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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도시 혹은 진보정치 일번지로 불리는 울산 북구와 동구의 6·2지방선거 결과, 희비가 엇갈렸다.

투표율 55.5%를 보인 울산 북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윤종오 전 시의원이 3만7811표(56.44%)를 얻어 2만9180표(43.55%)를 얻는 데 그친 한나라당 류재건 후보와의 대결에서 압승했다. 이에 반해, 57.8%의 최고 투표율을 보인 동구는 한나라당 정천석 후보가 3만8549표(51.33%)를 얻어 3만6550표(48.66%)를 얻은 민노당 김종훈 후보를 1999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두 곳 모두 오랜 진통 끝에 민주당,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이 최종 진보단일화를 성사 시킨 곳이라 희비는 더욱 교차됐다. 특히 울산 동구는 지난해 연말부터 이 지역의 주축을 이루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하청노동자 수천 명이 대량 해고됐다. 때문에 진보진영이 '고용안정'을 주창하며 당선에 사활을 걸었다. 때문인지 이들 두 회사의 대주주인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선거 막판인 5월 28일 한나라당 정천석 후보 지지 유세를 하며 민주노동당에 대한 색깔론을 펴기도 했다 (정몽준, 텃밭 울산서 민노당 후보에 '색깔론' 공격 논란).

선거일을 보름 앞두고 현중 하청노조와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은 사내하청노동자들의 고용을 승계하고, 일방적인 임금수당 삭감, 노동조건 후퇴를 원상회복 시킬 것"을 촉구한 것도 진보 동구청장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 성격이 강했다. 이 때문에 '하청노동자 고용안정'을 공약으로 내건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후보의 낙선은 이 지역 해고 하청노동자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 등이 지난 5월 13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고용승계"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 등이 지난 5월 13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고용승계"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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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된 하청노동자 구직은? 

울산 동구는 인구 18만여 명으로 상주 인구 대부분이 현대와 직간접 연관이 있다.

4만여 명의 현대중공업은 정규직 2만5137명, 사내하청노동자는 1만9800명이고, 인근 현대미포조선은 정규직 3762명, 사내하청 5600명으로 두 회사의 원·하청노동자는 모두 5만4299명에 달한다. 가족까지 합하면 동구 주민 대부분을 구성한다. 그만큼 현대의 영향력이 센 곳이다.

이번 선거에서 울산 평균 투표율 55.1%보다 높은 57.8%의 최고 투표율을 보인 것도 최근 대량 해고 등으로 불안을 느낀 하청노동자와 그 가족의 심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결과는 한나라당 정천석 후보 3만8549표(51.33%), 민주노동당 김종훈 3만6550표(48.66%)로 1999표차로 귀결됐다.

노동자 대투쟁 진원지의 비애

울산 북구와 동구는 노동자가 밀집하면서 노동운동이 활발했고, 진보진영에서 잇따라 구청장, 국회의원을 배출하면서 진보정치 일번지로 불려왔다.

북구는 울산이 광역시가 된 1997년 신설된 곳으로, 1998년 1대 조승수 민선구청장, 2대 이상범 구청장이, 2004년 17대와 2009 재선거에서는 조승수 의원이 국회의원으로 잇따라 당선됐다.

1987년 노태우의 6·29선언 이후 노동자들이 현대중공업을 주축으로 노조를 설립한 후 곧바로 대투쟁에 돌입,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한 획을 그은 노동자 대투쟁 진원지였던 울산 동구. 이곳은 1998년 김창현, 이영순 부부 구청장을 탄생시킨 데 이어 2002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출신인 이갑용 구청장을 당선 시켰다.

이 때만 해도 울산 동구는 여전히 노동운동의 메카였다. 하지만 늘어나는 하청노동자의 비율, 2004년 현대중공업노조의 민주노총 제명 등은 이 지역의 노동운동 판도를 완전히 바꿔놨다.

현재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임단협권 반납 등으로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지평을 바꾸면서 재계와 일부 언론의 칭송을 듣는 반면, 하청노동자들은 하도급업체의 결정 여부에 따라 하루아침에 수천 명이 직장을 그만두는 환경으로까지 바뀌게 됐다.

생존권을 위해 투표장으로 달려간 하청노동자들의 허탈감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현대도시 울산 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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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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