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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관광명소 내성천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영주댐 때문입니다. 댐으로 관광 가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그럼 영주댐의 용도는 무엇일까요? 낙동강으로 흘려보낼 유지용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랍니다. 유지용수는 하천의 오염을 막기 위한 물입니다. 결국, 정부도 4대강 사업 탓에 낙동강 수질이 악화된다는 걸 인정한 셈입니다.

내성천이 망가지는 현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쓸모없는 영주댐 건설을 막을 수 있는 지혜가 모이길 희망합니다. - 기자 말

치유와 명상의 공간 내성천. 그 모래의 강을 걸어보면 강과 내가 하나가 된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강이 영주댐 공사로 망가지고 있다.
▲ 모래강 걷기 치유와 명상의 공간 내성천. 그 모래의 강을 걸어보면 강과 내가 하나가 된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강이 영주댐 공사로 망가지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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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물돌이 마을로 유명한 무섬마을. 물에 뜬 섬과 같다 하여 물섬에서 무섬으로, 이어 무섬마을이 됐다고 한다. 강을 건너는 외나무다리가 정겹다.
▲ 무섬마을 앞 내성천 내성천 물돌이 마을로 유명한 무섬마을. 물에 뜬 섬과 같다 하여 물섬에서 무섬으로, 이어 무섬마을이 됐다고 한다. 강을 건너는 외나무다리가 정겹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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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시가 네티즌과 여행 전문가들이 뽑은 9대 휴가 명소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지난 9월 신문에서 봤습니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소백산과 부석사, 소수서원, 풍기온천 등 다양한 볼거리와 '쉼'의 공간이 있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여러 공간 중 영주시를 관통하며 흐르는 내성천은 무척 빼어난 곳입니다. 뱀이 기어가는 듯한 형상이라는 뜻의 사행천(蛇行川) 내성천은 영주시를 이리 저리 감싸 안으며 흘러가면서 다양한 '물돌이 마을'을 만들기도 합니다. 

400년 된 인동 장씨 집성촌인 금강마을을 비롯해, 내성천 얕은 물길을 건너가는 외나무다리,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처가가 있던 마을로도 유명한 무섬마을, 또 저 하류에서 낙동강과 만나기 직전 내성천의 마지막 용트림을 보여주듯 물길이 360도 회전하면서 빚은 천혜의 비경 회룡포 마을까지. 이렇게 내성천은 다양한 마을과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무섬마을 앞 모래톱이 아름답다. 저 뒤로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이 보인다.
▲ 무섬마을 무섬마을 앞 모래톱이 아름답다. 저 뒤로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이 보인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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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돌이 마을의 풍광은 모두 수려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성천의 진짜 매력은 물길 그 자체에 있습니다. 맨발로 마을 앞을 적시는 내성천 안으로 걸어가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물반 모래반의 내성천 한가운데 서면, 발등을 간질이며 흐르는 물과 모래의 감촉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발등 주변을 오가는 물고기들의 빨른 움직임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자연의 깊은 향연에 빠지면 세상사 근심은 날아가고, 강과 나는 하나가 되어 흐릅니다. 온 세상 삼라만상이 거미줄처럼 엮여있다는 생명질서가 절로 습득되는 듯합니다. 훌륭한 명상과 치유의 공간인 셈인데요. 내성천 하나만 봐도 영주시가 휴가 명소로 꼽히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눈부신 아름다움을 간직한 모래의 강 내성천. 한참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다 난다.
▲ 모래의 강 내성천 눈부신 아름다움을 간직한 모래의 강 내성천. 한참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다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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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구의 발자국일까?
 도대체 누구의 발자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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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수를 자랑하는 내성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녀석들. 모래강에 사는 다슬기는 색이 특히 검다.
▲ 천혜의 문양 주인공은 다슬기 1급수를 자랑하는 내성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녀석들. 모래강에 사는 다슬기는 색이 특히 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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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 공사로 수몰되는 금강마을과 511세대

하지만 내성천에서 더는 치유와 명상을 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영주시 이산면과 평은면을 수몰시키는 영주댐 공사 때문입니다. 8300억 원이나 투입되는 이 공사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낙동강의 수질 악화를 막기 위한 겁니다.

수질 개선을 위해 4대강 사업을 한다더니, 수질 악화를 막기 위해 또 댐을 만든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십니까?

이에 대해 영주댐건설단의 한 관계자는 "영주댐 건설과 4대강 사업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갈수기 때 낙동강 하류의 수질 악화를 막기 위한 하천유지용수로서의 기능(90%)이 영주댐의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영주댐 전경. 사행천 내성천에 콘크리트 댐이라니... 끔찍합니다.
 영주댐 전경. 사행천 내성천에 콘크리트 댐이라니... 끔찍합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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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으로 일시에 흘러보낼 물을 확보하기 위해 400년 된 금강마을을 비롯해 무려 511세대가 수몰되고, 그곳 원주민들은 고향에서 쫓겨납니다. 게다가 내성천을 감싸고 있는 산줄기 정수리들이 깎이고 산 정상에 새로운 도로가 놓입니다. 뿐만 아니라 수몰되는 철도 중앙선 이설을 위해 예산 2100억 원을 들여 30여 미터 높이의 고가철길도 놓이고 있습니다.

수몰되는 중앙선을 위해 이설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그 높이가 무려 30여 미터에 이르고 이를 위해 터널까지 뚫고 있다. 영주댐 부지뿐만이 아니라 이렇게 내성천의 모든 곳이 공사판이 되고 있다.
 수몰되는 중앙선을 위해 이설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그 높이가 무려 30여 미터에 이르고 이를 위해 터널까지 뚫고 있다. 영주댐 부지뿐만이 아니라 이렇게 내성천의 모든 곳이 공사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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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탓에 내성천은 온통 공사판입니다. 영주댐 공사는, 단순한 댐 건설로 끝나지 않습니다. 강물에 잠기는 도로와 철로를 대신하기 위해 주변 산을 절개해 길을 내고 터널을 뚫어 고가를 놓습니다.

영주댐으로 수몰되는 마을길을 대신하기 위해서 인근 산의 정수리를 깍아 도로를 잇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 산 정수리 위로 나는 길 영주댐으로 수몰되는 마을길을 대신하기 위해서 인근 산의 정수리를 깍아 도로를 잇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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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미 죽을 몸"이라 생각하는지 내성천 바닥의 모래를 마구 긁어내고 매일 수십 대의 골재 차량들이 어지럽게 오갑니다. 여기에 더해 댐이 들어서면 내성천에서 금모래는 대부분 사라질 겁니다. 쓸려가는 모래는 있어도 새로 공급이 되지 않으니까요.

영주댐 공사로 벌써 물길이 막힌 내성천에서는 이렇게 모래 위로 식물이 자라나는 습지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 습지화 되는 내성천 영주댐 공사로 벌써 물길이 막힌 내성천에서는 이렇게 모래 위로 식물이 자라나는 습지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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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방이 무너져도 수몰 예정지이므로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 무너지는 제방 제방이 무너져도 수몰 예정지이므로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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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붕괴되어도 복구할 생각조차 않는다. 왜? 이곳은 수몰 예정지다.
▲ 붕괴 위함에 처한 다리 다리가 붕괴되어도 복구할 생각조차 않는다. 왜? 이곳은 수몰 예정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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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가 진행중인 지금도 벌써 상당량의 모래가 쓸려가 자갈층이 드러난 곳이 많습니다. 벌써 습지화가 진행되는 곳도 있습니다. 댐이 완공되면 내성천은 더 빠르게 습지로 변할 것이고 안개도 창궐할 겁니다. 그에 따라 농작물 피해와 건강 장애 등 여러 문제가 생길 게 뻔합니다. 안동댐으로 반변천과 안동시민들이 고통을 받았듯이 말입니다.

결국 치유와 명상의 공간 내성천은 옛말이 되고, 무섬마을과 회룡포 마을도 그 명성을 잃을 겁니다.

내성천에 들어서는 영주댐으로 수몰되는 400년 전통의 인동 장씨 집성촌인 금강마을.
▲ 수몰되는 금강마을 내성천에 들어서는 영주댐으로 수몰되는 400년 전통의 인동 장씨 집성촌인 금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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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으로 수몰되는 511세대 중 한 가구인 두월교 아래 괴현고택 옆 두월수퍼. 수퍼의 주인 아주머니는 이제 곧 이 마을을 떠나야 한다. 이들은 과연 어느 낯선 곳에서 남은 삶을 이어갈까?
▲ 수몰될 '두월수퍼' 영주댐으로 수몰되는 511세대 중 한 가구인 두월교 아래 괴현고택 옆 두월수퍼. 수퍼의 주인 아주머니는 이제 곧 이 마을을 떠나야 한다. 이들은 과연 어느 낯선 곳에서 남은 삶을 이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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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률 60%, 아직 시간은 있다

4대강 사업이 각종 비리와 부실 의혹으로 논란이 되는 지금, 영주댐의 공정률은 아직 60% 수준입니다. 2014년 말 완공 예정이니 아직 2년이 더 남았습니다. 511세대 소개 등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이 사업은 지금이라도 중단되고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이 죽어가니, 내성천까지 죽인다는 건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습니다.

저 모래톱을 걸으면 절로 명상이 된다.
▲ 명상의 공간 내성천 저 모래톱을 걸으면 절로 명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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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무렵의 내성천은 더욱 아릅답다. 세상사 시름을 잊게 해준다.
▲ 치유의 강 내성천 일몰무렵의 내성천은 더욱 아릅답다. 세상사 시름을 잊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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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운 모래강은 미국 내에서 평생 한 곳에서만 본 적이 있습니다.(중략) 은퇴 후에는 정말 이곳에 들어와 살고 싶습니다"

이 가을, 내성천에서 치유의 걷기를 제안합니다

2010년 6월, 4대강 사업으로 강이 파괴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며 내성천을 찾은 미국 환경분야의 석학 랜디 헤스터 교수의 말입니다. 내성천의 아름다움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그는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유산을 파괴하면서까지 댐을 짓는 한국정부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내성천의 모습도 어쩌면 이번 가을이 마지막일지도 모릅니다. 이 가을, 모래의 강 내성천 걷기에 꼭 한 번 나서보십시오. 저 깊은 명상의 공간을 걸으며, 과연 무엇이 무모한 댐을 짓게 하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가을입니다. 천혜의 관광명소 내성천, 자연을 사랑하는 당신의 필수 코스입니다.

가을은 모래의 강 내성천을 걷기에 아주 좋은 계절입니다. 내성천으로 달려갑시다.
▲ 모래강 걷기 가을은 모래의 강 내성천을 걷기에 아주 좋은 계절입니다. 내성천으로 달려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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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영주댐, #내성천, #4대강사업, #모래강 걷기, #명상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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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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