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노래운동가' 윤민석
 '노래운동가' 윤민석

대선을 한 달 정도 남겨 놓은 이 시점에 '노래운동가' 윤민석에게 노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2002년 대선 이후 그의 노래가 정치·사회적 고비 때마다 얼마나 요긴하게 쓰였는지 기억하는 이들이 이번 대선에서도 그가 일정한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를 두고 만든 노래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는 당시 대쪽 이미지를 갖고 있던 이회창 후보의 실체를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른바 '조중동'으로 묶여 불리는 보수언론의 일방적인 이회창 편들기를 비꼰 노래 <사랑해 오빠>의 경우도 왜곡 편파 보도를 일삼는 '조중동'의 기사가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를 드러냄으로써 노무현 후보가 '조중동'과 맞서 싸우는 데 큰 힘이 됐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정국 당시 나왔던 <너흰 아니야>나 <격문> 시리즈는 촛불을 든 모든 이들의 마음을 모으고 결의를 다지는 데 쓰였고, 선거에 맞춰 내놓은 <투표부대가>는 젊은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끄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가수 싸이의 노래 하나로 인해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한국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보이듯 윤민석의 노래 한 곡이 대선정국에서 많은 이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란 기대는 '노래의 힘'을 아는 이들이라면 당연한 것이다.

노래 만들 힘 빼앗겼지만... 천상 노래운동가 윤민석

지난 9월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린 '윤민석 음악회-지금은 우리가 만나서'에서 참가자들이 작곡가 윤민석씨가 작곡한 '경의선 타고' 노래에 맞춰 기차놀이를 하고 있다. 이날 음악회는 민중가요 작곡가 윤민석씨가 최근 아내 양윤경씨의 암투병 치료비 부족을 호소하자, 시민들이 그를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기획·공연 되었다.
 지난 9월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린 '윤민석 음악회-지금은 우리가 만나서'에서 참가자들이 작곡가 윤민석씨가 작곡한 '경의선 타고' 노래에 맞춰 기차놀이를 하고 있다. 이날 음악회는 민중가요 작곡가 윤민석씨가 최근 아내 양윤경씨의 암투병 치료비 부족을 호소하자, 시민들이 그를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기획·공연 되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아내 양윤경의 암 투병을 옆에서 도와야 하는 그의 절박한 처지는 새로운 노래를 만들 힘마저 빼앗아버렸다. 지난 10월 15일 윤민석은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심정을 털어놨다.

"대선을 앞두고... 또 이전처럼 노래하나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쪽지를 주는 분들이 있다. 내 노래의 역할을 기억해주는 건 고맙지만, 난 지금 페북이나 트윗에서 보는 다른 이들의 소소한 일상조차 눈물 나게 부러운 처지. 그러니 부디 기대치 말아주시라."

아쉽지만 이번 대선은 윤민석의 노래 없이 치를 수밖에 없다. 윤민석이 처한 상황을 잘 아는 이들이라면 지금 윤민석에게 다시 노래를 요구하는 게 얼마나 염치없는 짓인가를 잘 알고 있으리라.

윤민석이 트위터에 올린 감사의 인사말
 윤민석이 트위터에 올린 감사의 인사말
ⓒ 이봉렬

관련사진보기


익히 알려진 대로 올해 초 윤민석의 아내 양윤경씨는 오랜 지병인 암으로 입원하게 됐고, 그들의 어려운 사정을 전해 들은 벗들은 십시일반 정성을 보태 1억 5000만 원을 모아 전달했다. 윤민석은 필요한 병원비를 제외한 금액을 후원이 필요한 여러 단체에 다시 기부했다. 또한 윤민석을 후원하기 위한 음악회도 두 차례 개최됐다(관련기사 : 1억 빌려 달랐는데, 이런 응답이 왔습니다).

부인의 암 투병이라는 큰 고난과 맞서면서 윤민석은 평생 업으로 삼아온 노래운동을 잠시 내려놨지만, 그의 고난에 연대하고 후원해 준 많은 이들의 사랑마저 외면할 수는 없었던가 보다. 그래서 노래가 하나 나왔다. 제목은 <항암승리가>. 윤민석은 천상 노래운동가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수시로 이어지던 위중한 순간이 조금씩 잦아들고 저도 정신을 추스르기 시작하면서 어찌하면 그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을까 내내 고민하다가 제가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고스란히 노래가 됐습니다."

암 이까짓 것 이길 수 있어... 툭툭 털고 일어날 거야



<항암승리가>(抗癌勝利歌) 작사·작곡 윤민석

1. 처음에는 기가 막혀 말도 못 했지 / 세상이 다 끝난 듯했지 / 왜 하필 나인 거야 원망도 하고 / 두려움에 울기도 했지 / 하지만 이것 또한 내 삶의 모습 /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 제대로 하나하나 부딪혀보자 / 후회 따윈 남기지 않게

2. 쉽지 않은 시간들을 견뎌야겠지 / 가끔은 절망도 하겠지 / 아픈 몸 아픈 마음 너무 힘들어 / 포기하고 싶을지 몰라 / 하지만 이것 또한 내 삶의 모습 /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 제대로 하나하나 부딪혀보자 / 후회 따윈 남기지 않게

* 암 이까짓 것 별거 아니야 / 암 이까짓 것 이길 수 있어 / 암 나는 다시 건강할 거야 / 다 툭툭 털고 일어날 거야

암과 직접 맞닥뜨린 사람이 아니고는 써내려갈 수 없을 것 같은 노랫말이 희망을 노래하듯 경쾌한 곡에 실렸다. 어쩌면 이 노래는 윤민석이 암 투병 중인 아내에게 들려주는 주문인 것 같다.

"암 이까짓 것 이길 수 있어, 암 나는 다시 건강할 거야, 다 툭툭 털고 일어날 거야."

"병을 대하는 환자의 긍정적인 마음 자세는 치유의 큰 동력이 돼 기적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것 또한 배웠다"며 내놓은 이 노래가 그의 아내를 비롯해 매년 20만 명씩 발생한다는 암환자들에게 기적을 일으키는 실마리가 되리라 믿는다.

윤민석이 들려 주는 노래이야기
(송앤라이프 페이스북 페이지에 윤민석이 남긴 글)
어쩌면 그냥..

세상에서 낙오된 무능력한 사람의 부질없는 하소연쯤으로 치부될 수도 있었던 넋두리를 외면치 않으시고, 후원으로, 공연으로, 또 SNS 등으로 전해주신 여러분의 큰 사랑은 저와 제 아내를 한없는 감동으로 일으켜 세워 다시 살게 해주셨지요.

수시로 이어지던 위중한 순간이 조금씩 잦아들고 저도 정신을 추스리기 시작하면서 어찌하면 그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을까 내내 고민하다가, 제가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감사와 존경의 마음은 고스란히 이렇게 노래가 되었습니다.

사실 암이란 놈이 노랫말에서처럼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걸 저도 잘 압니다.
아니, 오히려 최첨단의 의술이 시행되는 지금도 여전히 두려운 공포의 대상이지요.
하지만 많은 병이 그러하듯, 병을 대하는 환자의 긍정적인 마음자세는 치유의 큰 동력이 되어 기적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것 또한 배웠기에...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보은(報恩)의 마음으로 만들어진 이 노래를 통해,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큰 사랑이 제 아내 한 사람에 대한 응원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암과 싸우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전해져 조금이나마 힘과 위로가 되길 감히 바라보면서...

기꺼이 함께 마음 포개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깊이 감사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2. 11 윤민석 드림

[덧붙임] 1) 꼼짝하지 못하는 저를 대신해서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프로듀싱을 맡아준 이스턴사운드 대표 박문수, 서버와 프로그램을 도와준 임종선, 가수 강백호, 그리고 노래영상을 만들어준 진보미디어 청춘 대표 윤여창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전합니다.
2) 이 노래는 많은 분들의 후원금으로 제작되었으며 무료로 배포됩니다(단, 승인 받지 않은 정치적, 상업적 이용은 절대 불허합니다).



태그:#윤민석, #항암승리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