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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미안해. 너도 이런 출산의 고통을 겪게 될 거란 것이...'

'출산' 이 단어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말할 수 없는 여자만의 특권이다. 마흔에 남산만한 배로 주위의 이목을 집중시켜 낳은 셋째. 분만실에서 한쪽 눈가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안했다. 여자로서 출산의 고통을 알게 될 거란 것이... 출산의 고통을 알면서도 어느새 잊어버리는 건망증에 감사해야 할지. 꼬물꼬물 움직이는 모습에 아픔도 잠시 잊어버린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입으로는 말했지만, 몸은 속일 수 없었던 모양이다. 첫째는 낳자마자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고, 둘째는 그냥 누워있었고, 셋째는 부축 없이는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힘들었다. 축복으로 다가온 막내는 임신 초기부터 나를 맘 졸이게 했다. 피가 자주 보여 6주 동안을 일주일에 한 번씩 유산방지 주사를 맞으며 생명의 소중함을 이어나갔다.

양수검사결과는 안하기로. 소중하게 찾아온 생명. 소중하게 지키기로 했다.

3, 4개월부터는 건강하게 잘 자리 잡았다는 의사의 진단을 듣고 태아보험을 들고자 했으나, 모든 보험사가 거절이었다. 혹시나 손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보험사의 속내에 맘이 불편했다. 무럭무럭 잘 크고 매월 병원 정기검진도 꼬박꼬박 받았다. 나이도 있고 고위험군에 속하니 양수검사를 권하는 병원. 우리 부부는 고민했다. 소중한 생명. 검사결과가 안 좋으면 어떡하라고 병원에서 권하는 건지.

다른 기자님이 양수검사를 했다고 이야기에 올렸는데, 뱃속에서 태아가 받을 스트레스와 검사결과에 따라 부모들의 결정만을 기다려야 하는 그런 상황이 싫었다. 우리 부부는 결정했다. 양수검사결과는 안 하기로. 소중하게 찾아온 생명. 소중하게 지키기로 했다. 설사 현실이 힘들더라도. 우리의 용기는 결연했고 아주 건강하고 예쁜 딸로 태어나 감사했다.

"꼭꼭 숨어라"라는 문장 하나에 가족들 모두 감동의 도가니에 푹 빠지게 하는 마력이 있다.

언니, 오빠가 사춘기로 가는 길목에 서 있는데, 요 막내는 음악에 맞춰 흔들어대고, 무릎을 파고든다. 슬하의 자식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게구나. "어부바"라며 포대기를 가져와 언니, 오빠의 등에 기대 좋아 어쩔 줄 몰라한다. 내 배가 만지고 싶으면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며 '코'라고 말한다. "꼭꼭 숨어라"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여러 문장도 만들고 노래도 부른다. 큰 얘들이 방학 때 집에서 쉬며 어린이집 간 동생이 없어 심심할 정도라니 할 말 다했다.

아들만 다섯인 팔순에 가까운 할머니가 손녀의 재롱에 빠져 호시탐탐 키우고 싶어하는 내색을 하시지만, 어머님 기력도 달리시고 내가 비록 힘들지만 허전해도 옆에 두고 키우고 싶다. 큰 얘들 키우시면서 복이 안 된다며 돈을 받지 않으신 어머님이라 늘 감사하지만 말이다. 얼마 전까지 단어만 말하더니 문장을 구사하는 능력이 많이 늘었다. 올해 안에 책이라도 읽을 기세다.

아직은 28개월 세 살. 속담도 많다.

'세 살 난 아이 물가에 놓은 것 같다.' '세 살 먹은 아이도 제 손의 것 안 내놓는다.' '세 살에 도리질한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키가 작다고 세 살 난 애기보다 더 작을가.' '자식은 수염이 허얘도 첫걸음마 떼던 어린애 같다.' '팔십 노인도 세 살 먹은 아이한테 배울 것이 있다.' '호랑이는 세 살 먹은 어린애가 봐도 호랑인 줄 안다.'

아직은 28개월 세 살. 속담도 참 많다. 정년퇴직할 때쯤이면 막내는 스무 살. 출산의 고통은 힘들었지만 키우는 재미는 쏠쏠하다. 큰 얘들이 아침이면 밥 먹이고 옷 입혀서 어린이집에 출근을 시켜준다. 퇴근도 얘들 몫이다. 어쩔 때는 똥 기저귀도 갈아준다. 바쁜 엄마 탓이다. 서로 배려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일찍부터 터득한 미안하고 고마운 우리 아이들이다.

덧붙이는 글 | '출산, 그 아름다운 이야기' 공모 응모글입니다.



태그:#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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