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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트리폴리를 포함한 리비아 서부 지역 주민에게 전달될 식량을 실은 8대의 트럭이 리비아-튀니지 국경을 출발했다고 세계식량계획(WFP)이 지난 19일 발표했다. 트럭에는 총 240톤의 밀가루와 9.1톤의 고열량 비스킷이 실렸다. 식량난에 직면한 5만 명에게 30일 동안 배급해 줄 수 있는 양이다.

 

리비아 서부, 식량 첫 전달에 숨통 트여

 

이번 수송은 그동안 격렬한 싸움 때문에 국제 구호단체가 접근할 수 없었던 트리폴리, 진탄, 에프린, 알 자위야 등 서부 도시의 주민에게 처음 전달되는 식량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부지역 주민은 식량이 떨어져가고 있음에도 외부로부터 공급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식량계획은 수송로 확보로 여성, 어린이, 노인 등 가장 취약한 집단에 식량이 전달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식량은 리비아 적십자사를 통해 배급될 예정이다. 

 

세계식량계획은 튀니지와 리비아 서부 간 수송로를 처음 이용하지만 곧 세계보건기구(WHO)도 이 통로로 의료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인도적 지원 단체들도 이 수송로를 통해 구호품을 전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해상을 통한 식량 지원은 이미 이뤄지고 있다. 세계식량계획은 지난 4월 7일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서부 지역의 미스라타 주민에게 600톤의 식량을 전달했다. 4만 명의 주민이 한 달 동안 버틸 수 있는 양이다. 미스라타에서는 한 달여 동안 카다피 정부군과 반군 사이 격렬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 수송 선박을 통해 다른 구호단체들도 의약품, 의료진, 구호품 등을 전달했다. 

 

세계식량계획은 리비아 동부 지역 18만7천 명에게 식량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제연합(UN)이 확보한 4200만 달러(한화 약 462억)의 구호자금을 이용해 리비아와 주변국 난민 등 약 1백만 명에게 식량을 공급할 계획이다. 또한 리비아 적십자사와 협력해 리비아 내 60만 명에게 앞으로 3개월간 식량을 지원할 예정이다.

 

세계식량계획은 "복잡하고 위험한 일이지만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식량이 도착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고 말했다. 세계식량계획은 이집트와 튀니지, 지중해에 면해 있는 리비아 항구들을 통해 식량과 구호품을 수송할 계획이다.

 

서부 지역에 대한 식량 지원은 카디피 독재 정권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구호단체들은 이미 3월 초 리비아 내 식량 사정 악화를 우려했었다. 리비아는 식량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내전이 임박해 식량 확보가 원활치 않으리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4월 초 리비아를 탈출한 난민들은 우려가 현실이 됐음을 증언했다. 난민들은 리비아 내 식량 사정이 심각해서 가장 기본적인 밀가루와 식수조차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카다피 군, 강간에 인간방패 비열해" 한 달째 교전 중

 

20일 유엔은 리비아 정부가 수도 트리폴리를 포함해 정부가 장악하고 있는 지역에서 구호단체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호단체 직원들이 리비아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영국 공영방송 BBC는 "교전이 계속되고 있는 지역에서는 싸움이 멈춰야 제대로 구호활동이 이뤄질 수 있는데 리비아 정부는 휴전 의사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리폴리 인근 미스라타에서는 한 달여 동안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미스라타는 반군이 장악하고 있지만 카다피 군은 도시를 포위하고 도시 내에 저격병까지 배치했다. 캐나다 출신 찰스 부차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하 나토)군 사령관은 캐나다 CBC와의 인터뷰에서 카다피 군이 반군을 제거하기 위해 비열하고 부도덕한 방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서로 칼을 들고 싸우는 것 같다고 비유했다.

 

"카다피 군이 군복을 벗고 모스크 지붕, 병원, 학교 등에 숨어들어 가 있다. 모스크와 학교 등에 포를 배치해 놓고 민간인들과 아이들까지 방패로 삼고 있다."

 

미스라타를 포위한 카다피 군은 민간인에게까지 무차별적이고 고의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는 민간인들을 겨냥한 집속탄(cluster bomb) 공격도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안에 여러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 있는 것으로 많은 사망자와 부상자를 발생시킨다. 이탈리아 구호단체에서 일하는 마취사인 파올로 그로쏘는 카다피 군의 무차별적 공격을 비난했다. 

 

"카다피 군은 닥치는 대로 도시를 공격하면서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다. 군사 시설이 아니라 사람들을 겁주려고 아무 데나 폭탄 공격을 한다."

 

미스라타를 탈출한 한 여성은 유엔 뉴스 직원과의 인터뷰에서 미스라타 중심가가 전쟁터가 됐다고 말했다.

 

"야채시장과 하수구에 시체들이 있었다. 군인들이 여자들을 강간하고, 남자들을 학살하고, 아이들도 죽였다."

 

나토 "지원군 OK, 전투병 파견은 NO"

 

도시가 포위된 가운데 하루에도 수천 명의 주민이 목숨을 걸고 미스라타를 탈출하고 있다. 반군은 현재의 포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길 원하고 있다. 또한 민간인 희생이 계속되지 않도록 나토에 지상군을 파견해줄 것도 요청하고 있다.

 

나토군은 카다피 군이 도시 내에 숨어 있는 것을 알면서도 민간인 희생을 우려해 미스라타 주변에만 공습을 가하고 있다. 지상군 파견에 대해서는 유엔의 결의안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며, 식량 수송로 확보를 위한 지원군을 파견할 수는 있지만 전투병을 파견할 수는 없다는 태도다. 이런 가운데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는 잘 조직되지 않은 반군이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군사 자문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미스라타의 교전이 계속되고 민간인 희생이 늘면서 인도적 재난 상황이 닥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민간인 희생을 막기 위해 이뤄진 군사개입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나토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태그:#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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