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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교육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하며 자신부터 변하겠다고 ...
▲ 도민들과의 대화 전남 교육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하며 자신부터 변하겠다고 ...
ⓒ 윤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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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한 아침바람. 웃음꽃을 피우며 재잘거리는 아이들. 아직 어려 보이는 아이가 할아버지와 손을 잡고 등굣길에 나선 모습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이를 지켜본 50대 중년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스쳐간다. 전남교육감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모습이다.

약속은 미리 했다. 전남교육감 출마 후보들과의 연차적인 만남, 두 번째. 뒤늦은 출마를 선언하고도 거의 모든 언론기관의 여론조사에서 차점자와 더블스코어로 앞서 가고 있는 장만채 전 순천대학교 총장과의 만남이다.

선거지역은 광역. 전라남도 전역을 누벼야 하는 촌음을 다투는 후보자. 해서 선택한 것이 이번에도 역시 차량 동승에 짬을 낸 인터뷰다. 요즈음 커피를 마실 시간도 없다고 밉지 않는 엄살이다.

약간 소란스런 차 소리. 대화 목소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순천대 약대 설립이 확정되자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오히려 걱정하던 모습. 지방대학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투자와 대학 구성원들의 마인드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던 모습이 칭찬받기에 충분한 리더라는 생각으로 남아 있다.

대학교육에 대한 진중한 대화. 거침없던 이야기가 이번 교육감 출마로 이어지자 자세부터 고쳐 앉는다. 대학교육이 바로서기 위해선 기초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기자수첩을 꺼내 들었다.

출마 선언 하자마자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점자와 더블스코어로 앞선 것으로 나와

장만채 전 순천대 총장이 전남교육감 출마를 선언한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
▲ 각 언론사별 전남교육감 여론조사표 장만채 전 순천대 총장이 전남교육감 출마를 선언한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
ⓒ 윤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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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축하를 드립니다. 출마를 가장 늦게 선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마 선언을 하자마자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점자와 더블스코어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유가 뭐라고 보신지요?
"글쎄요. 일단은 여론조사 결과보다는 전남교육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후보자들보다 저가 비교 우위에 있다고 하니 기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남교육이 이제는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도민들의 준엄한 명령이라 생각합니다. 후보자라면 누구나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변화는 올곧은 비전을 가진 자의 몫입니다, 교육은 미래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에 안주하거나 준비된 비전이 없으면 미래를 살아갈 아동들에 대해 사회는 죄를 짓는 것입니다. 또 비전은 이루어본 자만이 이루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도민들께서 저에게 책임감을 배가 시킨 것 같습니다."

시스템에 의한 공교육 정상화와 학생중심의 행복한 학교를 만들 터

- 전남도민들의 준엄한 명령이라는 말씀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지요. 또 총장님께서는 도민교육감추대위원회로부터 출마를 권유받고 중등교육 수장에 출마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먼저 감사드립니다. 전남교육을 위해 도민교육감추대위원회로부터 출마 권유를 받고 처음엔 망설였지요. 며칠을 두고 저 자신이 진정으로 전남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인가를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최선을 다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학교를 만들자'였습니다. 조건에 차별받지 않고 꿈을 가지고 드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전남교육은 큰 틀의 개혁이 있어야 합니다. 교육행정은 서비스입니다. 학생들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는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이런 것이 부재했기 때문에 전남교육이 때론 참 부끄럽기도 했지 않습니까."

할 수 있는 것도 하지 않고서 리더가 환경 탓만을 한다는 것이 문제다

- 아마 부끄럽다는 것은 전남교육이 '2009년 학업성취도 조사결과'에서 전국 꼴찌를 두고 하신 말씀 같습니다. 그러나 전남교육의 환경이 이런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불가피론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환경이 만족되면 좋겠지요. 저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발표한 내부청렴도 전국 최하위는 환경 때문이 아닙니다. 분명한 시스템과 원칙 없는 리더의 부재, 나아가 교육에 대한 리더의 비전 부재입니다. 환경 역시 그렇습니다. 전남교육의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누구나 말은 하면서도 탓으로 끝났기에 결과가 참담합니다. 우리 아동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도 공과에 있어서는 능력에 맞게 공평하게 보상된다는 확신과 긍지를 주어야 합니다. 교사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공과와 능력에 맞게 공평해야 바른 가르침이 나옵니다. 할 수 있는 것도 하지 않고서 리더가 환경 탓만을 한다는 것은 문제입니다. 리더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론 있는 것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교교육을 경제적논리로 바라보는 것은 교육에 대한 무지이며 미래를 포기하는 일

- 전남교육이 3무(無)교육이라고 하며 안타까워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교사․학생․학교가 없다는 말의 근본 취지는?
"교육의 중심축은 교사․학생․학부모.지역사회입니다. 전남교육은 이 축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없습니다. 젊은 선생님들이 경기도나 광주 등으로 나간다고 합니다. MB교육은 성과만을 중시합니다. 그러나 교육은 성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합니다. 올바른 과정을 거쳐 바른 성과를 내도록 해야 아이들이 부정에 물들지 않습니다. 선생님들을 우리가 지켜야합니다. 학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법정 정원에 맞지 않는다고 무조건 폐교시키는 정책은 발상부터 반드시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학교교육을 경제적 논리로 바라보는 것은 교육에 대한 무지이며 미래를 포기하는 일입니다"

교육은 차별성을 인정해야, 획일화된 교육은 창의적 미래를 보장하지 못해

- 전남교육의 환경은 이해가 되지만 이를 위한 재원충당이나 다른 지역과의 차별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바로 그것입니다. 교육은 차별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획일화된 교육은 미래를 보장하지 못합니다. 전국적인 통일된 기준으로 교육을 보면 창의력 교육은 제로입니다. 농어촌학교는 지역사회의 문화 공동체이기도 합니다. 학교가 없어진다는 것은 농어촌을 황폐화시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검토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작년에 우리 전남에서 700여 명이 떠난 데 이어 올해에도 800여 명의 선생님들이 교육현장을 떠나야 합니다. 이뿐 아닙니다. 농어촌교육지원특별법을 제정하여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하여 작은 학교를 살려야 합니다. '1면 1교 살리기 운동' 등을 지역민과 함께 전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무지개학교'와 같은 아동들이 행복해 하는 학교를 만들면 전남교육은 분명 국가를 위한 바른 인재를 길러낼 것입니다. 또 이것은 누군가가 반드시 해야 합니다."

어떤 이유로도 학생인권이 유린되어서는 안 되며, 부패는 제도를 통해 근본적으로 막아야

- 듣고보니 참 전남교육을 위한 방안을 많이 연구하신 것 같습니다. 보도에 의하며 여러 가지 정책을 발표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주민예산참여제'나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은 획기적인 공약인 것 같습니다. 다른 후보와 정책적인 면에서 차이점이 있다면?
"전남교육이 부패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탓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만큼 심각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부패는 근본 원인부터 제거해야 합니다. 저는 부패제로를 선언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확실한 제도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시스템을 통한 부패제로를 만들기 위해 '주민참여예산제'를 금년부터 시범운영하여 내년부터 정착시킬 계획입니다. 부패가 있어도 안 되겠지만 교육이 부패했다는 것은 가장 큰 수치지요. 시스템을 통한 부패방지와 이를 실천할 의지를 가진 청렴한 리더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현직 교육감들이 비리 때문에 검찰에 소환되고 구속되는 일은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인권 또한 보호되어야 합니다.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선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보모 등 모두가 학생인권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어떤 이유로도 학생들의 인권이 교육현장에서 유린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를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할 계획입니다. 그리하여 학생들에게도 자신의 인권이 소중함을 알도록 깨우쳐 주어야 하고 또 인권이 소중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가르쳐야 합니다."

주어진 인센티브만큼 아동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없는 교사는 스스로 교육 현장을 떠나야

- 교육 이야기는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학부모들의 관심은 공교육 강화와 전남교육의 질적 향상일 것입니다. 이를 위한 대안이 있다면?
"우린 공교육 강화를 이야기하면서 사교육을 폄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좀 심하게 말씀드리면 사교육은 나쁜 놈 등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입니다. 교육은 분명 공교육과 사교육이 공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정해야 합니다. 단지 공교육이 사교육의 영역을 조장시키고 있는 것이 잘못입니다. 획일화된 줄 세우기 정책 등이 아이들의 창의성 교육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창의성이 없는 학교교육은 항상 사교육에 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의식의 변화가 요구됩니다. 굥교육만을 해도 충분하다는 의식변화와 더불어 이를 공교육에서 증명해야 합니다.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학부모들은 사교육에 의지하려 할 것입니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선 학교도 다양한 방법 등을 강구해야 합니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선택형 보충수업이나 교사 인센티브 제공, 또는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잡무로부터 실질적으로 해방시키는 획기적 방안을 내 놓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선생님들이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인센티브를 주는 만큼 이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되어야 합니다. 아동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없는 교사는 스스로 교육 현장을 떠난다는 각오도 함께 있어야 합니다."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고, 인재가 없으면 호남이 없다'시던 평교사였던 아버님

-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장 총장님의 교육 뒤에는 항상 교사였던  아버님이 계셨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일화가 있다고 들었는데?
"글쎄요. 특별한 일화는 없습니다. 단지 아버님께서는 평생을 교사로 재직하셨기에 교직에 대한 자부심은 정말 대단하셨습니다. 저가 서울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최연소박사학위를 따자 아버님께서 '교만하지 말고 정진하거라'고 다독였습니다. 또 국립 순천대학교 최연소 총장이 되자 저를 불러 '월급 외엔 단 한 푼도 탐내지 말고 청념하라'고 하셨습니다. 평소에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고, 인재가 없으면 호남이 없다'시던 아버님이셨기에 이번에 전남교육감에 나서겠다고 말씀드리자 고개만 묵묵히 끄덕였습니다. 다들 그러시겠지만 저 역시 항상 믿어주시는 아버님이 언제나 감사합니다."

예정된 도착시간이 임박하다. 아쉽지만 차 속에서 인터뷰의 끝을 말함이다. 다음에 당선되면 다시 한 번 인터뷰를 요청했다. 허락이다. 힘든 일정 속에서도 인터뷰에 성실하게 임해준 장만채 전남교육감 후보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오직 전남교육의 미래를 위해.


태그:#전남교육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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