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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인도지원에서 어린이에 대한 일부 지원은 허용된다. 그런데 설탕과 우유가루는 되지만 밀가루는 안 된다. 식량지원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민간 차원의 대북지원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허용이 안 되고 있다. 밀가루 쌓아놓고도 못 준다."

 

법륜 스님은 거의 울부짖었다. 안타까움에 몸을 떨었다. 북한의 식량난이 곧 나의 괴로움이자 아픔이라고 느낄 때 비로소 우리는 '통일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라고 '즉문즉설' 했다.

 

1996년 북한의 대기근 사태 때부터 인도적 대북지원 활동을 해온 법륜 평화재단 이사장은 16일 오후 1시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통일의 길'을 설파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48번째 특강 손님으로 초대된 그는 대북 인도적 지원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철학적이거나 사는 문제, 남녀관계, 취업과 부부생활, 풍요 속의 빈곤 등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진 강연이었다. 평일 낮 시간대였지만 청장년층과 주부, 직장인 등 약 100여 명이 모인 강연장은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했고 폭소가 자주 터졌다.

 

다만, '북한의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숙연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 이후 대북 인도적 지원이 끊겨 사실상 아무런 지원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 대해 법륜 스님은 상당히 안타까워했으며 지원이 절실하다는 호소도 했다.

 

 

"북한 버릇 고치겠다는 태도... 3년6개월간 식량난 더 악화"

 

이날 한 50대 남성은 법륜 스님에게 "북한 식량 지원을 했는데 현재 상황이 어떤지 듣고 싶다"고 물었다. 법륜 스님은 "90년대 들어 북한이 심각한 식량위기에 처했다"며 "95년부터 98년 사이에는 극심한 식량위기에 처해서 정확하지 않지만 300만 명 정도의 아사자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법륜 스님은 "이명박 정부가 더 굶어 죽어야 북한이 항복한다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우리는 아직도 인도주의를 논할 수준이 못 되는 것"이라며 "2008년 한국지원과 북한의 자체 생산능력이 감소하면서 또 다시 기근이 와서 수십만 명 수준의 사망자가 다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2008년에 이 문제를 알리기 위해 나 스스로 70일간 단식하면서 굶으면 이렇게 된다고 호소했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이 항복할 때까지', 또 '주면서 왜 끌려 다니느냐', '갑을관계 분명히 하자', '얻어먹는 주제에 북한은 감사한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며 "북한의 버릇을 고치겠다는 태도 때문에, 지금까지 3년 6개월간 대북 식량난은 더 악화된 상태에 놓이게 됐다"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법륜 스님은 "북한의 화폐개혁 이후 오히려 개인들이 장마당에서 장사할 밑천이 없어졌다"며 "북한의 화폐개혁 자체가 도시의 자구책을 막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법륜 스님은 "올해 들어 더 많은 사망자를 내고 있다"며 "지지난주 로버트 킹 대사가 북한의 민생 현장을 둘러본 뒤 인도적 지원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로는 한국 정부의 반대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이어 "끊임없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해서 인도적 지원이 막혀 있는데 이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유가루는 되고, 밀가루는 안 되고

 

현재 대북 인도지원에서 어린이에 대한 일부 지원이 허용돼 있고, 설탕과 우유가루는 되지만 빵을 만드는 데 필요한 밀가루는 식량지원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허용이 안 되는 상태라고 일갈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개신교 목사들도 포함된 종교인들이 서명을 해서 민간 차원의 대북지원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어린이를 위한 영양식 몇 가지 종류를 제외하고는 불가능한 상태라고 한다.

 

법륜 스님은 "밀가루를 생산해서 다 쌓아놓고 있지만 북한에 지원은 못하고 있고 북한은 식량부족으로 식량이 없어 못 먹고 고꾸라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보고를 접하고 있다"고 전했다.

 

식량난 문제로 성매매가 이뤄지는 문제에 대해서도 법륜 스님은 "식당에 종사하는 여성 가운데 이 식당을 드나드는 간부들과 자연적인 성매매가 이뤄지는 게 사실"이라며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 곁에 붙어서 가족들을 먹여 살리려는 일들이 광범위하게 확대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가난하고 빈곤한 나라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처연하게 덧붙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법륜 스님은 "우리가 북한의 정치 군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해도 민중의 생활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야 한다"며 "북한의 굶어죽는 문제에 대해 내 이웃이 굶어죽는 것처럼 생각해야 우리는 통일로 가는 길에 들어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을 자꾸 결과물로 보지 말고 북한을 돕고 활동하는 것으로부터 '통일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해하고 포용해야 하나?

 

또한 이날 한 40대 여성이 "우리 시아버님은 6·25전쟁 참전용사인데 안보, 반공 문제를 얘기하면 대화 단절이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법륜 스님은 "안보는 토론할 수 있지만 이념이나 믿음에 속하는 문제는 토론으로 안 되고 이해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그저 아버님의 생각은 나와 다르구나 이해를 하고 믿음을 인정해야 화가 안 난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에도 그 분의 철학이 그렇구나 이렇게 이해를 해야 하나, 아니면 거리시위나 성명을 발표하면서 비판해야 하나" 물었다.

 

이에 대해 법륜 스님은 "그가 살아온 삶에 비춰보면 그럴 수 있겠다, 이렇게 이해를 하면 화는 안 나지만 그 분의 생각이 옳은 건 아니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은 다르다, 이런 전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분노의 힘으로 활동하면 개선의 파워가 일어나기는 하나 그것은 파괴적 에너지이기 때문에 그것으로는 새로운 창조를 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계속 국민의 뜻과 다른 방식으로 하면 개인적으로도 불행하고 나라도 불행해지니 저 분을 내가 구제해 줘야겠다, 저 분만큼은 감옥 가지 않는 대통령이 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달려들면 긍정적 에너지가 나오는데 문제는 그가 개선될 때까지 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해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50대의 한 중년 남성은 "사리에 대해 설명해 달라, 스님이 직접 세상을 떠날 때는 사리가 얼마나 나올 자신이 있는지 알고 싶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법륜 스님은 "사리가 얼마나 나오나 이것은 결국 물질적인 관심"이라며 "정말 불교를 제대로 공부한다면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사리가 나오든 나오지 않든 그걸 분별하는 걸 하지 말아야 하며 설령 사리가 나와 숭배한다면 그것은 갖다 버려야 한다"고 답변했다. 사리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 좌중엔 폭소가 터졌지만 법륜 스님의 혜안이 담긴 답변이 나오자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스님의 주례사...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강연 막바지에 대학 3학년생을 둔 어머니가 발언에 나섰다. 절찬리에 판매 중인 <스님의 주례사>를 보고 사춘기 딸과의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스님의 주례사>를 읽은 뒤에, 자신이 청소년기 딸과 승패를 전제로 한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 뒤로 태도를 바뀐 뒤 딸과의 관계도 많이 호전됐다고 고백했다.

 

이에 대해 법륜 스님은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며 "지나치게 불행하다는 증거를 수집해서 스스로 불행하다고 우울해하지 말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분명히 설 때 운명은 긍정적으로 개척되고 행복해진다"고 조언했다. 어제도 암이 있었고 그제 암이 있었지만 오로지 오늘 검사를 통해 암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우울해하고 슬퍼하는데 절대로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법륜 스님은 "세계에서 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사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며 "기독교 식으로 말하자면 내 죄를 사하기 위해서라도 하루에 1000원은 먼저 내놓고 나머지 돈으로 무엇이든 하라는 운동을 하고 있다"고 제안했다.

 

또 "한 달에 8시간 정도는 남을 위해 기부하고 자기 재능을 돈 받고 팔지 말고 세상을 위해 쓰자"며 "이것은 아주 작은 것이지만 세상의 변화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그 돈과 노력으로 제3세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구호활동도 하고 병원도 짓고, 세상의 변화를 위해 힘 쓰자고 거듭 당부했다.


태그:#법륜 , #평화재단 , #대북 인도지원, #이명박 ,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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