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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몰표? 중우정치?

 

2008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 당시에 진보 성향의 주경복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공정택 후보는 강남, 서초, 송파에서 몰표를 얻은 바 있다. 그런데 2년 뒤인 이번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똑같은 방법으로 강남, 서초, 송파에서 몰표를 얻어 한명숙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한명숙 후보는 25개 선거구 중에서 17개 선거구에서 승리했지만, 오세훈의 강남, 서초, 송파의 몰표를 극복하지 못했다. 선거 초반 리드를 잡아서 당선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강남, 서초, 송파의 개표가 시작되면서 뒤집기는 시간 문제였다고 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민주주의의 단점으로, 중우정치(衆愚政治, Ochlocracy)를 언급한 바 있다. 이런 중우정치는 올바른 민주제가 시행되지 못하고, 하나 또는 몇몇 집단이 수를 앞세워 정치를 이끌어가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와 함께 이번 서울 시장 선거를 지켜보면서 또 다른 형태의 중우정치를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강남, 서초, 송파구의 유권자들이 어리석은 대중이라는 말은 아니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후보자를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선택이 대부분의 다른 지역구에서는 원하지 않는 선택이었다면, 한 번쯤 자신들의 선택이 옳았는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역대 미국의 대선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플로리다 지역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 이후 민주주의와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도를 비판하거나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지역이 바로 플로리다가 되었듯이, (미국의 대통령 선거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었지만) 2008년 교육감 선거와 2010년 서울시장 선거가 역사에 어떻게 평가될 것인지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모쪼록 강남, 서초, 송파구가 '지역적 이기주의와 현대적 의미의 중우정치'의 대명사로 인식되지 않기를 바란다.

 

아쉬움인가? 한계인가?

 

한명숙 후보 입장에서 보면, 이번 선거에서 아쉬운 것 중 하나는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을 너무 크게 부각시켜서 자칫 선거 패배의 책임을 노회찬 후보에게 전가시켜서는 안된다. 야당은 서로 힘을 합쳐서 여당을 견제해야지 자기들끼리 싸우는 모습은 그들을 믿고 지지해준 국민들을 우롱하는 행위이다.

 

이번 선거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물론 한명숙 후보측에서는 강남, 서초, 송파의 몰표에도 불구하고 선전했다고 자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승자에게는 남은 임기 동안 서울시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는 데 반하여, 패자에게는 아무리 박빙의 승부를 연출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주어지는 권한이 없다.

 

선거 직전에 천안함 사태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의 열기는 많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였다. 후보자들은 투표율의 증가 여부에 따라, 그리고 어떤 이슈가 부각되는가에 따라 자기들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나름대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런 이슈들은 일종의 갑작스런 복권과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별한 이슈가 있어야만 승산이 있다는 것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 특별한 이슈를 인공적으로 만들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후보자들은 갑작스런 바람(風)의 형성이 아니라 꾸준히 자신이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고, 정치적인 소신에 있어서 변함없이 일관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는 정당 지지도와 인물 지지도의 차이가 피부에 와닿았던 선거라고 생각된다. 검찰 조사에 의해서 오히려 더욱 유명해진 한명숙 후보의 선전과 지역적 기반이 취약했던 유시민 후보의 선전은 주목해 볼만한 일이지만, 전체적으로 야당의 압승으로 귀결된 기초단체장 선거의 분위기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것은 후보자 개인의 한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패자는 패배의 원인을 살피되, 언제까지 아쉬움만 토로해서는 안될 것이다. 자신의 한계는 솔직하게 인정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 준비하고 계획해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유권자, 국민을 무엇을 원하는지 항상 고민해야 하는 것이고, 국민과 함께 호흡하고 국민들의 고민과 고통을 함께 나눌 의지를 갖는 일이다.

 

선거는 끝났다. 그런데 많은 후보자들이 선거 개표가 완료되면 모든 게 끝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다. 경기도지사 김문수 당선자는 당선 소감에서 4대강 사업을 중단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것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제부터 필요한 것은 모든 후보자들이 유권자 무서운 줄을 알아야 하고, 자기를 지지해 준 유권자뿐만 아니라 자기를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들을 생각하면서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개인블로그,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오세훈, #공정택, #한명숙, #유시민, #김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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