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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속 뻥 뚫고 싶거나 특별한 매운탕이 그립거든 쎄미탕 한 그릇 드셔보시라.
 답답한 속 뻥 뚫고 싶거나 특별한 매운탕이 그립거든 쎄미탕 한 그릇 드셔보시라.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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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미(쑤기미의 방언)탕을 끓인 지 한 20년 됐어요. 처음에는 쎄미인지도 모르고 무와 된장 쪼끔 넣고 끓여 묵었제라."

1월 13일, 한 음식점에서 만난 주인아주머니 유영순(60)씨는 옛날 무슨 생선인지도 모르고 자신이 무턱대고 끓여낸 쑤기미탕 맛에 모든 가족들이 푹 빠져들었다고 한다. 속풀이 음식으로 복어국과 물메기탕, 해장국 등 내놓으라는 음식들이 많고 많지만 이 녀석 또한 최고라고 한다.

"등에 있는 가시에 찔리면 열흘 이상을 고생해요. 손이 찌르르하니 쑤시고 아파요. 통증이 심장에 와서 멈추는데 애 난 거보다 더 아팠어요. 세 차례나 가시에 찔렸는데, 너무 아파 죽을 뻔했어요."

쏘는 악마로 불리며 흉측하게 생긴 쎄미의 등지느러미 가시에는 강한 독성이 있다.
 쏘는 악마로 불리며 흉측하게 생긴 쎄미의 등지느러미 가시에는 강한 독성이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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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는 악마'로 불리는 이 물고기. 흉측하게 생긴 쑤기미의 등지느러미 가시에는 강한 독성이 있다. 하지만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에 스릴이 있듯 위험천만한 이 생선의 맛은 빼어나다. 매운탕으로 끓여놓으면 산뜻하고 개운한 맛에 다들 매료되고 만다. 국물을 먹으면 속이 뻥 뚫린다. 생선살은 육질이 단단해 식감도 좋다.   

맑은 지리탕과 매운탕, 두 가지 맛 중 하나를 골라 먹을 수 있다. 무를 어슷어슷 썰어 넣고, 갖은 양념에 매운탕으로 끓여냈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 상차림이지만 우리 고유의 순수함과 토속적인 맛이 스며있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 상차림이지만 우리 고유의 순수함과 토속적인 맛이 스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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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평범해 보이는 상차림이지만, 이 집의 모든 음식에는 우리 고유의 순수함과 토속적인 맛이 스며있다. 그래서 인지 이곳은 전국 각지의 알만한 미식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란다.

"예전 설날에 두부를 먹었는데, 그때 그렇게 맛있었어요. 그래서 식당 시작하면서부터 두부로 만든 찬을 내놓았지요. 손님들 거의 다 좋아해요."

멸치육수에 두부를 삶아냈다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멸치육수에 두부를 삶아냈다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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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함을 제대로 살려낸 두부다. 멸치육수에 두부를 삶아냈다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톳나물도 인기 있어요. 오늘 벌써 다 떨어져 부렀네요."

그의 인기를 반증이라도 하듯 톳나물이 벌써 동났다. 아주머니가 바로 무쳤다며 식사 도중에 톳나물을 내온다.

쑤기미 매운탕의 맛은 역시 그 명성에 걸맞다. 칼칼하니 탕이 맛있다고 하자 주인아주머니는 살아 있는 쑤기미로 끓여내야 최고의 맛이 난단다. 매운탕 못지않은 별미는 '쑤기미회'라고 말했다.

"쑤기미 산 거로 매운탕 끓여 놓으면 입에가 떡 엉거 붙어부러, 그걸로 또 사시미를 떠 놓으면 찰떡같이 맛있어. 산거 묵을라면 물때가 맞아야제."

생선살은 단단해서 씹는 식감이 좋다.
 생선살은 단단해서 씹는 식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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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를 어슷어슷 썰어 넣고 갖은양념에 매운탕으로 끓여냈다.
 무를 어슷어슷 썰어 넣고 갖은양념에 매운탕으로 끓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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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쑤기미는 보름에 한 번 구입할 수가 있다고 한다. 조금 시를 맞춰야 한다며. 조금은 바닷물이 들고나는 차가 가장 적을 때다. 

아무튼, 쑤기미 매운탕의 맛은 대단하다. 생선살은 단단해서 씹는 식감이 좋다. 국물 또한 한없이 끌린다. 답답한 속을  뻥 뚫고 싶거나 특별한 매운탕이 그립거든 쑤기미탕 한 그릇 드셔보시라. 속풀이에 또 이만한 게 없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쎄미탕, #맛돌이, #쎄미매운탕, #쑤기미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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