물관 외국인노동자 기숙사 윌리씨의 방의 바닥을 손으로 짚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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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2일 오후 10시 40분]
아프리카 노동자 숙소 방문... "이런 데서 어떻게 살았을까"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 5명은 12일 오후 '노동착취' 문제가 제기된 아프리카예술박물관과 그곳에서 일하는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들의 숙소 두 곳을 방문했다.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고 곰팡이가 검게 번져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주거 실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의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의원들은 방을 둘러보며 "이런 데서 어떻게 살았을까, 정말 너무하다, 끔찍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 이상이다"라며 분노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짐바브웨 이주노동자 3명이 거주하는 숙소를 둘러본 후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작업장에 들렀다. 녹색 천막으로 지어진 작은 작업장을 둘러보던 진 의원은 뿌옇게 먼지가 쌓인 채 구석에 놓여있는 동물 조각상을 쓰다듬으며 "조각상 눈이 참 슬퍼 보이네, 내 마음을 반영한 것 같아"라며 "그들(이주노동자)이 이걸 (조각)할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라고 말했다.

'직접 보니 어떠냐'고 묻는 기자에 질문에 진 의원은 '하-'하며 짧은 한숨을 뱉었다. 그러면서 진 의원은 "이주노동자들은 누군가에게 행복, 감동 주기 위해 이런(조각) 작업들을 하는데 (그들을) 제대로 대해주지 않는 우리가 '그런 것(행복, 감동)을 받을 자격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부르키나파소 이주노동자의 숙소에 들어가려던 유은혜 의원은 지붕 처마를 보고 "너무 낮다, 노동자들은 우리보다 키도 더 큰데…(늘 숙이고 지나다녔을 것)"라고 말했다. 또한 이주노동자가 이층 침대에 누워 몸을 돌려 누우려다가 천장에 몸이 닿는 것을 보고는 유 의원은 "제대로 돌아누울 수도 없네"라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방을 지나 화장실을 둘러본 의원들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화장실 벽 모서리는 갈라져 물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를 본 은수미 의원은 "할 말이 없다, 너무 미안해"라고 말하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또한 은 의원은 "현장에 오기 전 언론을 통해 사진을 봤는데 이렇게까지 끔찍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라면서 "인권을 이런 식으로 유린해놓고 국격, 품격 얘기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냐"라고 꼬집었다.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무용수로 일하고 있는 부르키나파소 출신 엠마뉴엘(Sanou Emmanuelle Migaelle)은 이주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우원식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우원식 위원장은 "짐승의 우리만도 못한 곳에서 사람이 살도록 인권을 유린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박물관 측을 만나 최소한의 인권을 지키라는 뜻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이것이) 수렴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물관장 "노력했는데 송구스럽게 생각"... 은수미 의원 "형사처벌 받아야죠"

박상순(맨 오른쪽) 전 아프리카관장이 12일 오후 경기도 포천 아프리카박물관에서 '노예노동'으로 논란이 된 아프리카박물관 예술인들과 민주당 을지로 위원회 의원들 앞에서 사과발언을 하고 있다. 박 전 관장은 금을 오후 합의가 시작되며 이번 사태로 인해 경질 되고 새 관장으로 김철기 BBS 부총재가 임명 되었다.
▲ 경질 된 아프리카박물관장 "미안하다" 박상순(맨 오른쪽) 전 아프리카관장이 12일 오후 경기도 포천 아프리카박물관에서 '노예노동'으로 논란이 된 아프리카박물관 예술인들과 민주당 을지로 위원회 의원들 앞에서 사과발언을 하고 있다. 박 전 관장은 금을 오후 합의가 시작되며 이번 사태로 인해 경질 되고 새 관장으로 김철기 BBS 부총재가 임명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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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을 찾은 민주당 의원들은 먼저 와 기다리고 있던 이종수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장과 잠시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뭐했냐, 저게 사람사는 꼴이냐, 강아지도 저렇게는 안 키운다"라고 추궁했다. 이 지청장은 말을 아낀 채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가보셨냐"는 질문에는 그는 "아직 안 가봤다"고 짧게 답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박상순 전 박물관장, 이종수 지청장 등이 참석한 간담회는 박물관 2층 박물관장실에서 열렸다. 박상순 전 관장은 "아프리카 문화를 우리나라에 알리고자 하는 조그마한 소망으로 시작한 일이며, 이런 큰 기관을 민간이 맡아 운영하다 보니 문제가 있었다, 여러모로 노력했는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장하나 의원은 "노력했다는 식으로 말씀하지 말라"면서 지적했다.

유은혜 의원은 박 전 관장에게 "2년간 관장하면서 숙소를 직접 본 적 있냐, 쥐가 나오고 곰팡이가 잔뜩 있는데"라고 물었다. 우원식 의원도 "쥐덫 제대로 놓고 쥐구멍이라도 막아주면 이런 소리가 안 나오지 않냐, 그런 방법은 생각도 안 해봤냐"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어 우 의원은 "말이 안 되는 거다, 잘못했다는 사과부터 하라"고 말했다.

박 전 관장은 "잘못했습니다, 부족합니다"라고 말을 흐렸고, 은수미 의원은 "잘못한 게 아니고 법을 위반한 것이며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40여 분간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사측이 계약 내용을 위반한 것, 조각가인 짐바브웨 출신의 파이나(Chikumbirike Phainah)에게 쇼핑몰, 카페 관리를 맡긴 것, 주거환경을 개선하지 않은 것 등에 대한 추궁이 이어졌다.

최근 '노예노동'으로 아프리카 외국인 노동자가 논란이 된 가운데 12일 경기도 포천 아프리카박물관 관장실에서 새 박물관장 김철기(오른쪽)씨가 전 박물관장 박상순씨에게 관장 교체를 통보하고 있다.
▲ 김철기 새 박물관장 "이제부터 제가 관장입니다" 최근 '노예노동'으로 아프리카 외국인 노동자가 논란이 된 가운데 12일 경기도 포천 아프리카박물관 관장실에서 새 박물관장 김철기(오른쪽)씨가 전 박물관장 박상순씨에게 관장 교체를 통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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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가 끝날 무렵, 한 남성이 우원식 의원에게 다가가 "기자들 다 내보내고 의원들과 관계자들만 남아 비공개로 합의문을 작성하자"고 제안했다. 이 남성은 본인을 '한국BBS중앙연맹 부총재'라고 간략히 소개한 후 박상순 전 박물관장을 대신해 자리에 앉았다. 박물관장실에서 간담회를 지켜본 그는 김철기 전 친박연대 사무총장으로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오전에 '상황이 어떤지 파악하고 대처하라'고 해서 왔다"면서 "간담회가 진행되던 중 홍 사무총장으로부터 박물관장 임무를 지시받았다"라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합의문 결의는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끝났다. 합의문에는 ▲ 여권과 적금통장, 항공권 합의 즉시 반환 ▲ 건강검진 및 의료비 지원 ▲ 합리적인 기숙사 즉시 제공(기본 2인 1실, 1인당 침대 1개, 냉난방기능 등) ▲ 노동자 출국 전 경력증명서 발급 ▲ 향후 아프리카 아티스트 팀 채용시 한국 노동 표준근로계약 준수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한 부르키나파소 이주노동자 8명에 대해서는 '그간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에 위로금 200만원을 더한 금액을 각 2014. 2. 13까지 지급한다'는 사항에 합의했다.

짐바브웨 이주노동자 4명의 합의문에는 ▲그간 미지급 임금을 각 2014. 2. 13까지 지급한다 ▲퇴직금 및 위로금 200만원을 더한 금액을 퇴직시 지급한다 ▲하루 8시간 노동에 대한 최저임금을 지급한다 ▲매월 부식비로 미화 250달러를 지급한다(쌀은 별도 지급) ▲추가근로수당을 지급한다 ▲1시간의 점심시간을 보장한다 ▲한국법령에 따라 보장되는 4대보험을 제공한다(국민연금은 상호주의에 의거하여 처리한다) ▲여름휴가(1년 15일)을 제공한다 ▲인종비하적 발언을 하지 않는다 ▲재계약연장여부를 기간만료 3개월 이전에 통보한다 ▲그 외에 사항에 대해서는 한국의 노동법규정에 따른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걱정하는 합의문 이행·보증에 대해 지속적 감시·감독하겠다"

 12일 오후 경기도 포천 아프리카박물관 관장실에서 '노예노동'으로 논란이 되었던 12명의 아프리카 외국인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 합의를 마치고 도움을 준 이주노동자센터 활동가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웃음 찾은 아프리카 예술인들 12일 오후 경기도 포천 아프리카박물관 관장실에서 '노예노동'으로 논란이 되었던 12명의 아프리카 외국인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 합의를 마치고 도움을 준 이주노동자센터 활동가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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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문 결의를 마친 뒤 우원식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물관이 요구사항을 전폭적으로 수용했고 양측 모두 만족스러운 합의"라고 말했다. 이어 "이주노동자 여러분이 겪은 아픔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하고 박물관 측이 노동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신속하게 처리한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다"라며 전했다.

김철기 신임 박물관장은 "먼저 사과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관장은 "걱정해주신 언론인, 노동단체, 을지로위원회 의원들게 송구스럽고 감사하다"라며 "이주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가감없이 받아들였으니 앞으로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간담회 도중 '현직 관장'에서 '전직 관장'으로 직책이 바뀐 박상순 전 박물관장도 "불미스러운 일이 박물관에서 벌어지게 되어 죄송한 말씀드린다"라며 "부족한 것 많아 예술가들에게 불편한 점 끼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한다"고 말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주노동자 12명과 일일이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하며 "아임쏘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합의문 발표를 마치고 돌아가는 은수미 의원은 "이주노동자들이 걱정하는 합의문 이행·보증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감시·감독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을지로위원회는 인권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민주당 을지로 위원장 우원식 의원(오른쪽)이 12일 경기도 포천 무림마을 아프리카박물관 기숙사 앞에서 최근 '노예노동'으로 논란이 된 아프리카 출신 예술인들과 악수하고 있다.
▲ 아프리카 노동자 찾아간 을지로 위원회 민주당 을지로 위원장 우원식 의원(오른쪽)이 12일 경기도 포천 무림마을 아프리카박물관 기숙사 앞에서 최근 '노예노동'으로 논란이 된 아프리카 출신 예술인들과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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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기 새 아프리카박물관장(왼쪽)이 12일 오후 경기도 포천 아프리카박물관 관장실에서 12명의 아프리카 외국인 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민주당 을지로 위원회 의원들 함께 노동조건 개선 합의를 하고 있다.
 김철기 새 아프리카박물관장(왼쪽)이 12일 오후 경기도 포천 아프리카박물관 관장실에서 12명의 아프리카 외국인 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민주당 을지로 위원회 의원들 함께 노동조건 개선 합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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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 12일 오후 8시 13분]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이주노동자 요구 사항에 합의

'노동 착취' 문제로 논란이 됐던 아프리카예술박물관(아프리카박물관) 측이 하루 8시간 노동에 대한 최저임금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이주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였다.

민주노총 이주노조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12일 오후 경기 포천 아프리카박물관을 찾아 김철기 신임박물관과 이수종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 여권과 적금통장, 항공권 합의 즉시 반환  ▲ 건강검진 및 의료비 지원 ▲ 합리적인 기숙사 즉시 제공(기본 2인 1실, 1인당 침대 1개, 냉난방기능 등) ▲ 노동자 출국 전 경력증명서 발급 ▲ 향후 아프리카 아티스트 팀 채용시 한국 노동 표준근로계약 준수 등의 공통사항에 합의했다.

이주노조와 민주당 측은 13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덧붙이는 글 | 박윤정 기자는 오마이뉴스 19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아프리카예술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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