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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에 지방은 없었다. 지난 2006년 5.31지방선거 평가결과다. 박근혜 대표의 면도칼 사건만이 기억에 남는 5.31 지방선거 등 당시 선거는 시민들의 명령을 받는 민주적인 과정이라기보다는 그저 시끄러운 이벤트에 불과했다. 이벤트정치, 이미지 정치의 광풍에 함몰되어 지역비전과 정책대안이 효과적으로 경쟁하지 못했고, 지역주민들은 무조건 찍기를 강요당하고 말았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중앙권련 심판론과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의 지방권력 심판론이 대립했지만, 이와 같은 정치권의 회고적 투표 제안은 지역의 미래를 위한 전망적 투표를 무력하게 만들며, '그냥 미워서 찍는다'라는 정치냉소주의만을 키웠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오는 6.2 지방선거는 어떻게 다를 수 있을 것인가. 지난 5.31지방선거와는 다르게 6.2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의 비전과 정책대안이 무한 경쟁하는 선거가 되길 간절히 기대하고 있지만, 수도권에서도 세종시, 지방에서도 세종시, 세종시장만을 뽑는 선거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솔직히 걱정된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와 세종시 관련 국민투표를 병행하자는 주장마저 하고 있다. 이는 정치권의 몰염치를 넘어서 얼굴에 철판을 깔고서 대 놓고 지역주민들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혹자는 이러한 걱정으로부터 지방자치 무용론을 이야기 한다. 현 민선4기 16개 광역지자체장의 공약수는 1,008개이고, 230개 기초지자체장의 공약수는 8,000여개다. 여기에 지방의원의 공약수만을 더한다면 수 만개에 이른다. 다시 말해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수 십 만개의 지역비전과 정책대안들이 경쟁하는 것이 지방선거다. 지방자치, 지방선거가 없었다면 지역주민이 스스로 선택하는 지역비전과 공적인 계약으로서 지역공약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나마 지방선거가 존재하고, 선거과정을 통해 지역밀착형 약속들이 정치권에 이입되고 실천될 수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 무용론은 실오라기처럼 살아있는 생활밀착형 정치마저 부정하는 행위일 수도 있다.

 

따라서 지방선거와 국민투표를 병행하자는 주장은 지역주민 스스로 선택하는 지역비전과 수 십 만개의 정책공약을 세종시 관련 국민투표의 찬반으로 함몰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제는 세종시 아니면 대한민국에는 선택 가능한 지역정책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세종시 쓰나미로 지방선거를 덮어버리려는 의심스러운 행동이라고 밖에 평가할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세종시 문제는 표를 얻기 위한 정치인의 급조된 공약, 표를 얻기 위한 거짓말 등이 뒤엉킨 가장 반 매니페스토적인 공약이다. 선거에서 유권자를 표밭으로만 생각하여 푸성귀 취급하고, 선거공약의 실효성보다는 구도를 가르기 위한 급조공약으로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의 최정점에 서 있는 대표적인 반 매니페스토 공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비전과 정책대안들이 경쟁해야 할 지방선거에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거론하는 것은 이제 푸성귀 취급도 아닌, 아니면 말고 식도 아닌, 보트머신 취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제 더 이상 두 손 놓고 앉아 정치자정능력을 기대할 수는 없다. 과거에도 역사의 잘못을 바로잡은 것은 시민의 힘이었다. 선거 때만 되면 따뜻한 곳만을 쫓아 탈당을 밥 먹듯 하며, 공천이면 무조건 당선이라는 오만한 생각과 정책보고 투표하는 유권자는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들의 편협한 사고를 향해 준엄한 경고를 던져야 한다. 내용 없는 지지론과 견제론 정도의 바람몰이면 선거준비는 끝난다는 정치자영업자들에게 생활밀착형 민생공약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를 맞게 되는지 시민의 힘을 결집하여 똑똑하게 보여 줘야 한다.

 

6.2 지방선거에서는 지방이 주인 되는, 그들을 위한 보트머신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들의 종복임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처장


태그:#매니페스토, #지방선거, #국민투표,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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