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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태(민주당, 광주 남구) 의원이 10일 오후 보도자료를 냈다. 설을 앞두고 광주의 한 기관에 "지역 내 소년소녀가장이나 저소득 가정을 위해 써 달라"면서 '사랑의 성금'을 기부했다는 내용이다.

 

어려운 경기 탓에 힘겨운 이웃에게 향하는 사랑의 온정이 예전 같지 않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이런 때에 강 의원의 기부 소식은 잔잔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문제는 강 의원이 기부한 돈의 출처다. 강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출판기념회 수익금 일부를 사랑의 이웃돕기 성금으로 전달했다"며 출처를 밝혔다.

 

뜬금없는 강운태 의원 '사랑의 성금' 기부 보도자료

 

강 의원은 지난달 28일 <미완의 광주-창조의 중심도시로>라는 책의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차기 광주광역시장 출마를 이미 선언한 상태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강력한 주자의 출판기념회였던 만큼 기천명의 사람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바로 그 책, <미완의 광주-창조의 중심도시로>가 "상당부분 표절됐음을 확인했다"고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날이 2월 9일이다. 강 의원은 표절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취재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표절과 관련한 어떤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런 그가, 표절 확인보도가 나간 지 하루 만인 10일 오후 비웃기라도 하듯 표절한 책을 판 돈의 일부로 '사랑의 성금'을 냈다고 자랑하는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저작권·지적 재산권 침해는 흔히 도둑질로 비유된다. 심하게 비유하면 도둑질 한 돈으로 '사랑의 성금'을 냈다고 보도자료를 낸 강 의원의 무모한 배짱에 기가 막히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지적 재산권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강 의원의 책이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상태만으로도 표절과 사진 무단도용 등의 문제로 남의 소중한 지적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평가했다. 

 

강 의원은 공인이다. 그것도 국회의원이라는 막강한 힘을 가진 공인이다. 공인의 잘못은 일반인이 저지른 잘못보다 엄한 잣대로 평가되고, 엄한 회초리로 심판받는다. 그 이유는 공인은 많은 이들의 표상이 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강 의원은 국회의원에 머무르지 않고 140만 광주광역시민을 책임지겠다며 시장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강 의원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금을 내는 일은 아름다운 일이다. 결과가 아름답고 감동적이려면 시작과 과정도 아름다워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강 의원이 낸 성금은 결코 아름다운 돈이 아니다. 남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해서 만든 책으로 번 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강 의원의 기부행위가 감동적이지도 않다. 다른 이의 소중한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과 한 마디 없이 낸 돈이기 때문이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 '도덕적 불감증' 질타하던 강운태 의원이....

 

강 의원은 지난해 9월 2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당시 정운찬 총리 후보자에 대해서 "가장 큰 문제는 후보자 본인의 도덕적 불감증"이라며 "뭐가 문제인지를 모르는 무책임 그 자체"라고 쏘아붙였다.

 

같은 공인으로서, 같은 예비 공직후보자로서 정 총리에게 들이댔던 '도덕성'의 잣대를 강 의원 본인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남의 소중한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고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도덕 불감증'이 심각한 광주광역시장 예비후보를 광주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강 의원의 표절을 확인한 기사가 나가자 여러 반응이 나왔다. 기사댓글 중에서 가장 많은 독자가 읽고 가장 많은 공감을 나타낸 글이 아이디 '그러니깐'님이 쓴 글이었다.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잘못한 이후의 태도다. 정치적인 부담이 있다 해도 정중히 사과하고, 제대로 수습하는 것.. 이 경우엔 책들 모두 회수하고, 책값 반환하고, 무단도용한 원작자에게 배상하는 등의 일련의 절차들이다.

 

이런 것들을 제대로 하느냐 못하느냐가 군자와 소인배를 가르는 기준이다. 모씨처럼 재판까지 가서 패소해도 "나는 잘못 없다. 배째라"거나 오히려 원작자에게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 행동은 전형적인 소인배의 짓거리다.

 

당신을 주시할 것이다. 무시하거나 배째라는 식으로 버팅긴다면 스스로의 정치생명을 단축하는 자살행위가 될 것이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정중한 사과', 어쩌면 강 의원이 표절한 책을 팔아 번 돈으로 사랑의 성금을 내는 것보다 먼저 했어야 할 일이다.

 

기사에 쓴 강 의원의 표절 확인 부분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대목만 우선 사례로 든 것이다. 지능적인 짜깁기 의혹이 짙은 부분도 숱하게 많았다. 그 부분까지 1차 보도 때 하지 않은 까닭은 표절 부분이 마치 복사한 것처럼 너무 양이 많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강 의원의 진심어린 반성과 '정중한 사과'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강 의원은 그런 소박한 기대를 무참히 짓밟아버리고 말았다. '정중한 사과'가 그렇게 힘든 일인가. 강 의원은 '큰 정치'를 하겠다며 한때는 대선출마까지 선언했다. '큰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자신의 잘못을 은닉하면서 꾸는 꿈이 '큰 정치'는 아닌 듯 하다.


태그:#강운태, #표절, #정운찬, #광주시장 선거,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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