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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연구원은 <오마이뉴스>와 공동으로 미국언론의 한반도 관련 보도 태도를 분석하는 글을 5회에 걸쳐 싣습니다. 최근 미국 정부의 정책에서 한반도 문제는 우선 순위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중동문제 등 굵직한 외교문제와 미국 국내 재정문제 그리고 크고 작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행태에 대한 미국언론의 부정적인 보도는 미국 여론이 한반도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않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보도태도를 분석하는 목적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여론의 현주소를 진단하는데 있습니다. 진단이 정확하다면 정부나 민간차원에서 한반도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연대와 협력의 방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말]
"태권V와 마징가Z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30대 이상 한국인이라면 들어봤음직한 추억의 논쟁거리 중 하나다. 답이 없는 논쟁거리이고 현실에서 판가름 날 리 없는 만화 같은 질문일 뿐이다.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미국 언론도 이와 같이 판가름하기 힘든 주제를 놓고 기사를 종종 쓴다. '불량국가 중 누가 제일 나쁜가?'

10년전 불량국가 동급최강 이라크

'불량국가'라는 딱지 자체가 미국과 적대적인 국가에만 붙는 수식어이다. 불량국가라면 미국을 위시한 자유민주주의 세계에 위협이 되는 것이지, 누가 더 나쁘다고 경중을 따지는 건 사실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세계정세의 흐름에 따라 불량국가 중 동급최강을 지목하려는 미국 언론과 미국인들의 시선은 존재해왔다.

10년 전만 해도 단연 이라크가 불량국가 동급최강이었다. 이라크는 테러와의 전쟁 당사국이자 사담 후세인의 철권통치가 이어지던 나라였다. 정보조작으로 판명나기는 했지만 대량살상무기를 지닌 아주 위험한 나라였다.

2001년 9·11 테러 4개월 뒤에 발표된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의 2002년 1월 연두교서에서 나온 '악의 축(axis of evil)' 국가 중 단연 선두도 역시 이라크였다. 원래 이라크만 연두교서 초안에 언급됐으나 수정과정에서 이란과 북한이 추가됐다는 전언도 있다.

그 후 후세인이 제거되고 미국에서 언급하는 불량국가 중 최고의 자리는 이라크에서 북한으로 서서히 옮겨가기 시작했다. 북미 대립의 골이 깊어지면서 차곡차곡 핵능력을 강화해나간 북한은 10여 년 사이에 이라크와 이란을 제치고 불량국가 중 동급최강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최근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문제가 불거졌을 때 <뉴욕타임스>는 "화학무기 사용금지 협정은 인류의 도덕적 의무의 한 표현"이라며 이 협정에 참여하지 않은 시리아와 북한, 이집트, 앙골라, 남수단을 일일이 열거하며 비판했다(2013년9월3일자, "Antigone in Damascus")

이어 <뉴욕타임스>는 같은 날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참석한 미 의회의 시리아 공습 관련 청문회 소식을 보도하며 두 장관의 말을 빌려 북한을 시리아와 동급의 국가로 취급했다. 나아가 시리아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북한에 대해 오판의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2013년 9월3일자, Officials Make Case for Strike Before Senate Panel).

시리아 공습에 대한 청문회에서 미국의 선제 행동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근거 중의 하나로 북한에 대해 "잘못된 신호"를 주면 안 된다는 논리가 미국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2013년9월4일자, The Stakes in Congress). 시리아 문제 자체는 시리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비롯한 불량국가 전반의 문제로 연결된다는 미국 조야의 시각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북한, 빠질 수 없는 불량국가의 대명사

<워싱턴포스트>는 11월7일 보도에서 현재 이란과의 핵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웬디 셔먼 협상대표가 과거 북한과의 가짜 핵 협상(bogus arrangements)에도 참가했던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이란에게 경제적 보상을 해주고 그들의 핵 폐기 움직임 속임수에 장단을 맞추다 북한과 같은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훈수를 두었다.
 <워싱턴포스트>는 11월7일 보도에서 현재 이란과의 핵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웬디 셔먼 협상대표가 과거 북한과의 가짜 핵 협상(bogus arrangements)에도 참가했던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이란에게 경제적 보상을 해주고 그들의 핵 폐기 움직임 속임수에 장단을 맞추다 북한과 같은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훈수를 두었다.
ⓒ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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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최근 진전을 보이고 있는 이란과의 핵협상 문제를 다룰 때 북한 핵과 같은 협상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언론의 목소리가 높다. <워싱턴포스트>는 11월7일 보도에서 현재 이란과의 핵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웬디 셔먼 협상대표가 과거 북한과의 가짜 핵 협상(bogus arrangements)에도 참가했던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이란에게 경제적 보상을 해주고 그들의 핵 폐기 움직임 속임수에 장단을 맞추다 북한과 같은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훈수를 두었다(Obama to allow Iran to keep its nuclear weapons program?). 미국에게 있어 북한은 핵 협상 실패의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최근의 보도 이전에 올해 상반기 이란과의 비핵화 협상에 미국이 나설 것을 주문한 미국 언론 보도에서도 북한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와 관리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오곤 했다.

<뉴욕타임스>는 8월9일자 보도에서 미 당국이 이란과 핵 협상을 할 때 북한의 사례를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즉, 북한이 우라늄 개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플루토늄 개발 프로그램까지 옮겨간 사례를 염두에 두고 미국은 이란이 플루토늄 개발도 하지 못하도록 확실히 봉쇄해야 한다는 것이다(Iran's Plan B for the Bomb). 북한은 핵문제에 있어서 다른 불량국가들이 절대로 따르도록 해서는 안 되는 동급최강의 불량국가로 미국 언론보도에서 인식되고 있다.

이밖에 폐쇄국가나 독재, 인권탄압 등 불량국가의 특성을 지닌 국가를 지칭할 때 미국 언론은 북한을 인용하기도 한다. <뉴욕타임스>는 9월8일 아프리카의 독재와 인권탄압 소식을 전하면서 이사이아스(Isaisa) 에리트리아 대통령이 서방원조를 차단하고, 반대자를 지하 컨테이너에 가둔다고 하면서 에리트리아를 아프리카의 북한(North Korea of Africa)으로 지칭했다(The Global Elite's Favorite Strongman).

미국 언론 보도에서 북한은 빠질 수 없는 불량국가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 이런 북한을 상대로 미국이 선제적으로 핵감축을 해서 핵무기가 결코 핵심이익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자는 주장(뉴욕타임스, 6월7일, Letting Go of Our Nukes)이나, 핵문제와 같은 사안에 있어 그 누구도 확실한 승리를 확신하지 못할 때는 협상을 통해 문제해결을 할 수밖에 없다(뉴욕타임스, 5월16일, When to Talk to Monsters)는 권고가 미국 시민사회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아울러 우리의 처지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의 전면적인 긴장과 충돌은 회복하기 어려운 전쟁의 피해를 남길 것이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평화를 바라는 목소리를 미국 언론과 시민사회에 전달하여 대북정책이 강경 일변도의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황은 '동급 없는 세계최강' 미국과 '불량국가 동급최강' 북한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관전하듯이 바라볼 상황은 아닌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knsi.org)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미국언론, #불량국가, #북한, #시리아,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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