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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 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한 분야에서 10년을 일하면 베테랑이 된다.' 많이들 쓰는 표현이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긴 시간 동안 여러 고비를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해도 '경제적 문제'를 안고 살 수밖에 없는 활동가라면 더더욱 짧은 시간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전경옥 시민기자의 '8년 차 동물보호운동가'라는 소개가 더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근래 논란이 된 '불붙은 개 사건'부터 '서울대공원으로 돌아온 호랑이 크레인'까지…. 힘들고 아픈 동물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찾아가는 그.

"도와주지 못했다는 자괴감 때문에 잠도 못 자고 눈물만 났다"는 전경옥 시민기자이지만, 분명 그로인해 우리 사회는 조금씩 동물들의 복지를 고민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동물들이 지금보다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되면 사회 역시 더 평화로워질 것"이라고 말하는 그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독자분들께 소개한다.

☞ 전경옥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

"'동물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인생에서 큰 충격이었죠"

전경옥 시민기자
 전경옥 시민기자
ⓒ 전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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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옥 시민기자를 처음 본 분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
"'동물을 위한 행동'이라는 동물단체를 설립했고 현재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는 2005년 환경운동연합 동물복지모임 '하호'에서 활동하며 야생조류탐사 이야기를 기사로 쓰기 시작했고 그것으로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 아이디(pigamojara)가 참 눈에 띈다,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가.
"오래전에 제가 좋아하던 만화주인공 별명이 '피가모자라'였습니다. 좀 독특한 캐릭터였는데 자신을 외계인이라고 생각하는 친구였죠. 동물을 위한 활동이라는 것이 워낙 소수에 의해 이루어지고 사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스스로 외계인처럼 느껴지고 있던 차에 시민기자로 가입하게 되었고 문득 그 캐릭터가 떠올랐습니다."

- 자기소개를 보면 '8년 차 동물보호운동가'라고 돼 있다. 처음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12년 전 우연히 학대받던 강아지를 입양하면서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함께 살다 보니 동물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기쁨도 슬픔도 우울함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내 인생에서 참 큰 충격이었습니다. 한번은 너무 슬픈 일이 있어서 방에 혼자 누워 울고 있는데 그 강아지가 다가와 내 뺨에 흐르는 눈물을 핥아주는 거예요. 눈을 보니 나의 슬픔을 공감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더군요. 마치 '울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 이후 말만 못할 뿐 인간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데 자신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불리한 조건 때문에 일방적으로 인간에게 이용되고 학대받는 동물의 상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직업적으로 이 일에 뛰어든 것이 벌써 8년째가 되었네요."

- 동물보호 활동이라는 게 공익적인 부분이 많을 듯한데, 생계 문제가 생기지는 않나?
"당연히 생계문제가 가장 크죠. 메이저 단체에서 월급 받고 일했을 때는 적더라도 매달 월급이 나왔는데, 지금 제가 단체를 설립하고 보니 모금도 혼자 알아서 해야 하고, 경제적 상황이 아주 궁핍하죠. 그런데 항상 통장 잔고가 비어가면 또 어떻게든 채워지고 또 누군가 도와주고 그렇게 저렇게 유지하고 있죠.

결국 사명감 없이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공익적인 활동이라고 해서 반드시 항상 가난해야 한다, 이렇게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앞으로는 활동가에게도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경제적 궁핍을 각오하지만 늘 그렇다면 오래 이 일을 감당하기는 어렵겠죠."

- 활동을 하다 보면 보기 힘든 현장을 마주하기도 할 텐데, 어떻게 이겨내나?
"솔직히 못 이겨내죠. 사람들 앞에서는 무덤덤한 척은 하지만 돌아서서 집에서 혼자 많이 웁니다. 처음 도축장에 다녀와선 쓰러질 정도로 술도 먹었더랬습니다. 살처분 현장에서 돼지들이 생매장 당하는 것을 보고 와서는 두 달간 거의 술만 먹었습니다. 깨어있는 것 자체가 저주스러웠죠. 돼지들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는데(돼지들의 비명소리가 그렇게 큰지는 처음 알았어요.) 도와주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자괴감. 그게 컸어요. 한동안 잠도 잘 못 자고 길거리 지나가다 혼자 울기도 하고요. 결국 독하게 마음먹고 스스로 다스리며 이겨내는 방법밖에는 없었어요.

이런 일을 하면서 심리적 고통 때문에 종교를 가지거나 명상을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요. 예전에 성당에 다녔었고 세례명(데레사)도 있지만, 성당에 간 지도 오래되었고, 성향이 원래 종교적인 것과는 멀어서 지금 새삼스럽게 다시 성당에 가기는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이 일을 하면서 가끔 묵주기도를 혼자 하기도 합니다. 한번은 개 도살장을 가는데 나도 모르게 혼자 주기도문을 외우고 있더라고요. 결국 가족과 친구들의 성원과 격려가 가장 힘이 됩니다. 가족들이 없었다면 이 일은 못했을 거 같아요. 혼자서는 심리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요. 누군가 옆에서 도와줘야죠. 음 가족들 이야기하면 지금도 뭉클하죠. 미안한 마음은 이루 표현할 수도 없고요. 남들 같으면 부모를 봉양해야 할 나이에 봉양은커녕 도움받는 일이 더 많으니…."

- 혹시 일이 힘들어 그만둘까 생각한 적은 없는지.
"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도 많죠.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연락도 다 끊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 이런 생각. 하지만 결국 돌아오게 돼요. 이 일이 인생을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한 첫 직업이고 천직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포기는 못 할 듯해요. 동물을 위한 일을 평생 하고 싶어하는 후배들이 있는데, 해주고 싶은 말은 이 일이 천직인 사람은 따로 있다는 것이죠. 동물이 불쌍하다는 마음만 가지고 뛰어들었던 사람들은 몇 년 견디지 못하고 다 떠났어요.

말하자면 동물보호운동가가 된다는 것은 일종의 타고나는 것인데, 돈, 명예, 사회적 지위보다 사회 정의를 위한 활동에 지속적으로 깊은 매력을 느껴야 하며, 어떤 어려움(경제적 어려움, 사회의 차가운 시선)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신념, 끈질기게 한 가지 주제에 매달리는 근성, 진리를 향한 열정과 지성, 상대방을 합리적으로 설득하겠다는 이성적 태도, 그리고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있어야 하죠. 동물을 위한 일이지만, 평생 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런 성향이 있어야 됩니다.

동물을 위한 활동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인간을 설득하고 변화시켜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인간사회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성찰하는 자세 또한 필요합니다. 동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전략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는데 늘 동물이 불쌍하니 도와줘야 한다는 태도만으로는 부족해요. 앞으로도 똑똑하고 판단력이 명쾌한 지성을 갖춘 젊은이들이 이 일에 뛰어들어주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동물원, 멸종위기 동물보호보다 동물전시에 치중"

돌고래 한마리가 관광객을 위한 쇼를 보여주고 있다.
 돌고래 한마리가 관광객을 위한 쇼를 보여주고 있다.
ⓒ 박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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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동물 봉사활동, 사람들이 관심은 많은데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몇 가지 정보를 알려준다면?
"처음에는 유기동물보호소에 가서 동물들을 돌보고 청소도 하는 일을 많이 하죠. 각 지역에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소가 있습니다. 각 시군구에 하나씩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되어 있으니 자신이 사는 곳의 행정관청에 전화해서 유기동물담당부서를 찾으면 연결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동물들은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안락사되기 때문에 이 동물들을 입양할 수 있는 곳을 찾아주는 활동을 하는 지역커뮤니티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입양활동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근본적으로 동물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아니죠. 또 무엇보다 동물이슈는 실험동물, 농장동물, 동물원동물 등 다양하고 이런 이슈는 대부분 조직화된 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단체를 찾아 후원해주는 활동을 하면서 단체를 키워주는 일도 필요합니다. 결국은 조직화된 힘이 궁극적인 문제해결을 할 수 있죠. 우리나라는 인구비례에 비해 아직 동물단체가 많지 않습니다.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하고 후원자들이 단체에 비전와 활동계획을 요구하며 단체의 질적 향상을 꾀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합니다."

- 어떤 계기로 기사를 처음 쓰게 됐나.
"동물관련 일이나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찾고 찾다 환경운동연합에 있는 동물복지모임 '하호'를 알게 되었죠. 거기서 활동하다가 친구들이 우리 활동을 스스로 언론매체에 알리는 작업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더랬죠. 제가 글을 많이 쓰고 또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낙점되었고 당시 야생조류 탐사활동을 담아내는 기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게 첫 시작이 됐습니다."

- 기사를 본 분들의 반응도 많을 것 같다.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쇼동물에 반대하는 기사를 쓴 직후였어요. '돈이 없어서 고민이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우연히 썼는데, 어떤 분이 돈을 보내주겠다고 계좌 알려달라고 쪽지를 보내셨더라고요. 한 번에 꽤 큰 금액을 아무 조건도 없이 보내주시는 것을 보고 놀랐는데, 그때는 저도 그분을 잘 몰랐는데, 알고 보니 꽤 유명하신 분이더군요. 자랑해도 되냐고 여쭤봤더니, 사람들에게 알리지는 말아 달라고, 선행했다고 자랑하려고 후원한 것이 아니라 신념을 가지고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주는 것이니 그냥 쓰라고 하셔서… 그때 생각했죠. '후원이란 아무런 조건 없이 사회의 정의나 공익을 위해 하는 것이다'라는 것."

- 지금 속해 있는 곳(동물을 위한 행동)이 '상업적 동물원과 동물쇼를 반대'하는 전문단체로 알고 있다. 부모들이 '교육상' 아이와 함께 동물원을 찾거나 동물쇼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는데, 진짜 동물에 대한 참교육은 어떤 것일까?
"동물과 인간은 서로가 처한 환경에 맞게 살아야 서로 행복할 수 있겠죠. 근거 없는 당위나 주장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모두 행복할 수 있겠느냐는 관점인데요. 야생동물의 경우 동물을 본성에 맞게 대우한다는 것은 그들이 지금 사는 환경에 함부로 개입하지 않고 거리감을 유지해주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그들의 삶에 대해 잘 모릅니다. 현재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은 대부분 야생동물이지만, 동물원의 기능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목적보다는 많은 동물을 전시하는 역할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다양한 생태환경에 적응해 사는 동물을 한국이라는 한정된 기후환경과 야생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살게 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겠죠. 이 수많은 동물들을 관리하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윤을 위해 동물쇼와 동물을 만지는 체험관(petting zoo)이 유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철창 안에 멍하게 있는 동물을 보거나, 인위적인 훈련을 통해 동물의 생태와는 전혀 상관없는 묘기를 부리는 동물을 보는 것은 동물의 생태를 알게 되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오히려 동물의 참모습을 왜곡된 형태로 받아들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죠. 이것이 과연 교육적일까? 생각해봐야 합니다.

부모님과 교사들에게 권유하고 싶은 참교육이란 동물체험관이나 동물원에 아이들을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야생조류를 먼 거리에서 관찰하거나 야생동물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게 하면서 야생동물이 처한 환경에 대해 제대로 알려줘야 합니다."

- 끝으로 독자나 편집부 등에게 하고 싶은 말.
"<오마이뉴스>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 그리고 시민들이 <오마이뉴스>에 걸고 있는 기대는 기존의 언론이 담아내지 못하는 삶의 다양한 장면을 구석구석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시민기자들이 현장을 취재하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상상외로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회정의를 위해 펜을 잡는 어려움을 인정하고 많은 관심과 격려, 후원을 아끼지 말아주세요. 언론이 자본화되고 권력에 유리한 보도를 삼는 경향이 더욱 심화될수록 사회 뒤편의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시민기자들의 힘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태그:#찜! E시민기자, #전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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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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