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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포털사이트에서 많은 비난(?)을 들어야 했던 군대 동성애 기사. 욕을 먹더라도 무난한 글을 쓰기보다는 민감한 주제를 건드리고 싶다.
 포털사이트에서 많은 비난(?)을 들어야 했던 군대 동성애 기사. 욕을 먹더라도 무난한 글을 쓰기보다는 민감한 주제를 건드리고 싶다.
ⓒ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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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나에게 정말로 특별한 한 해였다. 기쁜 일도 많았고 처음 겪은 일도 많았다.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한 해를 정리하면서 나만의 10대 뉴스를 꼽아본다. 두 글자 주제어(키워드)로 본 나의 2010년이다.

개인의 소소한 일상들도 역사가 되고 뉴스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오마이뉴스>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내 인생의 중요한 한 해를 정리하는 뜻에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 글을 쓴다.

[명예] 시민기자 5년 만에 '명예의 전당' 오르다

<오마이뉴스>에 글을 쓴 지 5년 남짓, 10월 어느덧 톱기사 100개(100번째 톱기사 '판사도 헷갈려하는 수학문제, 정답 아는 사람?)가 넘었다. 187개 기사 만에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그동안 기사를 쓰면서 세운 원칙 '▲ 허투루 쓰지 말자 ▲ 쉽게 쓰자 ▲ 독창적으로 쓰자 ▲ 비판의식을 지키자'를 얼마나 지켰는지 잘 모르겠으나 남들이 쓰지 않는 글, 아니 쓸 수 없는 글을 써보고 싶었다. 앞으로도 성역과 금기를 깨 보고 싶다.

이 글이 정식기사로 된다면 이제 200번째 기사를 송고한다. 5년간 <오마이뉴스> 기사 때문에 크고 작은 고난(?)을 겪기도 했다. 그래도 <오마이뉴스>가 아니었더라면 이 어지럽고 부조리한 세상을 내 모난 성격에 입 다물고 어떻게 버텼으랴 싶다.

돌아보니 2005년 '이달의 새 뉴스게릴라'를 시작으로, '이달의 뉴스게릴라', '2월 22일상', '올해의 뉴스게릴라'까지 상은 다 받았다(자랑해서 미안하다). 이게 다 내가 잘나서? 결코 아니라는 사실 잘 알고 있다. 다만 기사 소재나 기사 쓰기 방식이 다른 사람과 달랐고, 그 희소성과 차별성을 인정받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전문성을 결합하는 일이 시민기자가 살 길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사실 명예의 전당에 오르고 나니 목표가 사라진 느낌이다. 이젠 조회수나 기사 배치에 연연하지 않고 독창적인 글쓰기를 해보려고 한다. 하여간 다른 '시민'들과 동등하게 '기자'로서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쁠 따름이다.

[출간] 글쓰기의 고통... 평생 처음 책을 내다

내가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은 책, '생활법률상식사전'.
▲ 생활법률상식사전 내가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은 책, '생활법률상식사전'.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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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평생 처음 책을 내게 되었다. <생활법률 상식사전>이라는 제목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법률 서적이다. 1년간 매달렸고 준비와 구상까지 포함하면 2∼3년은 걸린 듯싶다. 정말로 두려운 마음(<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올리던 심정이랄까)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열 달 남짓한 기간 동안 1만 권 이상 팔렸고 가끔 이메일로 고맙다는 인사를 받고 있으니 독자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책을 쓰는 게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지 절실하게 깨달았다. 게다가 마무리 작업을 하던 올해 초엔 병원 신세까지 져야 했다. 이 세상 모든 저자들이 존경스러워 보였고 남이 써놓은 책을 읽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 비로소 알았다. 고생스러웠던 기억 때문에 '내가 다시 책을 내면 사람이 아니다'라는 다짐까지 했다. 

하지만 이 다짐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반 년이 지나자 다시 책을 쓸 마음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올여름부터 펜을 들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게을리 살아온 업보를 이제야 치르고 있다고 여긴다.

[야동] 아들, 이성에 눈뜨기 시작하다

"어휴, 내가 못 살아."

어느 날, 얼굴에 낙담한 표정이 가득한 아내가 깊은 한숨 소리와 함께 내게 던진 말이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글쎄, 준호(아들)가 친구 집에서 야동을 보다가 그 집 부모들이…."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걱정도 안 돼? 어이구, 그 애비에 그 아들 아니랄까봐."

초등학생 아들이 야동을 보았단다. 물론 내게도 충격이었다. '어린 놈이 벌써부터'. 이러다가 아들과 야동 돌려보는 건 아닌지(^^;). 일단 진정하고, 내 나이 열세 살 때를 떠올려본다. 머릿속엔 성(性)을 향한 열망과 호기심, 동경으로 가득 차 있지 않았던가.

나는 실의에 빠진 준호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쐬러 나갔다. 30분쯤 시원하게 달린 다음 넌지시 말을 던졌다.

"준호야, 야동 보는 건 죄가 아니야. 아빠도 너만 할 때 다 봤어. 그런데 실제랑 너무 다르더라. 야동은 사람들 관심 끌게 하려고 과장되고 왜곡된 내용들이 많아. 어른 되면 볼 기회가 많으니까(정말인가?) 너무 많이 보지 말고."

그랬더니 준호 표정이 조금은 밝아진다. 그리고 "혹시 여자친구 사귀다가 문제가 생겨서 아빠에게 말하면 엄마 몰래 해결해 주겠다"는 약속도 해주었다.   

준호도 내년이면 중학생이다. 이성에 자연스레 관심 갖게 될 나이다. 이제부터 아빠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아빠가 고민을 해결해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수시로 알려줘야겠다. 이제 아들을 남자로서 대접할 때가 왔나 보다.

[금연] 20년 지기 '담배'여 이젠 안녕

어느 금연 사이트의 금연시계. 금연 349일째, 내 수명이 39일 연장되었고 80여만원의 돈을 절약한 것으로 되어 있다.
▲ 금연시계 어느 금연 사이트의 금연시계. 금연 349일째, 내 수명이 39일 연장되었고 80여만원의 돈을 절약한 것으로 되어 있다.
ⓒ 금연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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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일 23시간 45분 수명이 연장되었습니다.'

어느 금연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내 수명이 이만큼 늘었단다(믿거나 말거나). 20년간 나와 함께 했던 담배와 이별한 지 1년이 되어간다. 오늘(12월 15일)을 기준으로 349일째.

금연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주 오래된 애인과 작별하는 듯한 서글픈 감정이 들어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이번엔 술자리 유혹도 곧잘 넘겼는데 200일이 지나니 정말로 힘들어졌다. 이렇게 또 무너지는가.

초강수를 쓰기로 했다. 1만명 이상이 보는 직장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버렸다. '나 담배 안 피웁니다'라고. 예상외로 반응이 뜨거웠다. 전국에서 격려와 축하의 댓글, 전화, 메일이 답지했다. 의도했던 일이긴 하지만 사태가 너무 커져 버렸다. 여기서 다시 담배를 피우면 정말로 '개쪽'을 당하게 생겼다. 아니 직장 생활이 힘들어질지도 모르겠다. 300일이 지나니 큰 고비를 넘긴 기분이다.

어떻게 금연을 결심했느냐고? 단순하다.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해서다. 물론 금연한다고 건강해지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흡연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금연 스트레스받느니 차라리 피우는 게 났다"는 사람들 아직 많다. 하지만 금연 스트레스를 넘어서면 몸이 정말로 편해진다.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사랑받는다. 선택은 자유다. 

[불혹] 나이 사십, 산들바람에도 흔들리는 가벼움이여

아직도 가수 비만 나오면 '오빠'라는 호칭까지 써가며 괴성을 지르는 동갑내기 아내, 한 방에 쓰러뜨릴 비장의 한마디가 있다.

"당신, 사십이야!"

올해 드디어 사십으로 접어 들었다. 불혹,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는데 요즘엔 불면 혹하고 흔들리는 불혹이란다. 내가 그렇다.

자극적인 세상은 나를 끊임없이 유혹하고 나는 산들바람에도 흔들린다. 그동안 내가 제대로 살아왔는지, 앞으로 제대로 살 수 있을지 의문투성이다. 사실 서른이 될 때만 해도 '이젠 세상 사는 게 장난이 아니다'라며 진지함이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직장을 얻었고 가정을 꾸리니 사회에서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긴장감이라도 있었다.

그런데 이젠 의욕과 열정은 줄어들고 체면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게 된다. 또 세상에는 참아야 할 것이 왜 이리 많은지 주저하게 된다. 20대의 열정과 패기, 30대의 삶의 긴장은 어디로 갔는지.

고민 끝에 내가 쥐어짜낸 40대의 장점은 참을성, 끈기가 아닐까 싶다. 조금 춥고 더워도, 배고파도, 힘들어도 이젠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섣불리 화를 내거나 쉽사리 기쁨에 도취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노래방에서 '서른 즈음에'를 더 이상 부를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상경] 다시 서울로 일터를 옮기다

내가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온 것이 스무살 되던 해, 20년 전이다. 그리고 2년 전 나는 복잡한 서울을 버리고 경기도 파주로 이사를 갔다. 서울은 그동안 나에게 치열하게 사는 법을 알려준 고마운 곳이지만, 문득 이젠 숨을 쉬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른 들판이 보이는 곳,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을 찾던 끝에 파주를 택했다. 당분간 서울로 돌아올 뜻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 다시 서울로 일터를 옮기게 되었다. 내 뜻과는 무관하게 직장의 인사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사를 하지 않고 나 혼자만 출퇴근을 하고 있다. 다시 파주로 돌아갈 날을 고대하고 있다.

[건강] 장인 어른의 건강을 바라며

작년 우리 가족은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장인어른의 발병. 게다가 장인어른의 건강이 '아주 심각하게 위험한 상황'이라는 의사의 진단까지 받고 슬픔에 잠겼다. 하지만 우리의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장인어른께서는 아직까지 잘 견뎌내신다. 퇴원한 후에는 산에도 오르시고 식사도 규칙적으로 잘 하신다.

아직 완치되지는 않았지만 병이 악화되지 않고 있어서 위안을 삼고 있다. 주말에라도 자주 찾아뵈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나는 결혼 초 처가 식구들의 노래 실력에 주눅이 들었다. 장인, 장모님을 비롯하여 처남, 아내까지 모조리 가수 뺨 치는 실력이다. 특히 장인어른이 노래방에서 중후한 음성으로 "이 생명 다 바쳐서"로 시작되는 '미워도 다시 한 번'을 부를 때면 경외심마저 느껴졌다. 참 오래되었다. '장인 어른, 노래 꼭 한번 다시 들려주십시오.' 뭐니뭐니 해도 건강 만세다.
  
[해직] 오병욱, 법원공무원으로 돌아오기를

'철밥통'. 법으로 신분이 보장된 교사나 공무원을 낮잡아 부르는 속어다. 그런데 최근 철밥통들의 파면, 해임이 너무 잦다. 금전 비리나 파렴치 범죄를 저질렀다면 당연히 그럴 필요가 있겠지만 정치적인 문제로 공직을 박탈 당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문제다.

시국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 일제고사를 거부했다는 이유, 소액의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이유, 심지어는 내부 게시판에 비판적인 글을 썼다는 이유로 쫓겨난 사례도 있었다.

오병욱도 그런 경우다.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장을 맡았던 그는 휴일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법원에서 쫓겨났다. 공무원의 집단행위 금지 위반이란다. 법원공무원들은 오병욱의 징계 수위가 너무 높다며 반발하고 있고 소송을 준비중이다.  

최근 '정치적 사유'로 파면, 해임당한 공무원들에 대한 중징계를 취소하라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법을 어긴 공무원을 징계하더라도 징계 수위가 타당해야 한다. 일단 잘라 놓고 법원 판결을 받으면 복직시키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임기를 마친 오병욱은 내년부터 법원 계장으로 복귀할 계획이었지만 법원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법원 동료로서 그가 하루 빨리 법원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 

[평화] 연평도 사건, 분단국가 국민의 비애

11월 23일 연평도에서 일어난 포격 사건은 당시 이슈를 모두 잠재워 버릴 만큼 파괴적이었다. 분단국가에 사는 사람들의 비애다. 아무리 조용히 살고 싶어도, 세상과 담을 쌓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이유다. 정치에 관심을 갖고 세상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나 혼자 잘살겠다고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소용 없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비롯하여 고위 관료,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전쟁과 갈등을 부추기지 않는지 국민들이 감시해야 한다.

평화만큼 소중한 가치가 또 있을까. 나는 우리 두 아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군대가 필요없고 전쟁이라는 말도 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순진한 생각이었다. 평화와 통일은 노력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부디 평화 아니 전쟁을 자기 이익에 이용하려는 세력이 없었으면 한다. 북녘을 마주하고 있는 파주시민의 소박한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나만의 특종' 응모글입니다.



태그:#명예의전당, #불혹, #금연, #출간, #생활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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