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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에 바람이 불고 있다. 4대강, 세종시, 천안함 등의 현안과 야권 단일화가 성사 되면서부터다. 좋은 정책과 제도로 우리 일상을 더 행복하게 바꾸려는 후보들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교육계 역시 마찬가지다.

교육은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어느 사회든 사람의 삶을 '교육'이 전적으로 결정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학교에서 어떤 선생님을 만나 어떤 교육을 받느냐'는 시대를 뛰어넘어 언제나 중요한 이슈다.

1차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장승희(동산정보산업고 3), 유정화(이화미디어고등학교 2), 김신영(창동고 2) (왼쪽부터 시계방향) 학생.
 1차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장승희(동산정보산업고 3), 유정화(이화미디어고등학교 2), 김신영(창동고 2) (왼쪽부터 시계방향) 학생.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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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다섯 청소년들을 만났다. 바로 유정화(이화미디어고등학교 2), 김신영(창동고 2), 장승희(동산정보산업고 3), 박세지(혜화여고 2), 김경린(혜화여고 2) 학생들이다. 교육감 선거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친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들 친구는 모두 청소년 문화공동체 및 봉사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등 지역과 관계 맺는 일들을 하고 있다. 지난 14일과 15일 양일에 걸쳐 다른 공간에서 나눈 이들의 이야기를 한 기사에 담았다.

"일제고사 무한경쟁으로 등급화... 인격적으로 키워줄 순 없나?"

먼저,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이야기부터 나누었다.

장승희 : "주변에 한 부모 가정이나, 저소득층은 밥을 공짜로 먹는다. 이들에게 장학금이 나온다. 하지만 이것저것 떼어 와야 한다. 불편한 건 있는데, 그래도 장학금이 나와 다행이다."
김신영 : "무상급식보단 역시 위탁에서 직영이 먼저다. 위탁이면 음식 질도 떨어지고, 위탁업체로부터 학교장이 로비를 받을 문제도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들은 결식에 대한 실존적인 혹은 관계적인 경험을 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이나 주변에 굶고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시 굶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면, 당연히 친환경 무상급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제고사'가 학교 풍경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물어보았다. 일제고사가 전국의 학교를 서열화해서 잘 하는 학교에 정부가 더 많은 지원을 한다고 알려져 있고 또 이 때문에 교장들이 교사들을 압박하고, 교사들은 학생들의 점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좋은 교수법으로 때론 스트레스를 주면서)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길 들은 터였다.

김경린 : "일제고사는 그냥 모의고사 보듯 평소실력으로 본다. 자더라도 선생님들이 문제 풀 것은 다 풀고 자라고 한다."
김신영 : "진중하게 보지 않는다. 그냥 대충 대충… 노는 날, 쉬는 날로 생각한다."

일제고사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는 듯한 답변을 한 다섯 친구들은 곰곰 생각하더니, 이내 마음속에 있던 말들을 내놓았다.

유정화 : "잔소리 듣게 한다. 왜 괜히 시험을 많이 만들어서 잔소리를 듣게 하는지 모르겠다. 학생들도 대충 논리를 안다. 일제고사는 무한경쟁으로 등급화 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공부 잘하는 학교 애들에게 돈을 더 쓰면, 만날 격차가 더 심해진다. 그러니, 인격적으로 키워줄 수 있겠나."

김신영 : "맞다! 학교에서도 상위 15명만 들어가는 야자실이 있다. 거기에는 컴퓨터실도 있고, 진짜 좋다고 한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다. 이렇게 되면 학력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풀이 방법론만 배우는 게 학교 현실"

왼쪽부터 김신영, 유정화, 장승희 학생. 청소년 문화공동체 품에서 강북구 문화 놀이터를 매달 기획/운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신영, 유정화, 장승희 학생. 청소년 문화공동체 품에서 강북구 문화 놀이터를 매달 기획/운영하고 있다.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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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가 '일제고사'를 넘어 '획일 교육'과 '평가를 위한 줄세우기 교육', '대학입시를 위한 교육'으로 확대되면서 혹독한 비판이 나왔다.

박정화 : "아니 왜 똑같은 것을 배우고, 똑같이 시험을 봐야 하나? 충분히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는데 다 같은 공부를 하는 것이 싫다. 국가가 학생들 엄청 시키는 것이 획일적인 교육인데, 이걸로 나라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겠는가? 학생들이 진짜 배우고 싶은 것을 배워야 상상력, 창의력이 생기는 것 아닌가? 다 똑같다. 중학교 2학년 학생도 새벽 1시까지 공부한다. 세계적인 인재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지금 하고 있는 교육은 다 외국에서 베껴온 것 아닌가. 이미 실패한 건데 순차적으로 따라가야 하는 것이 우습다. 우리 것을 만들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
장승희 : "다 수단이 되는 공부를 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장이 있어야 대학을 가고,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 돈을 잘 벌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 솔직히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공부하다 보니 왜 공부하는지 모르고 쓸려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평가를 위한 교육과정, 문제풀이식 학습이다 보니 여전히 교과내용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어를 배워도 의사소통을 제대로 못하고, 역사와 사회를 배워도 사회에 무관심하고 음악, 미술, 체육을 배워도, 이를 제대로 익힌 학생은 극히 드물다. 일상생활과 유리된 교육에 불만이 많았다.

김신영 : "국어 시간에 말하기·듣기·쓰기·읽기를 배워도 의사소통이 안 되는 친구들이 태반이다. 학교에서는 문제풀이 방법론만 배운다. 문제풀이식 학습에만 익숙하지,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는 친구들을 볼 수가 없다."

더 나아가 어른들이 구축해 놓은 학벌사회가 우리를 옥죄고 있다고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었다.

박정화 : "학벌이 자본주의와 연결되어 돈을 벌려면 공부해야 하는 현실이 싫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가르치면서 현실에서는 이것이 존재하고, 경쟁에서 떨어진 루저들이 그런 일들을 해야 하는 것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원하는 꿈을 이룰수 있도록 바닥부터 싸그리 바꿔야 한다."

"학교 안에서도 소통의 장 있었으면... 투표권도 필요"

왼쪽 끝부터 시계방향으로 김경린(혜화여고 2), 박세지(혜화여고 2), 김신영(창동고 2), 장승희(동산정보산업고 3), 유정화(이화미디어고등학교 2).
 왼쪽 끝부터 시계방향으로 김경린(혜화여고 2), 박세지(혜화여고 2), 김신영(창동고 2), 장승희(동산정보산업고 3), 유정화(이화미디어고등학교 2).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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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교육감 선거에 어떤 교육감이 선출되었으면 좋을지, 어떤 정책을 펼쳐 주었으면 좋을지 물어 보았다.

김신영 : "교육감이 뽑힌다면 우리 어머니가 되시면 어떨까? 강남 학부모 말고, 생각이 바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박정화, 김경린 : "지속적으로 말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해 주면 좋겠다. 우리 학교 안에서도 말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있었으면 좋겠다. 선생님들도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으로 볼 수 있는데, 어른들이 애 어른으로 자꾸 구별하니 소통이 안 된다. 더 나아가 투표권이 생겼으면 좋겠다. 더 무시 당하고 있기 힘들다."

누가 옳고 그르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우리네 학생들 모습이다. 학생들은 입시제도를 긍정하든 부정하든 지금의 혹독한 입시제도를 몸으로 느끼면서, 그것에 순종하는 형태 또는 부정하는 형태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은 평가를 위한 공부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을 당장 배울수 없고 이를 유보하며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생활을 풍요롭게 만들 교육과 삶의 양식을 원하고 있다. 누가, 무엇이 이들을 여기서 구원해 줄까?

적어도 이들은 함께 풀어보자고 한다. 누구에게 그것을 일임할 생각이 없다. '소통'하자고 한다. 이들은 투표권을 주든, 학교 내에서 소통의 기구를 만들든 소통을 원하고 있었다. 함께 학교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이들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소망해 본다.


태그:#청소년 ,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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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 '밝은누리'가 움틀 수 있도록 생명평화를 묵묵히 이루는 이들의 값진 삶을 기사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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